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을 맞은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가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엔지니어링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엔지니어링

◆ 남궁홍은?

남궁홍은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다. 부진했던 과거를 털고 기회의 땅 중동에서의 대형 사업 수주와 모듈공법 등의 혁신전략으로 호실적을 이어 갈 무거운 책임을 짊어졌다.

남궁 대표는 1965년 8월생이다. 상문고등학교와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엔지니어링에 1994년 10월 입사해 29년 동안 일했다. 마케팅기획팀장, 아랍에미리트 법인장 겸 마케팅1그룹장, 플랜트사업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회사는 남궁 대표를 ‘화공 플랜트사업 전문가’로 소개한다. 아랍에미리트 법인장 시절인 2015년 저가수주 후유증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몰린 회사를 구원하기 위해 영업부문에서 활약하며 사내 입지를 굳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성안 전 대표 재직 기간 다수의 화공 플랜트사업을 수주했다. 최근 정세가 불안정한 만큼 남궁 대표가 이 사업에서 얼마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궁 대표는 올해 1월 18일 삼성엔지니어링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후속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회사 주식 1만5260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0.01%다. 2023년 3월 20일 1026주를 사들이고 4월 3일 1만4234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 삼성그룹의 ‘미운 오리새끼’ 꼬리표 떼는 데 선봉

남궁홍 대표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삼성그룹의 가치를 끌어내렸던 삼성엔지니어링이 ‘미운 오리새끼’ 꼬리표를 떼는 데 선봉에 섰다.

남궁 대표는 아랍에미리트 법인장 시절인 2015년 저가수주 후유증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몰린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중동 사업을 직접 챙겼다. 영업부문에서 활약했는데 이때의 성과로 ‘중동 전문가’ 혹은 ‘중동통’으로 인식되고 있다.

당시 삼성엔지니어링은 2010년대 초반 중동시장에서 벌인 저가 입찰 전략의 후폭풍을 제대로 맞았다. 당장 실적만 추구한 무리수가 회사를 휘청이게 했다. 2013년 1조280억원, 2015년 1조45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해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와 사옥 매각까지 추진했다.

남궁홍 대표는 최성안 전 대표를 보좌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했다. 저가수주를 버리고 수익성이 양호한 프로젝트만 선별·수주하는 전략으로 수익성을 개선했다. 플랜트사업에서는 기본설계(FEED)와 설계·조달·시공(EPC)까지 진행하는 ‘FEED to EPC’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 10년 부진 털고 지난해 ‘최대 실적’… 취임 첫해 성적표 부담감

삼성엔지니어링은 10년 부진을 털고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수주·매출·영업이익 모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순이익은 역대 최대다.

지난해 연간 실적으로 ▲매출 10조543억원 ▲영업이익 7029억원 ▲순이익 5953억원 등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34.3%·39.7%·69.6% 늘었다.

지난해 원자잿값 상승으로 주택사업에 치중한 건설사들의 쓴맛을 봤던 것과 달리 중동·멕시코·말레이시아 등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올 1분기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 2조5335억원 ▲영업이익 2254억원 ▲순이익 1759억원 등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올랐다. 남은 2~4분기도 호실적을 이어간다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호실적 뒤에는 수익성 중심 프로젝트 관리와 철저한 원가관리 노력이 있었다.

◆ 실적 개선됐지만… 돌발에 약한 대형 사업은 ‘변수’

남궁홍호 삼성엔지니어링은 그간의 부진을 털고 최근 시장 악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업계에서 좋은 성과를 내며 주목받는다.

문제는 회사 매출에서 큰 부분이 대형 플랜트사업이라는 점이다. 대형 플랜트사업은 하나의 프로젝트 규모만 해도 조 단위인 것이 많다. 규모가 워낙 커서 돌발상황에 약하다. 플랜트사업은 공사 관리를 잘하는 게 수익성과 직결된다. 각 공정 스케줄을 잘 조절해 지연되는 일이 없이 착착 진행돼야 공기도 맞추고 쓸데없는 비용도 나가지 않는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은 국제정세를 뒤흔들고 산업계에 커다란 타격을 입혔다. 앞으로 또 이런 사건이 터지지 말란 법은 없다. 남궁 대표의 리스크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남궁홍 대표는 전임 최성안 대표와 달리 플랜트 실무 경험이 부족해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 남궁 대표의 커리어가 영업·마케팅 등 주로 스탭 부서에서 쌓아진 만큼 나오는 우려다. 

◆ 기회의 땅 중동과 혁신전략 성과로 ‘비상’

남궁홍호 삼성엔지니어링은 기회의 땅 중동에서의 대형 사업 수주와 모듈공법 등 혁신전략 성과로 비상을 준비한다.

올해 초 중동에서 낭보를 전해왔다. 지난 1월 카타르에 지어질 세계 최대 규모의 에틸렌 플랜트인 ‘카타르 RLPP’에 1조6000억원 규모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시설이 완공되면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208만t(톤)의 에틸렌을 생산하게 된다. 같은 달 아랍에미리트의 국영석유기업 아드녹으로부터 ‘해일 앤 가샤 가스전 프로젝트 육상설비’ 초기업무에 대한 낙찰통지서를 받기도 했다.

또 리스크가 많은 플랜트사업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모듈공법을 도입한다. 모듈공법은 별도의 현장에서 모듈을 제작하고 실제 현장에서 설치하는 공법이다. 공기 단축과 품질 확보, 사고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

실제 삼성엔지니어링은 플랜트사업에서의 리스크 감소와 원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모듈공법을 활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멕시코와 중국 등 16개의 프로젝트에 모듈공법을 적용한 바 있다.

지난 9일에는 유럽 최대의 종합 에너지 기업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의 OMV와 회사의 모듈 기술 적용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기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ISO(국제표준화기구)의 프로젝트 분야 국제표준 4종을 동시에 획득한 바 있다. 이 인증 획득으로 회사의 주력인 플랜트 EPC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발주처의 국제표준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설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사명 변경도 내부 검토 중이다. 후보는 ▲삼성어헤드 ▲삼성퍼스티브 ▲삼성인스파이어 등이다.

지속적인 유가 상승으로 주머니를 불린 중동이 플랜트사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중동 전문가로 통하는 남궁홍 대표의 역량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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