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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 3-2 나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노정은 대구로 가서 W를 만난 뒤 경남 의창(지금의 창원) 진북면 영학리 학동저수지에서 민물고기 양식업을 하는 D에게로 가는 것이었다. D는 경기 광주 오포읍이 고향으로 양식업에 관심을 갖고 멀리 ‘내 고향 남쪽 바다’가 가까운 그곳까지 내려가 홀로 객지생활을 하고 있었다. D의 편지에서 시인 백석(白石)의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南新懿州柳洞朴時逢方)’과도 같은 객지의 외로움을 읽었던 나는 지체없이 답장을 썼고. 간단히 짐을 꾸렸다.동대구역에 내린 나는 W에게 전화를 걸었다. 댄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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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20.02.25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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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오메! 좋은 거. 쩌그 저 까막섬과 해찰 좀 부려 볼라요.”마량 바다에 풀어놓은 내 청춘의 ‘사우사(思友辭)’#1-1나의 강진에 대한 시작은 ‘친구였던’ Y로부터다. 그를 굳이 ‘과거형’으로 분류하는 것은 90년 봄인가, 그가 다니던 전북 익산의 대학교로 찾아가 캠퍼스 강의실에서 잠깐 만나고는 그 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유감스럽지만 Y는 추억의 친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만나는 일은 없다는 말이냐? 그것도 사람의 일이라서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을 감안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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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20.02.2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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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몇 번이나 근처를 지났으면서도 정작 찾아가지 못했던 함평 학교면 고막리에 있는 고막원천 석교를 찾았다. 예전 영산강 뱃길이었다는 것이 도대체 실감이 나지 않는 고막원천은 어린 시절 뛰어 놀던 개울마냥 낮게 흐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마을의 개구쟁이들이 몰려나와 벌거숭이가 되어, 돌다리에서 물속으로 ‘퐁당’ 하고 뛰어 내리며 자맥질과 물장구로 신나게 한낮의 정적을 깨울 것만 같은 데. 제방둑에는 게으른 황소는커녕 행인의 발길마저 끊긴 지 오래. 마을 정자는 찾는 이 하나 없이 낡고 바랜 채 적막하다. 한 시절 북적였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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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20.02.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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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한 번 속으면 속인 놈이 나쁜 나쁜 놈이고.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고. 세 번 속으면 모두가 공범(共犯)이 된다.”6.13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자유한국당 대표에서 물러난 홍준표가 SNS에 올려 화제가 됐던 말이다.세간에서는 그를 막말이나 일삼는 거친 정객쯤으로 폄하하고.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는 세력은 그를 형편없이 조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비록 그가 정제되지 않은 화법으로 많은 이들의 비호감은 샀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만큼 현실을 정확히 읽고 소신있게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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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20.02.0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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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황룡강에서 비롯된 황룡면 아곡리에 홍길동 테마파크가 있다. 문헌에 홍길동이 장성현 아곡리 아치실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근거로 한 것이다. 허균이 지은 소설 ‘홍길동전’은 상당부분 허구이지만. 실제로 홍길동(洪吉同)이라는 도적이 있었음을 ‘조선왕조실록’은 밝혀주고 있다.연산군 6년(1500) 10월 22일자를 보면, ‘영의정 한치형(韓致亨)·좌의정 성준(成俊)·우의정 이극균(李克均)이 아뢰기를, “듣건대, 강도 홍길동(洪吉同)을 잡았다 하니 기쁨을 견딜 수 없습니다. 백성을 위하여 해독을 제거하는 일이 이보다 큰 것이 없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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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20.02.0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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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1590년 건립된 황룡면 필암리의 필암서원(사적 제 242호)은 평지에 세워진 우리나라 서원 건축의 전형으로, 고봉(高峰) 기대승(奇大升, 1527~1572)과 더불어 호남의 유종(儒宗)으로 추앙받는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1510~1560)를 배향한 곳이다. 말하자면 ‘문불여장성’이란 말은 이곳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문화재청은 지난 2월 필암서원과 무성서원을 비롯한 전국 9개 서원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했다.