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에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가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신한금융그룹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신한금융그룹

◆ 진옥동 회장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1961년생으로 덕수상고와 방송통신대학 경영학을 졸업했고 중앙대학교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 고등학교 졸업 후 기업은행에 입사했다. 1986년 신한은행에 이직해 신한은행장 자리까지 오르는 '고졸 신화'를 이뤘다.

진 회장이 실력을 인정받은 곳은 일본이다. 1997년 오사카 지점에서 5년간 근무했으며 이후 국내에 돌아왔다가 2008년 오사카 지점장으로 일본에 복귀했다. 그는 일본법인인 SBJ은행이 당국 금융청 인가를 받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당기순이익을 2배로 늘리는 등 성과를 거둬 법인장에서 부행장으로 두 단계 수직 승진했다.

이후 그룹 최고브랜드책임자(부사장)을 거쳐 2018년 12월 신한은행장으로 확정된다. 당시 신한 문화에 대한 열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안정시킬 인물이라는 평을 받았다.

진옥동 회장은 은행장 4년을 맡으며 '고객 중심' 전략과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금융지주 회장직에 임명됐다. 코로나19 위기 관리 능력도 높게 평가받았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해 은행장으로서 8억25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신한금융 회장 임기는 3년으로 2026년 3월까지다.

◆ 신한은행 '디지털·조직문화·데이터' 대혁신 이끌어

진옥동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할 당시 그룹 내·외부에서 '제2 신한사태 논란'과 '금융권 채용비리' 등 여러 사건이 터지면서 혼란이 이어졌다. 진옥동 당시 행장은 그룹 분위기를 쇄신하면서 KB국민은행과 '리딩뱅크' 경쟁까지 이어 나가야 하는 어려운 책무를 맡게 됐다.

진 회장은 은행장 취임 초기 서울·경기·대전·호남·부산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현장 고객들과의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아닌 주 40시간 근무제를 선제 도입하며 직원들의 마음을 열었고 신입 직원들과는 치킨과 맥주를 같이 마시며 은행장으로서의 벽을 허물었다.

그는 신한은행장 임기 동안 '내부 구조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내부 경쟁을 유발하는 상대평가 방식을 폐지한 후 목표 달성률을 중시하는 '같이 성장 평가제도'를 도입했고, 임원 개인방을 없애 실무진과 함께 소통하도록 했다. 아울러 학계·법조계 등 전문가 5인과 투자 상품 전문업체를 위원으로 구성한 '신한 옴부즈만'을 도입해 고객 중심 경영의 닻을 올렸다. 은행 내 다양한 정책을 금융소비자보호 관점에서 돌아보기 위한 방책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진 회장의 여러 혁신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진 회장은 임기 내내 '디지털·데이터 전환'을 중시했다. 

진옥동 회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혁신)'을 내세우며 조직과 인력 면에서 디지털 유목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T 인력을 뽑아 이들을 영업점에 배치했고 현장 영업 직원들과 소통하며 소비자 중심의 디지털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 회장은 디지털 전략을 기획, 실행하는 총괄 조직인 'DT추진단', 은행장 직속 조직 '디지털혁신단', 디지털 대면 업무를 담당하는 '디지털영업부' 등을 신설하며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디지털 부서의 성과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나타났다. 일하는 방식의 디지털 전환을 노린 워킹 플랫폼 '몰리메이트'와 디지털 신규 사업 서비스 공간 '익스페이스', 소상공인 상생 배달 앱 '땡겨요', 자산 통합 서비스 '마이데이터' 등을 예시로 들 수 있다. 금융권 최초 메타버스 서비스 '시나몬'과 기존 신한은행 앱을 업그레이드한 '뉴 쏠'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진 회장은 인공지능(AI) 강화도 주문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0년 AI통합센터를 설립해 은행의 모든 업무를 AI 관점에서 재설계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22에 참가해 'AI 뱅커'를 활용한 혁신 금융서비스를 시연했다. AI 챗봇 '쏠메이트'와 AI 자산관리 서비스 '마이 AI 쏠루션', 'AI 이상탐지 ATM' 등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을 모두 충족하는 AI 서비스를 선보여 왔다.

