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을 맞은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가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 사진=SK에코플랜트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 사진=SK에코플랜트

◆ 박경일은?

박경일은 SK에코플랜트의 대표이사 사장이다. 건설사는 건설을 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을 깨고 회사를 환경·에너지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건설에서 축적한 시공 노하우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환경·에너지사업에서 극대화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있다.

박경일 대표는 SK에코플랜트로 오기 전 SK그룹에서 투자전략과 인수·합병을 담당한 경영 전문가다. SK에코플랜트에서도 이 같은 역량을 발휘하며 건설사업→환경·에너지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궁극적 목표는 국내를 대표하고 세계에서 인정받는 환경기업으로의 도약이다.

박 대표는 1969년 1월 충북 청주시에서 태어났다. 청주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학사 졸업했다.

1994년 신세기통신 재무관리실에 입사했다. 이후 SK텔레콤(2002~2016년)에서 경영기획팀장·전략기획실장을, SK주식회사(2017~2020년)에서 PM전략실장·SV추진담당·행복디자인센터장을 거쳤다.

2021년 1월 SK에코플랜트(당시 SK건설, 5월에 사명 변경)에 사업운영총괄로 왔다.

같은 해 10월에는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다.

지난해 보수로 17억6600만원을 수령했다. 급여 10억원, 상여 7억6200만원, 기타 근로소득 400만원 등이다.

임기는 오는 2024년 3월 25일까지다.

◆박경일호 SK에코플랜트, ‘볼트온’ 전략으로 환경·에너지사업 몸집 불려

박경일호 SK에코플랜트는 볼트온(Bolt-on : 동종업계 인수·합병으로 시장 지배력 확대) 전략으로 환경·에너지사업의 몸집을 불려 왔다.

먼저 환경사업에서 수처리 1위, 일반소각 1위, 매립 3위의 환경기업으로 도약했다.

지난 2020년 수처리·폐기물 회사 환경시설관리(전 EMC홀딩스)와 연관기업 인수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2개의 폐기물 처리, E-waste(전자 폐기물), 리사이클링 기업을 인수·투자했다. 

2050년 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 선점을 위해서도 한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2월 테스(TES)를 인수하고 미국 어센드 엘리먼츠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22개국에서 44개의 처리시설을 갖췄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밸류체인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오션플랜트가 제조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사진=SK에코플랜트
SK오션플랜트가 제조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사진=SK에코플랜트

에너지사업은 해상풍력에서 SK오션플랜트(전 삼강엠앤티)를 인수하며 하부구조물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 영토를 먼 이국의 바다까지 확대하고 있다.

태양광에서는 탑선에 전략적 투자를 통해 사업개발, 발전소 건설·운영, 태양광 모듈 제조 등 전 분야에 걸친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또 미국 블룸에너지와의 합작법인을 경북 구미시에 세우고 세계 최고 수준의 발전효율을 갖춘 연료전지를 국내에서 생산 중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물에서 수소를 분리해 내는 친환경 수소 생산 실증에도 성공했다. 해상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수전해기를 통해 그린수소 밸류체인 상용화에 나선다.

환경·에너지사업에 집중한 성과는 매출로 가시화되고 있다.

2021년 회사 매출 비중은 ▲환경사업 4407억5600만원 7.09% ▲에너지사업 4241억4500만원 6.82% ▲솔루션사업 5조3555억4200만원 86.09% 등이다.

2022년 회사 매출 비중은 ▲환경사업 7822억9100만원 10.36% ▲에너지사업 1조2645억2400만원 16.75% ▲솔루션사업 5조5040억4800만원 72.89% 등이다.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건설과 관련한 솔루션사업의 비중은 줄어들고 환경·에너지사업이 성장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에너지사업은 1년간 8000억원 가까이 성장하며 회사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 해상풍력 사업 강자로… 국내외 활동에 눈길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왼쪽 세 번째)과 얀 입소 코비 부사장(왼쪽 두번째)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에코플랜트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왼쪽 세 번째)과 얀 입소 코비 부사장(왼쪽 두번째)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에코플랜트

박경일호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 사업에서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다.