김인후는 장성 대맥동(황룡면 맥호리)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신동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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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20.01.2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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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배추머리를 한 개그맨이 있었다. 얄미울 정도로 입담이 뛰어났던 그는 ‘지구를 떠나거라~’, ‘나가 놀아라~’하면서 웃겼다. 80년대 브라운관을 그야말로 들었다 놨다 했던 그 배추머리 김병조가 바로 장성 사람이다. 호남선 백양사역이 있는 북이면 사거리가 고향인 그는 ‘연안(延安)이씨’와 함께 양반 중의 양반 대접을 받던 ‘광산(光山)김씨’ 종가의 종손이다.이런 배경으로 그는 비록 웃음을 팔면서도 나름대로 품격을 지켰다. 현란한 언어유희는 언제나 교훈이 담긴 고사성어를 인용해 끝맺기 일쑤였다. 청춘의 시절. 그에게서 은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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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20.01.1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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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김우진과의 만남을 통해 윤심덕은 혼담을 없던 일로 하지만 이번에는 갑부 이용문의 첩이 되었다는 악소문에 시달린다. 당시의 잡지인 ‘신여성’과 ‘개벽’은 호사가들의 구미에 맞는 기사를 여과없이 게재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소문은 윤심덕이 동생 성덕의 미국 유학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용문을 만난 것이 화근이었다.심신이 지친 윤심덕에게 김우진은 요양할 것을 권유한다. 이에 그녀는 어린 시절 정신적 지주였던 배형식 목사가 있는 하얼빈으로 떠난다. 배 목사 가족과 생활하며 6개월이 지났을 무렵. 언니인 심성의 남편이 사망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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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20.01.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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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G는 나의 오래된 친구다.중학교 1학년 때 만난 G는 고향인 용인 보라리가 한국민속촌으로 수용이 되면서 지금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의 후문 쪽인 농서리로 이사를 와 친구가 됐다. 그리 큰 키는 아니지만 다부진 몸매에 강인한 인상을 주는 외모는 마치 로마 전사를 연상케 해, 도수 높은 안경을 낀 샌님같은 나와는 영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인데. 무난하게 얼굴 한 번 붉힌 적 없이 우정을 이어오고 있으니. 나로서는 참 고맙기 그지 없는 친구다.돌이켜 보면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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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20.01.0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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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곡성군이 심청축제를 열게 된 배경은 이렇다.심청전의 핵심인 효녀 또는 개안(開眼)설화는 여러 유사 형태가 전한다. 그러나 곡성군의 ‘옥과현 성덕산 관음사 사적’에 나타난 연기(緣起)설화만큼 효행, 인신공양, 개안이라는 구조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등장인물의 설정은 그 어느 설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럼 관음사 연기설화는 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심청전의 원전(原典)으로 꼽히는 걸까.충청도 대흥현에 맹인 원량은 처를 잃고 홍장이라는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홍장은 정성으로 아버지를 모시니 그 효행이 바다건너 중국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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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12.2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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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심수봉이라는 가수가 있다.청춘의 시절. 홀연히 ‘그 때 그 사람’을 들고 나타난 그녀는 페이소스 짙은 특유의 음색으로 연인들의 애간장을 녹였다.‘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홀리듯 몰입하게 만드는 전주와 함께 노래의 첫 소절이 나가면 사람들은 마법에 걸린 듯 가볍게 탄식을 토해내곤 했다. 음악다방의 DJ는 빗발치는 신청에 아예 계속해 판을 걸기 일쑤였다. 당연히 ‘그 때 그 사람’에 대한 소문도 돌았다. ‘외로운 병실에서 기타를 쳐주던’ 그 사람은 바로 가수 N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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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12.2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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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그럼 왜 ‘힛도’일까?힛도는 백도(白渡)다. 여기서 ‘도(渡)’는 배를 타는 ‘나루’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힛도는 흰나루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백야도로 가려면 힛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했다. 