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 중 8곳 이자 감당 어려워”… 올들어 5곳 부도에 565곳 폐업
‘4월 위기설’… 신세계건설 등 중견사 20여곳 리스트 나돌아 ‘충격’

서울 시내의 한 공사 현장. 사진=나영찬 기자
서울 시내의 한 공사 현장. 사진=나영찬 기자

[비즈월드] 올해도 건설사들의 줄도산·폐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기업 중 상당수가 대출이자를 낼 체력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악화하는 자금 사정에 올해 스러져 갈 기업이 현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4월 22대 총선이 끝나면 중견사들이 대거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4월 위기설’까지 나돌며 불안감이 고조된다.

19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건설기업 10곳 중 8곳은 이자를 낼 형편조차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협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를 물었는데 응답 기업(매출 500대 기업 중 102개사 응답)의 76.4%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3.5%)에서 임계치를 넘었다고 답했다. 여유가 있다는 기업은 17.7%에 그쳤다

자금 사정은 ▲평년과 비슷(43.1%) ▲곤란(38.3%) ▲양호(18.6%) 순서였다. 올 하반기 자금 사정 전망은 ▲비슷(52.9%) ▲악화(33.4%) ▲호전(13.7%) 순서였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이유는 고물가와 고금리다. 자금 사정 악화 이유를 ▲원자재·인건비 상승(31.4%) ▲높은 차입 금리(24.5%) ▲신규계약 축소(16.7%) 순으로 응답했다.

업계가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는 더 많은 건설사가 도산·폐업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건설사 중 21곳이 부도, 3568곳이 폐업하며 파장이 컸는데 올해는 19일 기준 건설사 중 5곳이 부도 처리됐고 565곳은 폐업했다. 이런 추세만 따져도 올해 최소 40곳 이상에서 부도가 나고 4000~5000곳 이상이 폐업한다.

악화한 건설업계 자금 사정에 총선이 끝나면 건설사들이 대거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란 ‘4월 위기설’도 나돈다. 이 명단에는 중견사가 20여곳이나 포함돼 충격을 던져줬다.

명단에 포함된 신세계건설은 최근 레저사업을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했는데, 일각에서는 신세계건설이 법정관리행을 막기 위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레저사업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14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신세계건설의 레저사업부문 일체에 대한 영업양수도 계약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신세계건설은 1800억원의 매각 대금 확보를 위해 ▲경기 여주시 자유CC(18홀) ▲경기 여주시 트리니티클럽(18홀) ▲아쿠아필드(하남·고양·안성 스타필드 내 3곳) ▲조경사업 등을 내놨다. 양 사는 3월 중 주주총회를 통해 양수도를 승인하고 4월 말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편 줄도산·폐업과 4월 위기설 등 벼랑 끝에 몰린 건설업계를 두고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장 자정이 필요하다는 두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측의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복합적 요인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며 “한계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금리‧수수료 부담 완화, 원자재 가격 안정화, 준공기한 연장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는 쪽은 건설업 호황시절 급격히 늘어난 업체 수를 꼬집는다. 2021년 9만1000여곳에서 2023년 10만여곳까지 늘어난 건설업체 중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업계 16위 태영건설을 비롯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건설사를 보면 부채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우후죽순 늘어났던 업체를 가릴 자정 작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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