박경일 대표는 지난해 12월 해상풍력 선도 국가인 덴마크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직접 출장길에 올랐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해상풍력 컨설팅·엔지니어링 기업 코비(COWI)와 ‘국내 해상풍력 개발·신재생에너지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코비와의 만남 이후 세계 최대 규모 그린에너지 투자운용사 CIP(Copenhagen Infrastructure Partners)와 CIP 산하 해상풍력 개발사 COP(Copenhagen Offshore Partners)를 만나 협력을 약속했다.

이때 박경일 대표는 “해상풍력 최강국인 덴마크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논의할 수 있어 의미가 깊다”며 “해상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사업을 통해 세계에서도 사례가 드문 그린수소 밸류체인을 완성하고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상풍력 전문 자회사 SK오션플랜트와의 시너지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SK오션플랜트는 삼강엠앤티가 지난 2월 이름을 바꾼 회사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한 인지도와 경쟁력이 높다.

SK오션플랜트는 세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코리오 제너레이션이 세계 4개국에서 추진 중인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함께하기로 했다. 함께 할 프로젝트 규모만 약 6.8GW에 이른다. SK오션플랜트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과 해상변전소를 제작해 공급하고 코리오는 해상풍력 사업 개발·투자·관리를 전담한다.

K-부유체 모형 수조 테스트. 사진=SK에코플랜트
K-부유체 모형 수조 테스트. 사진=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와 포스코가 함께 개발한 부유식 해상풍력 ‘K-부유체’는 부유체 구조물 인증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인 노르웨이 선급협회 DNV로부터 기본설계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K-부유체는 10MW급 반잠수 부유식 모델이다. 통계상 50년에 한 번 발생하는 초속 약 40m/s 태풍도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무사고 기념행사 무색하게 2명 사망… 자회사 EMC는 사고 은폐 의혹도

지난해 5월과 6월 SK에코플랜트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2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2021년 11월 ‘중대 무사고 500일 기념행사’를 개최했지만, 행사가 무색하게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5월 경기 고양시 GTX A노선 민간투자사업 제3공구 공사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약 7m 높이의 공사장 터널 천장에서 떨어진 숏크리트 덩어리를 맞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지방선거가 열렸던 6월 1일 인천 서구에 위치한 ‘인천 SK리더스뷰 2차’ 주상복합 신축 공사 현장에서는 60대 노동자가 굴삭기 버켓에 깔려 숨졌다. 이 사건을 두고 지방선거날인 휴일에 꼭 작업을 이어갔어야 했냐는 지적도 잇따랐다.

또 자회사인 환경시설관리주식회사(이하 EMC)는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일어났는데 이를 언론사에 제보하지 말라고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EMC 마포 소각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A씨는 소뇌위축증 판정을 받고 병가를 냈지만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0년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한 A씨는 제대로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타는 상황에서도 출근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EMC 측은 유족들에게 합의금으로 2300만 원의 지급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알리지 않겠다’라는 내용의 합의서 작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어기면 노조 대표가 2300만원을 배상하고 모든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일고 있다.

◆ “2023년 더 높이 뛰어오르기 위한 준비의 해… 경쟁력 확보 역점”

박경일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2023년은 더 높이 뛰어오르기 위한 준비의 한 해가 돼야 한다”며 “지난해까지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이뤘다면 올해는 확보한 자산을 기반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에 역점을 두자”고 주문했다.

박경일호 SK에코플랜트의 목표는 환경사업 국내 1위 지위 유지와 폐베터리 리사이클링 시장 선점, 바람과 태양에서 만든 전기를 그린수소로 만들어 내는 밸류체인 확대 등이다.

환경·에너지사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은 회사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인 솔루션사업(플랜트·인프라·주택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도시정비사업은 올해 서울과 대전에서 한 날 동시에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특히 서울 용산구 ‘이촌 우성아파트’ 리모델링을 회사의 프리미엄 주택 브랜드 드파인을 적용해 따내며 서울지역 리모델링 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이촌 우성아파트 리모델링사업 투시도. 사진=SK에코플랜트
이촌 우성아파트 리모델링사업 투시도. 사진=SK에코플랜트

해외에서의 환경·에너지사업 활동도 활발하다.