또한 ‘도’는 좁은 해협(海峽)을 의미하며 ‘또’라고 했다. 따라서 힛도는 하얀 해협이라는 의미도 있다. 물살이 사나워 흰 포말을 일으켰으므로 그리 불렀으리라. 이밖에도 다른 말로는 ‘량(梁)’이 있다. 명량, 노량의 그것으로. 섬호 진경문이 쓴 ‘섬호집’을 보면 명량해전을 ‘명도전(鳴渡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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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12.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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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나는 지금 ‘힛도’라는, 이름만큼이나 생경한 포구에서 멀리 백야도의 등대를 바라다보고 있다. 하얀 등탑은 마치 불시착한 우주선과도 같다. 그 등대는 잘생긴 백야대교를 건너면 쉽게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지만, 왠지 이곳 힛도에서 바라다 봐야 제 맛이 난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백야의 잘 닦인 길을 돌고 돌아 찾아가면 그만이다. 등대로의 접근도 생각보다 쉬운 것이어서 등대로 내려가는 입구, 주차구역에 차를 세우고 계단 길을 따라 가면 된다. 1928년에 점등한 백야도등대는 최초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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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12.0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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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사연은 이렇다.연희전문 졸업을 앞둔 1941년. 졸업기념으로 윤동주는 작품 19편을 골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라는 제목을 단 시집을 출간하려 했으나 스승인 이양하 교수의 만류로 출간을 포기하고. 3부를 필사해 이양하와 후배 정병욱에게 한 부씩 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가졌다.하지만 교과서에도 실린 ‘나무’와 ‘신록예찬’과 같은 수필로 유명한 이양하(李敭河, 1904~1963)에게 준 원고는 분실되고. 국문학자인 정병욱(鄭炳昱, 1922~1982)의 집에 보관된 원고만이 남은 것.(지금은 연세대 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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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11.3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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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 고등학교 입학 후 처음 맞는 국어 수업시간왜소한 체구에 검은 뿔테 안경을 낀 적당한 장발의 국어 선생님이 바지런한 걸음으로 교실문을 들어오셨다. 선생님은 의례적인 인사를 받으시고는 말없이 칠판으로 돌아서서 ‘서시(序詩)’라는 제목의 시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그렇게 처음 만난 윤동주(尹東柱, 1917~1945)는 그대로가 감동이었다. 나는 서점에 들러 같은 시집을 두 권 샀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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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11.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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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커피를 마시러 가기 전에 피굴과 낙지죽으로 유명한 ㅎ식당을 찾았다. 고흥에 북쪽 지명인 ㅎ식당이라? 혹시 디아스포라?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딸 이름이란다. 식당도 원래 주인은 두원면으로 이사를 가고. 지금 식당은 인수받은 거란다. 어쨌거나 북에서 고흥으로 왔다한들 그게 뭐 대수겠는가. 이와는 반대로 고흥의 만석꾼이 충북 보은으로 옮겨가 터를 잡은 이야기는 흥미롭다.보성선씨 대지주였던 선영홍(宣永鴻, 본명 선형수, 1861~1924)의 이야기다. 선영홍은 도양면 관리(현 도덕면)에서 태어나 거금도 지역인 금산면을 기반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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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11.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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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그 애가 말했다.“형. 커피는 언제가 가장 맛있는 줄 알아?”뜬금없는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나는 “비 오는 날?” 하고 말했다.“우와! 대단한걸. 어떻게 알았어?”“그냥. 왠지 그럴 거 같아서...”서로가 공감하고 있음을 놀라워했는지. 그 애의 얼굴은 한결 밝아졌고. 칭찬같은 그 애의 말에 나는 왠지 쑥스러워졌다.“맞아. 그런데 비 오는 밤에 마시는 커피가 가장 맛있어. 밤 10시 넘어 빗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커피. 마치 오르가즘과도 같이 나를 강하게 자극하는 그 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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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11.09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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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2017년 12월. 보성 문덕면 동산리 법화마을에 있는 ‘안규홍·박제현 가옥’이 등록문화재 제699호로 지정됐다. 안규홍과 박제현은 구한말 일제에 항거한 공로로 머슴과 주인이 함께 서훈을 받은 유일한 경우다. 머슴의병장으로 유명한 안규홍은 1963년 건국훈장 국민장이 추서됐고. 