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건설수주액 8.5조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 등 보수적 전략 수립
여력 없는 중소 건설사들은 줄폐업·법정관리행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나영찬 기자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나영찬 기자

[비즈월드] 건설사들이 불황의 늪에 빠졌다. 대형 건설사마저 급등한 공사비 탓에 사업성을 찾기 어려워 일감 수주를 아예 꺼리는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대형사는 웅크리며 건설업계 한파가 지나가길 버티고 있지만 여력이 없는 중소 건설사는 하나둘 쓰러져가는 모양새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월 건설수주액은 8조5639억원으로 전년 동기 18조4720억원 대비 반토막(-53.6%) 났다.

연 건설수주액도 추락했다. 연 건설수주액은 2022년 216조360억원에서 지난해 176조1386억원으로 18.46% 줄었다.

올해는 더 큰 감소 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건설사가 수주 목표를 조 단위로 내려 잡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목표 수주액을 28조9900억원으로 지난해 실적 32조4910억원보다 낮춰 잡았다. 대우건설은 13조2096억원에서 11조5000억원으로, DL이앤씨는 11조6088억원에서 9조원으로 설정했다.

건설사들이 수주 목표를 낮추는 이유는 일해도 돈이 되지 않아서다. 원자잿값·인건비·금리 등이 일제히 치솟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로 돈줄까지 막히자 ‘올해는 버티자’는 전략으로 수주 활동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이앤씨도 최근 저가 수주 전략을 버리며 보수적으로 선회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도시정비사업에서 경쟁사 대비 낮은 금액에 입찰하는 저가 수주 전략으로 부산 촉진2구역 수주 등 파죽지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공들였던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입찰을 포기했다. 공사비가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낮은 금액이라는 이유에서다. 한성희 대표가 물러나고 전중선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은 뒤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공사도 외면받고 있다. 공공공사는 대금 지급이 안전해 리스크가 적지만 급등한 공사비가 발주액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유찰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대형사마저 몸을 사리는 상황에서 체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는 줄폐업하고 있다. 올해 폐업한 건설업체 수는 이날을 기준으로 종합공사업 93개, 전문공사업 705개 등 총 798개다.

중견 건설사도 법정관리행이다. 법원 공고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5위 중견건설사 새천년종합건설과 122위 선원건설을 비롯해 토담·송학·세움·하이·미주 등 중견사들이 자금난에 빠져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어둡다. 준공 후 미분양이 1월 말 기준 전국 6만3755호로 꾸준히 늘어 나는 상황에서 자금 회수가 안 되는 건설사들이 더 많이 쓰러져 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건설기업을 가장 크게 힘들게 하는 건 공사비인데 원자잿값이나 인건비, 금리 등이 떨어지지 않아 공사비를 낮출 수 없다”며 “공사비를 낮출 수 있어야 주택이든 토목이든 시장에 팔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데 그럴 여력이 안 되다 보니 그저 버티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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