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그룹 건설사가 영업이익 2조원을 넘겼다. 사진=각 사 CI
지난해 삼성그룹 건설사가 영업이익 2조원을 넘겼다. 사진=각 사 CI

[비즈월드] 지난해 삼성그룹 건설사가 영업이익 2조원을 넘겼다. 건설업계 불황은 다른 세상 얘기라는 듯 수익성 면에서 독주하는 모습이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1조340억원, 삼성엔지니어링이 99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2조 시대’를 열었다.

◆ 삼성물산 1조, 삼성엔지니어링 9931억…건설업 불황 속 최대 성과

삼성물산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해외 현장 화재 피해 복구 비용을 반영했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이 1350억원(2022년 4분기 대비 1060억원 감소)에 그쳤음에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영업이익 9931억원으로 새 기록을 썼다. 지난 2022년 10년간의 부진을 털고 최대 실적을 달성했었는데 이 기록을 1년 만에 갈아 치웠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9.3%에 달한다는 게 주목할 점이다.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은 5%대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양사의 수익성은 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 29조6514억원을 올려 삼성물산 매출 19조3100억원보다 10조원 이상 높았다. 하지만 현대건설 영업이익은 7854억원으로 삼성물산 1조340억원보다 낮다. 각각 영업이익률은 2.6%, 5.3%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높은 수익성을 올리는 비결에 관심이 쏠린다.

◆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 ‘해외사업’으로 국내 건설업 불황 돌파

삼성물산은 높은 수익성의 비결로 해외사업을 꼽았다. 카타르 태양광, 사우디 네옴 터널 등 양질의 해외 프로젝트 매출 본격화로 견조한 실적을 올렸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건설업계에서 해외사업 강자로 통한다. 3년 연속 해외사업 수주 1위 건설사이기도 하다. 2021년 69억6851만 달러, 2022년 53억8176만 달러, 2023년 71억5000만 달러 등이다.

삼성물산이 해외에서 강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참사 발생 원인 제공자라는 점이다. 지난 1993년 78명 사망자와 198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구포역 무궁화호 열차 전복 사고’의 원인을 제공해 국내에서 설 자리가 없자 해외 진출에 눈을 돌렸다.

이후 국내 건설시장 침체기가 다가오자 해외에 진출했던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삼성물산은 매출 구조에서 해외사업 비중을 늘려가며 불황을 돌파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높은 수익성의 비결로 양질의 해외 프로젝트를 꼽았다. 실패에서 배워 성공으로 나아가는 회사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0년대 초반 중동시장에서 벌인 저가 수주 전략으로 2013년 1조280억원, 2015년 1조454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전력이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저가 수주를 버리고 수익성이 양호한 프로젝트만 선별 수주하는 전략으로 수익성을 개선했다. 특히 플랜트사업에서 기본설계(FEED)와 설계·조달·시공(EPC)까지 진행하는 ‘FEED to EPC’ 전략으로 수익성을 확보했다.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 개선도 안정적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도 기술 혁신 투자를 강화한다. 에너지전환 신사업 분야 기술 등에 2000억원, 설계와 기자재 제작 자동화 등 EPC 수행혁신에 1300억원, 업무프로세스 자동화에 400억원 등 총 3700억원 규모다.

단 위기도 있다. 주요 먹거리인 해외 수주액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고 연간 수주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2022년 신규 수주는 4분기 3조7679억원, 연간 10조2000억원이었다. 반면 지난해 신규 수주는 4분기 2조342억원, 연간 8조7913억원에 머물렀다.

수주 감소는 해외 수주액이 감소한 탓이 크다. 2022년 해외사업 수주액 40억 달러로 1위 삼성물산 다음이었는데 지난해 17만4000달러에 그치며 5위로 밀려났다.

수주 잔고도 줄었다. 2022년 17조9000억원에서 2023년 16조800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현대건설, 대우건설의 수주 잔고가 각각 90조원, 45조원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낮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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