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에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는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 사진=한국콜마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 사진=한국콜마

◆ 윤상현 부회장은?

1974년 12월 18일생, 윤동한 전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나 서울대 농경제학과 졸업 후 런던정경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스탠포드대 대학원에서 경영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업을 마치고 나서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3대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서 일했다. 3년간 근무하며 인수합병(M&A) 전문가 능력을 키우다 지난 2009년 한국콜마 기획관리부문 상무로 합류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후 한국콜마와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에서 부사장을 거쳐 대표이사 사장과 부회장을 지냈다.

2020년 한국콜마 대표이사와 HK이노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한국콜마홀딩스 이사회 의장직과 부회장직은 유지하고 있어 여전히 그룹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 중이다.  

◆ 한 해 영업이익 20배 베팅한 CJ헬스케어 인수 '신의 한 수'

윤상현 부회장의 가장 잘 알려진 경영활동의 공과 중 하나는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인수다.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 전부터 인수 의지를 내비치면서 종합 뷰티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윤 부회장의 M&A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한 한국콜마의 첫 인수합병 건이다. 

당시 CJ헬스케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1조3000억원. 한국콜마의 2017년 영업이익이 669억원이었다. 20배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야 했기 때문에 시장에선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에 대해 과도한 투자라며 냉소적인 반응이 뒤따랐다. 신용평가업계 역시 한국콜마의 재무 건전성 악화에 무게를 두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윤 부회장은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한국콜마의 주력이었던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위주의 기존 사업에 머무르기보단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문의약품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고 결국 2018년 4월 CJ헬스케어를 손에 넣었다. 

윤 부회장의 '위험한 결단'은 인수가 완료된 이듬해인 2019년부터 '신의 한수'로 바뀌었다. HK이노엔은 2019년 국산 30호 신약 P-CAB제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정'을 출시했고 케이캡정은 2년만에 관련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았다. 윤 부회장의 선구안이 빛을 발한 것.

이후 HK이노엔은 콜마그룹의 실적을 이끄는 핵심 계열사가 됐다. 신약 연구는 물론 '컨디션', '헛개수' 음료, 건기식 등이 이끄는 탄탄한 실적의 시너지 덕분에 증권가에선 올해 한국콜마가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제약·음료(HB&B) 등 전 부문에서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보고 있다. 

그 예로 하나증권은 한국콜마에 대해 업종별 차이가 있지만 작년 대비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하며 기업 가치가 온전히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투자증권은 HK이노엔의 올해 매출을 전년 대비 6.4% 증가한 9374억원, 영업이익은 18.5% 증가한 87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케이캡정이 올 초 중국 보험 급여에 등재됨에 따른 추가 매출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케이캡은 지난해 4월 현지 파트너인 뤄신이 '타이신짠'이라는 이름으로 현지 출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윤 부회장은 혁신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에 투자함으로써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향후 글로벌 종합 뷰티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 

현재 콜마그룹은 윤 부회장의 주도 하에 스마트 의료기기, 비대면 서비스망 등 미래 지향형 기술에 대한 직접 투자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2020년 이후 콜마그룹이 실시한 유망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 규모는 26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부동산법 위반과 과다겸직 논란… 한국콜마 지분 전량 처분 통 큰 결정도

지난 2010년 한국콜마 상무로 재직 중이던 윤 부회장은 부동산법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적 있다. 당시 경기도 여주군이 발표한 ‘부동산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3명에 포함되면서다.

윤 부회장은 여주군 가남면 신해일 일대 토지 2필지에서 실권리자 명의등기 의무를 위반해 과징금 805만원을 처분 받았다.

이후 윤 부회장은 지난 2019년 상반기까지 한국콜마 계열사 15곳에서 임원을 겸직하고 있어 과다겸직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한국콜마 지분 11~12%를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과도한 자회사 임원 겸임이 개별 기업 이사회의 독립성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몇 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2014년 3월 한국콜마 주주총회에서 일본콜마 이사들의 이사회 참석률 저조를 이유로 추천진 이사 선임을 반대했고 2015년에는 장기 연임을 이유로 요시이 요시히로 이사 선임과 관련해 반대의견을 냈다. 또 2018년에는 윤 부회장의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윤 부회장은 2020년 10월 7일 한국콜마 대표이사와 HK이노엔 대표이사 자리 등에서 물러났다.

지난 17일에는 윤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콜마 지분 2.41%를 블록딜(대량 매매) 방식으로 전량 매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을 증여세 연부연납을 위해 실행한 주식담보 대출 상환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부회장은 2016년과 2020년, 각각 부친인 윤동한 회장으로부터 한국콜마홀딩스 지분을 증여받아 지분율이 29.2%로 증가했다.

이때 수백억원의 증여세가 발생했고, 윤 부회장은 주식담보 대출을 활용해 증여세를 납부하고 있다. 이달 기준 윤 부회장의 주식담보 대출 규모는 595억원이다.

최근에는 한국콜마홀딩스의 주가가 하락하며 증권사에 잡혀야 할 담보유지비율이 170%까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부회장은 지난해 3월 말 NH투자증권에서 한국콜마홀딩스 주식 106만3000주를 담보로 110억원을 빌린 바 있는데 같은 대출 건에 대한 담보주식 수가 지난 10월 126만8000주, 지난 3월 136만5510주로 늘어났다.

이번 주식 매각으로 윤 부회장인 보유한 한국콜마 지분은 0%가 됐으나 한국콜마그룹의 지배구조는 그대로다. 윤 부회장은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의 지분 29.2%를 가진 최대주주다. 한국콜마홀딩스는 한국콜마의 지분 27.1%를 보유하고 있다.

◆ 공격적 투자 이젠 해외로… 글로벌 도약 성공할 지 주목

윤 부회장의 오너 2세 경영시대를 맞이한 한국콜마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공격적인 투자를 펼쳐왔다. 

▲2019년 TKM(대한제당 자회사)인수, HK이노엔 수액제 신공장 건설에 1000억원 투자 ▲한국콜마홀딩스 산하 '바이옴연구소' 설립 ▲2021년 한국콜마홀딩스 라이선스 인 투자(MD헬스케어, 고바이오랩 균주 기술도입), 바이오기업 인수·투자(넥스트앤바이오 인수, 셀인셀즈·노바셀테크놀로지 지분투자) ▲내시경의료기기 스타트업 다인메디컬그룹 지분투자, 글로벌 화장품 패키징 기업 연우 인수 등 다양한 투자를 통해 화장품·제약·건기식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몸집을 불려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 부회장의 주도로 지난해에는 1세대의 미완 과제로 남아 있던 '콜마' 글로벌 상표권 인수를 이뤄냈고 북미는 물론 중동시장 진출도 가속화 중이다. 

기업에게 '투자'란 양날의 검과 같다. 단 번에 백년대계를 이뤄줄 수도 있지만 오히려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아직까지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가 국내만큼 탄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승부사' 윤 부회장 체제 아래, 한국콜마그룹이 강단있는 투자를 통해 해외 사업 역량을 꾸준히 강화, 글로벌 종합 뷰티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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