안규홍 의병부대의 군량관이었던 박제현(朴濟鉉, 1871~1934)은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문덕면 동산리 대지주였던 박제현은 자신의 집 머슴인 안규홍이 의병을 일으킬 때 군량관을 맡아 군량 및 군기조달에 진력한다. 봉건사회의 전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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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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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호남에 ‘팔불여(八不如)’라는 말이 있다. 이는 흥선대원군이 팔도를 유람할 때 호남지방의 각 고을마다의 두드러진 특색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서 숱한 아류(亞流)가 생겨났다.가령 ‘OO가서 ~자랑마라’와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도 실감나는 지역 품평이 등장하게 된다. ‘팔불여’가 영광 광주 나주 순천 제주 남원 고흥 장성 등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면 ‘~자랑마라’는 보다 광범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동일지역에 ‘돈, 얼굴, 노래, 주먹’과 같은 복수의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팔불여’는 ‘~은(는) 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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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10.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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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나주역을 출발한 기차는 노안역을 지나 경전선의 시발역인 광주 송정역에 멈춘다.송정역.내게는 송정리로 익숙한 곳이다. 살았던 기억은 전혀 없고. 그저 죽다 살아난 곳이라는 유년의 흑역사만이, 질긴 인연과도 같이 미몽처럼 남아있는 곳이 바로 송정리다. 들은 바대로라면, 상무대 보병학교 장교로 복무했던 선친을 따라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송정리로 내려왔다고 한다. 궁핍했던 시절. 초가집 마당에 솥을 걸고 밥을 짓던 어머니의 빛바랜 흑백사진에서 송정리의 생활을 잠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 사진은 도시 확장으로 고향집이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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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10.1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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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오직 하루 한 번, 기차는 9시 35분에 떠나는 목포발 부전행 무궁화호 남도횡단열차.남도에 하루 단 한 번뿐인 기차가 있다. 기차는 목포와 부산을 오간다. 경전선(慶全線) 부전행 열차. 하지만 나는 이 기차를 감히 남도횡단열차라 부르겠다. 이 땅에 횡단열차라니. 모름지기 횡단열차라 함은 시베리아나, 유라시아, 또는 호주의 인디안퍼시픽과 같이. 대륙을 횡단하는 열차라야 격에 맞다 할 것이다.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 이 땅의 동과 서를 종횡무진으로 횡단하는 철도가 엄연한데. 황감히 받아들일 수밖에.엊그제 스무살 청춘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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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10.1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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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진씨가 희성인데다 관향마저 ‘여양’이라는 귀에 익숙지 않은 지명이다 보니 자칫 중국에서 도래(渡來)한 성씨일 거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여양은 지금의 충남 홍성군 장곡면 일대를 말한다. 고려시대 여양현으로 불린 까닭에 이곳에 뿌리를 내린 진씨의 관향이 됐다.시조는 고려 인종 때의 명장 진총후(陳寵厚)다. 그가 ‘이자겸의 난’에 공을 세우고 여양군(驪陽君)에 봉해짐으로써 여양진씨 시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선대는 원래 중국 사람으로, 송(宋)나라 때 우윤(右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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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10.05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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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영남에 남명(南冥)이 있다면, 호남에는 섬호(剡湖)가 있었다.남명이 누구던가. 경(敬)으로써 나를 밝히고, 의(義)로써 나를 던지겠다. 내명자경 외단자의(內明者敬 外斷者義). 이 여덟 글자를 칼에 새기고,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던 처사(處士). 칼을 찬 선비로 유명한 남명 조식(曺植, 1501~1572)은 동년배인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과 함께 영남 유림을 양분한 거목. 그러나 퇴계가 사대부의 길을 갔다면 남명은 처사의 길을 택했다. 거듭되는 사화(士禍). 벼슬은 덧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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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09.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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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영산포(榮山浦).왠지 그리운 이름이다. 왜일까? 꽃말이 ‘첫사랑’이라는 영산홍(映山紅)과 닮은꼴 이름이라서? 