글로벌 최대 환경·에너지 시장인 북미 공략을 위해 북미 법인 사명을 ‘SK에코플랜트 아메리카스’로 바꿨다. E-Waste·폐배터리 재활용 등 폐기물분야 업스트림 사업과 그린수소·연료전지 등 환경·에너지 사업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다.

회사는 연료전지 사업 확대를 특히 강조한다. 연료전지는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전력 가격과 낮은 연료 가격을 기반으로 경제성을 확보하기 쉽고 도심형 분산전원으로 수요가 높다.

이와 관련해 특허 취득에 성공한 ‘무정전 전원장치’로 연료전지 시장 선점에 나선다. 이 특허 기술과 연료전지를 연계한 ‘연료전지 연계형 무정전 전원장치’는 정전과 같은 사고에도 셧다운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무정전 전원장치의 다양한 동작 모드의 회로도. 그림=키프리스
무정전 전원장치의 다양한 동작 모드의 회로도. 그림=키프리스

태국 기업과는 태양광발전 에너지저장시스템 협업에 나선다. 자회사 테스는 태국 SCG 인터내셔널과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협력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ESS(에너지저장시스템)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ESS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증한다.

유럽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에코프로, 자회사 테스와 손을 잡았다. 3사는 유럽의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점을 위해 전기차 폐배터리와 스크랩(배터리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불량품) 물량을 확보하는 데 협력한다. 폐배터리에서 회수한 리튬·코발트·니켈 등 희소금속으로 다시 배터리를 제조하는 완결적 순환체계(Closed Loop)를 구축해 순환경제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최대의 국영 건설사인 CSCEC(China State Construction Engineering Corp. 중국건축공정총공사)와는 해외 재생에너지 시장 개척길에 오른다. 중국, 이집트, 동남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재생에너지 사업 공동 개발에 협력한다. 1차 개발 대상지는 재생에너지 분야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이집트와 중국이다.

베트남에서는 디지털 기반 환경사업 수출길을 열었다. 베트남 박닌에 위치한 소각설비에 AI 솔루션을 적용한다. AI 솔루션은 소각로 운영 효율이 극대화되도록 작업자에게 최적의 운영 경로를 안내한다. 일종의 내비게이션이다.

ZERO4 WtE 솔루션이 적용될 베트남 박닌 소각설비 전경. 사진=SK에코플랜트
ZERO4 WtE 솔루션이 적용될 베트남 박닌 소각설비 전경. 사진=SK에코플랜트

회사의 미래 먹거리 다양화를 위한 신사업도 계속 발굴하고 있다.

음식물폐기물 가스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바이오가스 고질화’ 사업에 나선다. 음식물쓰레기·하수찌꺼기·가축분뇨 등 유기성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제한다.

초순수(Ultra Pure Water) 생산 핵심기술 국산화에도 나선다. 분리막 제조 전문기업 세프라텍과 ‘초순수 핵심기술 연구개발 및 투자협약식’을 체결했다. 협약을 바탕으로 환경부의 ‘초순수 생산공정 국산화 기술개발사업’ 중 ‘탈기막(MDG, Membrane Degassing) 개발 과제’에 참여한다.

환경 기업답게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탄소관리에도 집중한다. ‘탄소배출 관리 솔루션’을 고도화하며 탄소중립과 관련한 기업의 고민을 줄인다. 그간 기업들이 수기로 작성해온 탄소배출량·감축량 등의 각종 환경 데이터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감축 계획까지 수립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고도화한다.

남미와 동남아에서는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을 추진한다. 해외 매립장의 매립가스를 활용해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을 추진한다.

박경일호 SK에코플랜트는 국내 10대 건설사 중 가장 발 빠르게 변화하며 미래에 대응하고 있다. 건설사는 건설만 한다는 패러다임을 깬 회사의 행보가 주목된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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