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현대건설·삼표그룹 등 고기능 갖춘 신기술 현장에 적용
겨울철 시공 안전성 높이고 탄소 배출량도 줄여 친환경인증 확보 

저탄소 PC를 설치 중인 래미안 트리니원(반포주공1단지 3주구) 현장. 사진=삼성물산
저탄소 PC를 설치 중인 래미안 트리니원(반포주공1단지 3주구) 현장. 사진=삼성물산

[비즈월드] 건설의 핵심 자재인 콘크리트가 신기술을 만나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다. 고기능을 부여해 현장 시공성을 혁신하거나 탄소 배출량을 줄여 친환경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삼성물산·삼표그룹 등은 미래 건축의 변화를 이끌 ‘콘크리트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새로운 건축의 기초를 다지고 있다.

먼저 겨울철 콘크리트 작업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된 ‘조강 콘크리트’의 시장 적용이 확대되며 건물의 안전성이 높아지고 있다.

콘크리트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양생 기간이 길어져 품질·강도가 저하된다. 특히 양생 중 내부에서 물이 얼어버리면 그 상태에서 굳었다가 날이 풀리면 언 물이 녹아내리고 해당 부분에 구멍이 생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도 겨울철 콘크리트 타설을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빚어진 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건설의 나노입자 조강 콘크리트 원리.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의 나노입자 조강 콘크리트 원리.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은 겨울철 공사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할 ‘나노입자 조강 콘크리트’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현대건설의 나노입자 조강 콘크리트는 겨울철 양생 시 갈탄·히터 등으로 열을 공급해 10℃ 이상의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일반 콘크리트와 달리 5℃만 충족되면 24시간 안에 5MPa 이상의 강도를 발현해 내구성을 확보한다.

동절기 공사는 콘크리트 강도 발현이 늦어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무리한 작업이 감행되기도 한다. 현대건설은 나노입자 조강 콘크리트의 빠른 강도 발현으로 후속 작업 역시 빠르게 진행되며 안정적인 작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많은 열원이 필요하지 않아 화재나 질식 등의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고 에너지 소모도 줄어든다는 장점이 추가된다.

이 기술은 ‘조강형 개량 시멘트와 조강 촉진형 혼화제 및 나노 C-S-H 자극제를 사용한 동절기 건설공사 중 붕괴사고 저감용 콘크리트 기술’라는 명칭으로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신기술 제2023-27호’로 지정됐다. 콘크리트 기술로 재난안전신기술 인증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국내 최초다.

현대건설은 나노입자 조강 콘크리트를 ‘대곡-소사 복선전철 2공구’, ‘힐스테이트 인덕원 베르텍스’ 등 다수 현장에 적용했고 앞으로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블루콘 윈터 검증 시연회. 사진=삼표그룹
블루콘 윈터 검증 시연회. 사진=삼표그룹

삼표그룹도 겨울철 콘크리트 동해를 방지할 수 있는 ‘블루콘 윈터’를 개발해 시중에 판매하고 있다. 블루콘 윈터는 영하 10도 조건에서도 48시간 만에 압축강도 5MPa이 발현돼 겨울철 공사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삼표그룹은 이 밖에도 현장 혁신을 주도할 다양한 특수 콘크리트를 보유하고 있다. 별도의 다짐 작업이 필요 없는 자기충전 방식의 ‘블루콘 셀프’, 초기 압축 강도를 높여 타설 후 18시간 만에 거푸집 탈형이 가능한 ‘블루콘 스피드’ 등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또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삼표 모바일 배치 플랜트(Batch Plant, 레미콘 배합설비)도 현장에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고정식이 아닌 이동 가능한 컨테이너와 사일로(저장시설)로 구성된 모듈러형 생산 설비로 손쉬운 설치·해체가 가능해 작업 현장에 맞춰 최적화된 동선 배치가 가능하다.

현장에서 레미콘 생산이 가능해지는 만큼 즉시 타설이 가능하고 레미콘 믹서트럭의 운행을 최소화해 탄소배출 감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탄소 콘크리트 실험체 타설 과정. 사진=삼성물산
저탄소 콘크리트 실험체 타설 과정. 사진=삼성물산

고기능 콘크리트만큼 ‘저탄소 콘크리트’ 개발 열기도 뜨겁다. 콘크리트는 건설의 핵심 자재지만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콘크리트 비율의 30%를 차지하는 시멘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기 때문이다. 시멘트는 1t(톤)을 생산할 때 약 0.9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삼성물산은 저탄소 콘크리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최대 화두인 탄소 중립 실현에 나아가기 위해서다. 일반 콘크리트 대비 탄소 배출량을 약 40% 낮춘 저탄소 PC(precast concrete, 공장이나 현장 근처에서 미리 제작한 콘크리트)를 개발해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또 제로 시멘트 보도블록을 개발해 래미안 단지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시멘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탄소 배출량을 70%나 줄인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콘크리트 제조와 현장 적용 과정에서 탄소 감축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탄소저감 콘크리트 방법론’을 개발해 대한상공회의소 탄소감축인증센터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탄소저감 콘크리트 방법론은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원리와 감축량을 산정하는 방식, 현장 적용 시 모니터링 절차 등 탄소 감축과 관련한 일련의 검증 절차를 규정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이 기술 적용을 통해 일반 콘크리트 대비 1㎥당 0.1t의 탄소 감축 효과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물산 외에도 건설사들의 저탄소 콘크리트 개발 열기는 뜨겁다. 지난해 롯데건설은 탄소 배출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콘크리트’를 개발했고 대우건설은 탄소 배출량을 52% 줄인 ‘저탄소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를 개발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자재인 콘크리트의 기능을 향상하며 미래 건설의 기초를 다지고 있다”며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 방향으로 삼아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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