그것은 단지 이름에서 느껴지는 어감(語感)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라진 것들에 대한 아쉬움. 영산강 뱃길의 종착지로 번성했던, 또 호남선 철도 위를 숨 가쁘게 오고 가던 철마(鐵馬)가 긴 숨을 고르던 영산포는, 그러나 지금은 없다. 붐비던 포구(浦口)와 역사(驛舍)는 마치 거짓말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영산강하굿둑으로 뱃길이 끊어지고, 호남선 직선화로 영산포역이 나주역으로 통합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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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09.2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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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그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이 이승에서의 마지막 작별이란 것을. 유난히 우애가 깊었던 형제. 형제는 나주 율정(栗亭)에서 기약없는 작별의 인사를 나눈 채. 유배지로 각자의 길을 떠나갔다.자, 그럼 이제부터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겠는가?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경기 양주 땅 마현(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이라는 곳에서 태어난 형제. 이들은 4형제 가운데 둘째와 셋째로 네 살 터울이었다. 형제는 율정에서의 이별이 있기까지 참 많은 날들을 함께 했다. 형은 동생의 울타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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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09.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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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활성산 풍력단지가 있는 금정면 연소리의 지명 또한 예사롭지가 않다. 제비집(燕巢)이라. 땅이름을 정할 때 아마도 풍수지리에 밝은 선인이 상지(相地)를 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마을이름이 된 ‘연소’는 풍수지리상 명혈(名穴)로 꼽는다. ‘연소혈(燕巢穴)’이다. 제비집 모양의 연소혈은 좌청룡 우백호가 견고해 고귀한 신분의 인물을 낳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해남에서는 황산 징의도 마을 형국이 대표적인 연소혈 명당이다. 마을회관에서 보면 좌측 정면으로 수령이 100여 년은 족히 됨직한 여러 그루의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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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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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지난 여름 영광 백수읍에 있는 풍력발전단지를 지날 때였다. 동행한 해남아우 P가 불쑥 물었다.“저 날개 길이가 몇 미턴지 아십니까?”“???...”“사십 미텁니다. 축구장 반만한 크기지라.”문외한인 내게 으쓱해진 P는,“이래봬도 제가 신재생에너지 전문갑니다.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십쇼.”P는 자신만만했다.“그런가.”달리 궁금할 것도 없어 나는 의례적인 긍정으로 모처럼의 P의 자신감을 살려주기로 했다.그리고 가을이 시작되고 길가에 구절초가 피었을 때. 나는 P에게 영암 활성산 풍력단지를 가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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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3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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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향화도는 그 어원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상해’라고도 불렸다. 이웃에는 와도(臥島)가 있었다. ‘누운 섬’인 와도를 사람들은 ‘눈 섬’이라고 불렀고. 일제는 ‘눈 섬’을 ‘눈 설(雪)’자를 써서 ‘설도’로 표기해 그대로 굳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 모두 육지가 됐다.철종 3년(1852)에 충청감영에서 올린 장계가 적힌 ‘각사등록(各司騰錄)’을 보면 ‘28일에 발선(發船)하여 영광(靈光) 향화도(香花島)에 이르러 유숙(留宿)하고, 29일에 풍세(風勢)가 순조로워 하루 종일 배를 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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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4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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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아주 우연이었다, 그 바다에 간 것은.다리가 무너졌다고 했다. 아니. 정확히는 공사중인 다리의 상판이 내려앉았다고 했다. 우째 또 이런 일이. 그 다리 이름은 칠산대교라 했다. 영광 칠산바다의 칠산? 점심식사 후에 해남 아우들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접하게 된 뉴스. 궁금했다. 그리해서 찾아나선 곳. 영광군 염산면 옥슬리 향화도. 2016년 7월 8일의 일이었다.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이 찾아간 그곳. 그곳에 칠산타워가 있었다. 염불보다 잿밥이라더니. 무너진 다리보다 그곳에 더 눈이 갔다. 무너진 다리의 전체적인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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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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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1979년. 