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에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가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박정림 KB증권 사장. 사진=KB증권
박정림 KB증권 사장. 사진=KB증권

◆ 박정림 사장은?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1986년 체이슨맨해튼 서울지점에 입사해 금융권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박정림 사장은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굵직한 경력을 쌓아왔다. 삼성화재 자산리스크관리부 부장, KB국민은행 시장운영리스크 부장과 WM 본부장을 거쳐 KB증권 WM부문 부사장과 KB금융지주 WM총괄 부사장, KB국민은행 WM그룹 총괄부행장까지 역임했다. 금융지주 내 WM 부문은 두루 섭렵한 셈이다.

이러한 자산관리 비즈니스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8년 말 김성현 사장과 함께 KB증권 공동 대표로 내정된다. 당시 WM 부문뿐만 아니라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 업무와 리스크·여신 관리 등에도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박 사장은 증권가 최초의 여성 CEO다. 자연히 발탁 배경에 대한 대내외 관심이 쏠렸다.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사장은 뛰어난 업무 능력과 함께 친화력·끈기 면에서 강점을 갖췄다. 서울대 경영학과 동기로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 등 인맥 네트워크도 보유하고 있다.

박정림 사장은 지난해 9억16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올해(2023년)까지 임기 예정이다.

◆ KB투자·현대증권 합병 후 성장 견인…'디지털화 흐름' 주도

박정림 사장이 임기를 시작할 당시인 2019년은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통합(2017년) 진통이 마무리되던 시점이다. 박 사장은 WM, 세일즈앤트레이딩, 경영관리 부문을 도맡아 IB 전 부문을 맡은 김성현 대표와 '본격 성장' 흐름에 동행하게 된다.

KB증권은 2019년 초대형 IB로 인정돼 발행어음 발행 인가를 받는 등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박정림 사장은 고객 중심 자산관리 사업을 강조하며 영업 DNA를 심었다. 은행·증권 WM 복합점포를 늘렸으며 원화 해외주식 서비스 '글로벌 원마켓' 마케팅과 해외 주식 리서치를 강화했다.

발행어음 사업은 출시 6개월 만에 판매 잔고 2조원을 돌파하는 등 흥행했다. 2023년에는 7조2000억원을 돌파했다. KB증권의 WM 개인 자산도 2021년 말 11조6000억원, 올해 5월 18조원을 넘어서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박 사장은 새로 도입된 디폴트옵션(연금) 활성화에도 힘써 지난해 개인고객 연금계좌 잔고는 전년(2021년) 대비 32.7% 증가한 1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박 사장이 중요히 여긴 부분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변화)'이다. 코로나19 이후 모바일홈트레이딩시스템(MTS) 등 모바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KB증권은 MZ세대를 겨냥한 '마블미니'와 구독형 주식 자문 서비스 '프라임클럽', 주식거래 초보 전용 '바닐라' 등을 출시했다. 현재 바닐라는 일부 서비스 중단 등 고초를 겪고 있지만 마블미니와 프라임클럽은 월이용자수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KB증권은 이스트소프트,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기업과 협력해 인공지능(AI) 연구·간편투자 플랫폼 등을 선보이며 신기술 도입에도 적극 나섰다. 박정림 대표는 디지털 금융을 활성화한 공로로 한국IDC가 개최한 제4회 IDC DX어워드에서 한국 'DX CEO'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수직적인 조직을 허물고 일하는 방식을 재정립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다. 자율 좌석제와 재택 근무, 임원실 없는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하는 한편 MZ세대들과 직접 소통하는 'CEO 타운홀 미팅'도 매년 2회씩 진행하고 있다. 최초 여성 사장인만큼 양성평등에도 힘써 지난해 기준 여성 부점장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취임 당시 10% 초반에서 2022년 20%를 넘기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셈이다.

KB증권의 실적은 박 사장 취임 이후 급격한 성장 곡선을 그려왔다. 2019년 2900억원 당기순이익, 2020년 4330억원, 2021년 6002억원, 지난해 1948억원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인한 채권 손실분이 반영돼 순이익 하락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 라임펀드 관련 금감원 분조위 권고안 수용 등 피해회복 위해 노력

박정림 사장은 라임펀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 조치를 받았다. 사모펀드 판매 당시 부당권유와 절차 위반, 필수 기재사항 누락 등 내부통제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최고경영자(CEO)에 책임이 돌아갔다. 지난 2020년 권고받은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3년 동안 금융사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올해 금융위원회 주도로 금융회사 제재 절차가 재개되면서 박 사장의 징계 조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사장은 그동안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공을 들여온 만큼 이를 감안해 징계를 완화해 주길 바라는 입장이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증권사 사장 연임은 물론이고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서도 자연히 탈락한다. KB증권은 '라임AI스타1.5Y' 펀드 개인투자자 3명에 추정손실액의 60~70%를 배상하라 제시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 중이다.

(왼쪽부터) 김영문 동서발전 사장, 박정림 KB증권 대표, 이재범 하이카이브 대표가 '재생에너지 자산활용 토큰 증권 사업추진 업무협약식'을 마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동서발전
(왼쪽부터) 김영문 동서발전 사장, 박정림 KB증권 대표, 이재범 하이카이브 대표가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에서 '재생에너지 자산활용 토큰 증권 사업추진 업무협약식'을 마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동서발전

◆ 'KB금융 회장' 후보에도 물망… 토큰증권 등 신사업 '눈길'

KB금융그룹은 2020년 그룹 부회장직을 신설했다. 허인 부회장과 이동철 부회장, 양종희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총괄부문장으로 활약 중이다. 박 사장은 KB금융지주 자본시장부문과 CIB부문, AM(자산운용) 부문을 모두 총괄하는 등 그룹 내 영향력으로 차기 회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박정림 사장의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KB증권의 최대 화두는 '토큰증권'이다. KB증권은 스탁키퍼, 서울옥션블루 등과 토큰증권 생태계 'ST 오너스'를 구성했다. 동서발전, 하이카이브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토큰증권 사업도 구상 중이다. 지난 3월 박 사장은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 참여해 증권회사의 발전을 위해 자본금 증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기업 투자금융·벤처 지원 등 증권 사업의 미래도 제시했다. 

최근 KB증권을 포함한 증권 업계에서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 관련 '대규모 폭락 사태'가 부각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권가에 직접 책임을 물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지만 한국 증시에 대한 불신과 안전장치 마련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연일 터지는 투자 관련 사건 사고와 경제 침체 위기를 두고 박정림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진 요즈음, 박 사장이 어떤 방식으로 남은 2023년을 헤쳐 나갈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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