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에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는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셀트리온

◆ 서정진 회장은?

1957년 10월 23일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났다.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전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생산성본부로 자리를 옮겨 대우자동차를 컨설팅하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눈에 들어 대우자동차 기획재무 고문으로 일했다.

외환위기 때 직장을 잃은 뒤 바이오 산업이 유망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우자동차 출신 동료 10여 명과 함께 1999년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을 창업했고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했다. 설립부터 2021년 초까지 셀트리온그룹 회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 3월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약 2년간 명예회장을 지냈다. 그러나 올해 3월 셀트리온그룹의 위기 상황을 돌파할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며 복귀했다. 

5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20여년간 셀트리온을 시가총액 수십 조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킨 '셀러리맨 신화'의 주역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 '오너'임에도 발로 뛰는 '영업맨' 면모 결실…'직판 체제'로의 전환

서 회장은 바이오기업의 수장이지만 영업맨의 전설로 불린다.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만들고 아시아 최대 의약품 공장을 세운 것도 그의 경영 공과지만 무엇보다 파트너사를 끼지 않고 직접판매 체제 전략으로 글로벌 유통망을 구축해 셀트리온을 개발부터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기능을 모두 갖춘 글로벌 종합 바이오 제약 회사로 발돋움하게 했다. 

지난 2013년 8월 첫 바이오시밀러인 렘시마의 유럽판매허가를 획득한 이후에는 기업 오너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유럽 전역의 대형병원 등을 누비며 직접 렘시마 판매에 나선 것으로 유명하다. 

서 회장은 그 이후인 2019년 완전한 직판 체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내세운 후 유럽에 14개 법인을 세우고 인력을 300명까지 늘리는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해당 법인들을 유럽과 중동, 아시아를 잇는 교두보로서 터키 판매망을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하기 위한 선구안이 발휘된 거다.

서 회장이 길을 닦아둔 덕에 셀트리온은 2020년 독일과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 직판을 시작했고 바이오시밀러 유통·마케팅을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의 미국 법인인 셀트리온USA를 인수하기도 했다.

제네릭 의약품 위주로 미국에서 자체 공급망을 확보한 데 이어 셀트리온USA를 발판으로 미국 직판 체제를 강화한 것이다. 이외에도 브라질에서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 등을 직판하는 등 셀트리온은 계속해서 글로벌 전역으로 직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서 회장이 신경 쓴 건 유통형태만이 아니다. 

신약개발 경쟁력을 강화와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 확충에도 힘썼다. 

서 회장 체제 아래 셀트리온은 국내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2021년 9월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의 품목허가를 받아 공급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품목허가를 받았다.

다만 지난해 2월 방역당국으로부터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에 대한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렉키로나 신규 공급은 중단된 바 있다. 

또 서 회장은 지난 2019년 5월, 오는 2030년까지 제약바이오 산업에 40조원을 투자하고 1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성장 로드맵을 담은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인천시 송도를 거점으로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25조원을 투자해 2세대 바이오시밀러 20개 이상을 개발해 신약개발의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연간 100만 리터 규모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마련하고 매년 1억 바이알(주사용 유리용기)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환경을 구축해 세계 1위 규모의 원료의약품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데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셀트리온은 기존 2공장 부지 내 4700㎡에 4층 규모로 3공장을 세우며 2024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업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셀트리온은 현재 송도에서 10만 리터 규모의 1공장과 9만 리터 규모의 2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 복장지침 하달에 ‘꼰대 논란’ 확산…'혼외자 등장'에 대형 오너리스크까지 

셀트리온의 위기 극복을 위한 '소방수'로서 2년만에 돌아왔지만 업계 안팎에선 서 회장의 복귀 이후 오히려 셀트리온이 바람 잘 날 없다는 평가다. 

지난달에 엄격한 복장 지침 등으로 논란을 빚은 것에 이어 최근 혼외자와 관련한 법적 분쟁으로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달 19일 셀트리온은 회사 전 직원에게 ‘직장인의 기본 소양 지키기 캠페인’ 공지 메일을 발송했다.

해당 메일에는 사내 업무 분위기 쇄신하고 셀트리온인으로서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몇가지 실천을 당부했다. 

여기에는 ▲라운드티, 청바지, 트레이닝 바지, 후드티, 덧신 양말 금지 ▲카라티, 면바지, 검은색 계열의 운동화, 단정한 재킷의 비즈니스 캐주얼 ▲임원들은 최소한 정장 착용 등의 복장 규정과 함께 ▲근무시간에 휴게실 장기 체류 자제 ▲점심시간 준수 ▲근무시간 동안 개인 인터넷 등 개인 용무 자제 등이 게재됐다. 

이 같은 내용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알려지면서 ‘꼰대 논란’으로 이어졌다. 사측이 복장뿐 아니라 휴게 시간까지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빗발친 것.

해당 논란이 불거진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엔 혼외자 관련 대형 오너리스크가 터졌다. 

셀트리온이 올해 초 바이오 사업과 상관없는 회사 두 곳을 계열사로 추가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면서다. 당시 회사 측은 이들 계열사가 '친인척 소유 회사'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내연녀가 운영하는 회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셀트리온은 서린홀딩스와 서원디앤디를 계열사로 추가했다. 서린홀딩스는 의류 제조·도소매를, 서원디앤디는 인테리어를 하는 업체다. 

그러나 KBS가 이들 회사 대표인 A씨가 서 회장과 사실혼 관계를 맺었던 내연녀라고 보도하면서 상황이 뒤집어졌다. 해당 보도에서는 서 회장의 혼외자녀 2명이 지난해 6월 친생자인지 청구소송 등을 제기했으며, 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의 조정 성립에 따라 20대와 10대 두 딸이 서 회장의 호적에 등재됐다고도 전했다.

서 회장은 부인 박경옥씨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이사회 의장,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은 핵심 경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 회장이 두 혼외자녀의 친모에 대해 거액 요구 및 갈취와 협박을 일삼았다며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기존 중대 현안 중 하나였던 2세 승계 문제와 맞물려 파문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현재 서정진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및 셀트리온제약 이사회 의장과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이 중요 보직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두 사람 모두 보유 중인 지분은 없다.

반면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을 97.19%나 보유 중이다.

◆ '신약개발 기업'으로의 도약…다만 오너리스크 등 수습 필요

서 회장은 복귀와 동시에 직접 발로 뛰는 현장 행보와 직원·주주들과의 소통 강화를 경영 일성으로 제시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서 회장의 빠른 판단과 의사 결정이 절실히 필요한 셀트리온은 앞으로 서 회장 체제 아래 글로벌 인수·합병(M&A) 도전과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등 3사 합병, 미국시장 개척 등 당면 현안을 하나씩 해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셀트리온을 신약 개발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게 하겠다는 서 회장의 일념과 연결된다. 실제로 서 회장은 지난 3월 29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오는 2030년까지 바이오시밀러 매출 비중을 회사 전체 매출의 60%로 맞춰 신약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선 대규모 인수합병과 연구개발 역량 강화는 필수다. 이러한 과정에선 오너인 서 회장의 현명하면서도 과감한 결단이 전제돼야 한다. 

서 회장의 복귀 이후 셀트리온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물론 내년 안에 이중항체 신약 6개, 항암제 4개 등에 대한 임상을 시작하기로 결정하는 등 신약개발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다만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오너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기업 평가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이 직면한 각종 현안과 혼외자녀 사태로 불거진 오너 리스크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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