대마초 파동의 족쇄는 풀렸지만 김정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으로 병신이 되었다더라.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이러한 김정호의 부재는 병역 때문이었다. 방위병으로 소집이 된 김정호는 이를 깜빡했다. 친구따라 지방공연을 가는 바람에 입영날짜를 놓치고 만 것. 우여곡절이었다. 병역을 마치자 이번엔 건강에 이상신호가 왔다. 지독한 감기로 병원에 갔더니 폐결핵이라고 했다. 폐결핵이라니. 갈 길은 아직 먼 데 마음만 조급해졌다. 1980년 재기를 노리고 내놓은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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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08.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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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문득 그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가 담양에 있다고 했다. 알 수 없는 끌림. 그를 만나야겠다. 유난히 낯을 가렸던 청년. 무작정 방문에 만남을 허락해 줄까. 비가 종일 오락가락하던 주말. 아무런 기별도 없이. 무작정 그를 만나러 담양 땅을 밟았다.단언하건대 담양은 남도 풍류의 일번지다.명창 임방울이 즐겨 불렀던 ‘호남가’를 보자.‘-백리담양(百里潭陽) 흐르는 물은 구부구부 만경(萬頃)인데/ 용담(龍潭)의 맑은 물은 이 아니 용안처(龍安處)며/ 능주(綾州)의 붉은 꽃은 골골마다 금산(錦山)인가-’백리담양 흐르는 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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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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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견훤에게 쫓기던 왕건이 꿈을 꾸었다.“지금 강을 건너 가거라.”불어난 강물로 도강(渡江)의 고민에 빠진 왕건은 피로가 겹쳐 깜박 잠이 들었던 것이었다. 잠에서 깬 왕건은 꿈에 생생한 백발노인의 말이 생각나 나가보니 강물은 빠져 여울이 되어 있었다. 이에 무사하 강을 건넌 왕건 군은 견훤의 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해서 ‘꿈 몽(夢)’, ‘여울 탄(灘)’. ‘몽탄’이라는 땅 이름을 얻게 됐다. 그리고 견훤의 군대를 물리친 장소는 ‘파군교(破軍橋)’로 남았다.숙명의 라이벌이었던 왕건과 견훤. 이들과 관련한 이야기는 우리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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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07.2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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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전날 장거리 여행의 여독이 미처 풀리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해남 아우로부터 장흥으로 된장 물회를 먹으러 가자는 연락이 왔다.“12시 까지 오니라.”“알겄으요.”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해남 아우는 국내의 어지간히 풍경 좋은 곳은 두루 답사를 다녀 나름 동행의 즐거움이 있는 친구다. 나와는 15년 지기로 가끔씩 남도를 드라이브 삼아 구석구석 누비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지난 봄 내가 된장 물회 얘기를 꺼냈더니, ‘여름이 돼야 할 걸요’ 하던 아우는 잊지 않고 연락을 해 온 터였다.“뭔 노무 날씨가 이렇게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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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07.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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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2014년 봄부터 여름까지. 나는 서울 풍납동에 있는 A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2년 전 같은 병원에 입원한 후로 또 다시 불운이 찾아든 것이었다. 절망적이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그런데 이상했다. 절망으로 통곡해도 시원찮을 상황인데도 오히려 헛헛한 웃음만 나왔다. 미쳤구나. 그 때 나는 미쳐버린 줄로 만 알았다.하지만 모진 것이 사람 목숨이라더니. 숱한 갈등과 고비를 넘기고 엄혹한 현실을 인정했을 때. 마치 세상을 구한 사람처럼 나에게도 평안이 찾아왔다.그 때. 답답한 병실을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어 휠체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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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07.1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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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어느 쓸쓸한 오후.낡고 어색한 행장을 한 나그네가 표표히 부석사(浮石寺) 산문을 들어서고 있었다.나그네는 천왕문에 이르러 먼 길의 호흡을 고르려는 양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사바세계의 풍상을 혼자서 짊어지고 온 듯 행색은 비록 남루했으나 눈빛은 형형했다.장엄한 대석단(大石壇)의 석축을 일별한 나그네는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고개를 끄덕이더니 혼잣말로 되뇌었다.'과시 구품만다라(九品曼茶羅)로고.'그러고는 나그네는 천천히 돌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구품만다라.사람들은 부석사를 그렇게 불렀다. 상품(上品), 중품(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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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덕 명예기자
2019.07.06 0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