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덕의 南道春風] 12(하)- "커피가 그리울 때면 고흥으로 가자"
[이해덕의 南道春風] 12(하)- "커피가 그리울 때면 고흥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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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해덕 제공
사진=이해덕 명예기자 제공

[비즈월드] 커피를 마시러 가기 전에 피굴과 낙지죽으로 유명한 ㅎ식당을 찾았다. 고흥에 북쪽 지명인 ㅎ식당이라? 혹시 디아스포라?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딸 이름이란다. 식당도 원래 주인은 두원면으로 이사를 가고. 지금 식당은 인수받은 거란다. 어쨌거나 북에서 고흥으로 왔다한들 그게 뭐 대수겠는가. 이와는 반대로 고흥의 만석꾼이 충북 보은으로 옮겨가 터를 잡은 이야기는 흥미롭다.

보성선씨 대지주였던 선영홍(宣永鴻, 본명 선형수, 1861~1924)의 이야기다. 선영홍은 도양면 관리(현 도덕면)에서 태어나 거금도 지역인 금산면을 기반으로 성공신화를 쓴다. 고흥 최초의 무역상으로 알려진 선영홍은 우뭇가사리를 중국과 일본으로 수출을 해서 고흥 제일의 거부(巨富)가 된 인물. 그의 재산은 무려 3만석에 이르렀다고 한다. 거부가 되었지만 미천한 신분에 갈등을 겪던 선영홍은 어느 날 꿈을 꾸게 된다. 꿈은 섬에다 집을 지으라는 것이었다. 섬에 집을 지으라니. 도대체 무슨 섬을 말하는 것인가.

예사롭지 않은 꿈이었다. 마침내 고흥을 떠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선영홍은 이름 난 지관과 함께 집을 지을 만한 섬(?)을 찾아 나섰고. 이에 합당한 후보지로 서울 여의도와 지금의 보은 ‘연화부수형(連花浮水形)’ 집터가 유력한 후보지로 좁혀졌다는 것이다. 지주였지만 소작인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남달랐던 선영홍. 그는 1904년 134칸의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한옥을 짓고 보은으로 이주하면서 두원면과 과역면, 점암면, 영남면 등 4개면 일대에 보유하고 있던 토지를 소작인들에게 나눠줬다. 이런 그에게 소작인들은 십시일반으로 쇠붙이를 모아 1922년 두원면에 철로 된 시혜비(施惠碑)를 세운다. 철비는 현재 보은에 있는데 지난 2004년 도로공사로 인해 옮겨갔다고 한다.

물산이 풍부한 고흥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이름하여 고흥 9미(味). 9미라니. 대단한 자부심이다. 이 중에는 고흥굴이 있는데 국가가 보증할 만큼 맛과 신선도가 뛰어난 고흥굴로 만든 별미음식이 바로 피굴이다. 피굴은 굴을 껍질 째 삶은 것이다. 굴을 삶아 알맹이를 분리한 다음 삶은 물에 갖은 양념을 해서 굴과 함께 내는데 이것이 별미다.

과역면은 고흥의 실제 관문과도 같다. 과역(過驛). 조선시대 북쪽 남양면에 벽사도찰방역인 양강역이 있었다. 과역은 이 역을 지나왔다는 뜻이다. 따라서 과역은 벌교와 고흥읍의 중간 기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어지간한 근린생활시설은 모두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커피사관학교이다. 폐교를 활용한 커피사관학교는 이름 그대로 커피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또 커피마을이라는 곳도 있어 고흥에서 재배한 커피를 마실 수가 있다. 그러니 커피를 마시러 고흥에 간다는 말이 공연한 허사(虛辭)가 아님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2월의 마지막 날. 종일토록 비가 내린다.

봄비.

비내리는 밤. 진한 커피와 함께 문득 그 애 생각이 난다. 오르가즘과도 같은 맛은 모르겠지만. 미상불(未嘗不)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시니컬했던 그 애를 볼 때면 은근한 질투심에 엇나갔던 기억. 그럴 때면 그 애는 차가운 지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칭찬 섞인 능숙한 애교를 선사하곤 했다.

그걸 못이긴 체 받아줬어야 했는데.

너 칭찬도 은근히 기분 나쁘게 한다.

못난 청춘!

봄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무심코 잔을 집어들다 노트북 자판 위에 커피를 쏟았다. 이런 제기랄. 활자가 제멋대로 찍힌다. 마치 그 애와 이별한 후, 걸어온 내 인생을 조롱이라도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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