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KT 신사옥 공사 중 인플레이션으로 171억 손해
KT, 쌍용건설 증액 요청에 ‘물가변동 배제특약’ 들고 맞서
쌍용건설 2차 시위 예고에 협상 나선 KT…업계도 상황 주목

지난해 10월 쌍용건설 직원들이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유치권행사에 나선 장면. 사진=쌍용건설
지난해 10월 쌍용건설 직원들이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유치권행사에 나선 장면. 사진=쌍용건설

[비즈월드] 쌍용건설이 KT와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다. KT 판교 신사옥을 짓던 중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불가항력 요인으로 공사비가 치솟아 수백억대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은 이익은 고사하고 손해만 해결할 수 있도록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KT 측은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들며 이를 거절하고 있다.

이 사건을 비롯해 최근 전국에서 공사비 증액 문제로 발주처와 시공사 간 갈등 사례가 많은 만큼 건설업계는 선례가 될 수 있는 쌍용건설과 KT의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KT 판교 신사옥 공사를 진행하며 171억원의 손해를 봤다. 지난 2020년 도급계약 체결 이후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잿값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KT 판교 신사옥은 지난해 4월 준공됐다. 지하 4층~지상 12층 규모다. 쌍용건설이 지난 2020년 공사비 967억원으로 단독 수주했다. 문제는 공사 수주 이후로 원자잿값 등 공사비가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쌍용건설은 수주 금액으로 공사 진행이 불가능해 171억원을 추가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쌍용건설 측은 공사비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도 계약서상의 준공 일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KT는 공사비 인상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쌍용건설은 이익은 제쳐두고 손실을 메꾸려고 171억원 증액을 요청했지만 KT는 물가변동 배제특약(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배제)을 들며 공사비를 더 줄 법적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과 관련해 쌍용건설 관계자는 “계약서에 해당 특약이 들어가 있더라도 입찰경쟁으로 수주한 시공사 입장에서는 그대로 사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시공사는 대기업 발주처의 계약서 토씨 하나도 바꾸기 힘들고 본전이라도 찾자는 심정으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쌍용건설 직원들이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유치권행사에 나선 장면. 사진=쌍용건설
지난해 10월 쌍용건설 직원들이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유치권행사에 나선 장면. 사진=쌍용건설

공사비 갈등이 격화하자 지난해 10월 쌍용건설 직원과 협력업체 30여명은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유치권행사에 돌입했다. 공사비 증액을 KT가 들어주지 않아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이유에서다.

유치권행사 이후 KT가 공사비 증액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갈등이 진화되나 싶었지만 진전은 없었다. 쌍용건설은 이날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2차 시위를 열 예정이었지만 KT 측이 협상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연기된 상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실무자 간 접촉은 있었지만 KT의 미온적 태도가 수개월이나 계속되고 있어 직원들이 시위에 나서고 있다”며 “지금도 KT에서 협상을 요청했지만 부정적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법무 검토 결과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증액 의무가 없다고 확인됐지만 쌍용건설이 제기한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절차에 참여하는 등 원만한 타결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건설·롯데건설·한신공영 등 건설사도 KT가 발주한 공사를 진행하며 늘어난 공사비 때문에 손실을 봤거나 보는 중이라 앞으로 KT와 건설사 간의 공사비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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