그는 은행장 시절엔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에도 열성을 다했다. 지난해 5월 베트남 '티키' 지분 인수에 참여했고 임기 내 15개 이상 지점을 늘리며 외국계 은행 중 가장 많은 지점(46개)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 2021년 10월에는 시중은행 최초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대표 사무소를 개설했고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등에도 지점을 설립하며 해외 사업 영역을 넓혔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해외법인 당기순이익은 4269억원으로 전년 대비 66.2% 증가했다. 코로나19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현지 모바일 앱 출시와 기업금융 중심의 성장세로 이뤄낸 성과다.

진옥동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변화 흐름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눈에 띄는 성과는 '자영업자 지원'이다. 신한 소호(소규모 개인사업자) 성공지원 센터와 소호 사관학교를 설립해 자영업자 컨설팅과 대출 지원 등을 진행하며 수십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감독원 통계 기준 '관계형 금융 우수 은행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인권 침해와 환경파괴 개발사업에 대출하지 않는 '적도원칙'에 가입했으며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채권을 인수하지 않는 '탈석탄 금융'에 동참했다.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신설해 선도 은행으로서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진 회장이 은행장 시절 신한은행은 실적 면에서 역대급 성과를 이뤄냈다.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2조2790억원에서 2019년 2조3292억원, 2020년 2조778억원에 이어 2021년 2조4944억원, 지난해 3조4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신한은행 성과를 기반으로 신한금융이 KB를 제치고 리딩금융을 탈환하기도 했다.

진 회장은 임기 내내 리딩뱅크를 차지하는 것보다 혁신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시대를 읽는 탁월한 안목을 기반으로 '혁신'과 '성과'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 '라임펀드·해외 이상송금' 책임론 등 위기도

신한은행은 지난 2019년 라임펀드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 관련 불완전판매로 투자자들에 피해를 입혔다.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주의적 경고'를 받았고 신한은행은 석 달간 사모펀드 신규판매 정지와 과태료 57억원 처분을 받았다. 애초 은행장 임기 정지까지 이어지는 '문책 경고'가 예고됐으나 소비자 피해 구제 노력이 반영돼 징계 수위가 경감됐다. 

금융 당국은 지난 20일 신한은행 등 은행권의 '이상 외화송금 사건' 제재 수위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의 이상송금 규모는 23억6000만 달러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사 임직원의 외국환거래법 등 법규 위반 혐의를 확인했다. 외화송금은 주로 국내외 자산의 시세 차이를 노린 수법으로 진행됐으며 금융 당국은 은행에도 관리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복현 금감원장은 당시 은행장 등 CEO 제재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에서 그룹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신한 퓨처스랩' 참석 기업을 대상으로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에서 그룹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신한 퓨처스랩' 참석 기업을 대상으로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 ‘조용병 우산’ 벗어나… 진옥동이 그릴 신한의 미래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19일 취임 후 첫 해외 투자자 미팅(IR)을 진행했다. 신한 디지털 RE100 선언과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지 등 아직은 회장으로서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취임 당시 강조한 내용으로 '내부 통제 강화'와 '금융 혁신', '고객 중심 사고' 등이 있지만 자세한 이행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신한금융그룹은 그동안 '매트릭스 사업'을 강조해온 역사가 있다. 그룹사와 사업부문 간 체계를 강화하고 자회사인 신한은행, 신한카드, 캐피탈 등 역량을 한 데 모으는 전략이다. 진 회장은 신한은행장으로서의 경력을 살려 디지털·인공지능·해외사업 등 부문에서 계열사의 역량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용병 전 회장은 진옥동 회장과 마치 ‘바늘과 실’처럼 환상 호흡을 맞추며 6년간 신한금융을 '리딩금융'으로 이끌어왔다. 평소 조용병 전 회장에 대한 존경을 자주 표했던 진 회장이 조 전 회장의 ‘우산’에서 벗어나 앞으로 그려 나갈 신한금융의 미래에 이목이 집중된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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