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DL이앤씨·롯데건설 등 건설사 CEO ‘내실 경영’ 주문
원가 구조 개선·혁신 기술 통해 사업성 확보하는 전략 세워

(왼쪽부터) 허윤홍 GS건설 대표,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 사진=각 사
(왼쪽부터) 허윤홍 GS건설 대표,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 사진=각 사

[비즈월드] 주택사업 불황 속 건설업계의 생존 전략은 해외사업·신사업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다. 자잿값·인건비·금리 인상으로 주택사업 원가율이 90%에 다다르자 주택사업을 축소하고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건설사가 주택사업으로의 정면 돌파를 선택해 눈길을 끈다. 그간 주 먹거리였던 주택사업을 버리지 않고 원가 구조 개선과 혁신 기술을 통해 내실을 강화하며 사업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GS건설·DL이앤씨·롯데건설 등의 대형 건설사 CEO들이 주택사업 불황을 내실 강화로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허윤홍 GS건설 대표(사진 정가운데)가 현장 시무식에서 직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GS건설
허윤홍 GS건설 대표(사진 정가운데)가 현장 시무식에서 직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GS건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올해 첫 공식일정으로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 시공 현장을 찾아 시무식을 했다. 새해 아침 일찍부터 첫 업무를 주택사업 현장 점검으로 시작한 것인데 주택사업 분야에 대한 회사의 관심과 비중이 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허 대표는 이날 시무식에서 기반사업 내실 강화를 특히 강조했다. 주택사업에 대한 품질 관리와 수행 역량을 강화해 내실을 다지자고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지난해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태로 무너진 시장 신뢰회복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불황을 겪는 주택시장 상황을 감안해 사업 방향도 재정비하겠다고 했다. 수익성과 시공력을 따진 선별 수주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주택사업 혁신을 위해서는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한다. 현장관리·의사결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투명하게 만든다. 안전도 빼놓지 않는다. 매월 첫째 주 현장별로 임원이 직접 타 사업부가 시공하는 현장을 점검하기로 했다.

허윤홍 대표는 신년사에서 “100년 기업을 위한 지속성장을 위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생각하는 프레임도 바꾸고 일하는 방식도 바꿀 것”이라고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서해선홍성-송산전철 공사 현장에서 DL이앤씨 직원들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서해선홍성-송산전철 공사 현장에서 DL이앤씨 직원들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는 주택사업 불황 속 생존 전략으로 ‘최고의 품질’을 택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곽수윤 DL건설(DL이앤씨 자회사) 대표를 주택사업본부장으로 선임하며 품질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곽 신임 본부장은 지난 1992년 대림산업(현 DL이앤씨)에 입사해 2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주택사업 전문가로 통한다. 주택사업 안정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목적에 이번 인사가 이뤄졌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품질경영을 위해 협력사와의 소통도 강화한다. 하자→재작업→공기 지연→원가 압박→안전 위협 등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 특히 협력사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전사적 혁신의 첫 발걸음으로 ‘통합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 마창민 대표가 직접 나서 협력사 대표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할 만큼 진심이다. 마 대표는 “품질과 안전 개선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알고 현장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협력사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협력을 부탁하기도 했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서울 본사 안전상황센터에서 전국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서울 본사 안전상황센터에서 전국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롯데건설의 주택사업 불황 돌파구 표어는 ‘내실 경영’이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는 신년사에서 경영 효율화를 바탕으로 한 내실 경영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급변하는 대외여건과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리더의 생각도 바꿀 수 있는 조직문화와 인공지능(AI) 신기술 발굴 등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현장을 뒤바꿀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를 중점 추진한다. 지난 3일 인공지능 전담조직인 ‘AGI TFT’를 출범하고 ▲AI 업무 자동화 ▲스마트 AI 기술 확보 등을 해나가기로 했다.

롯데건설은 올해 아파트 약 2만3000가구를 분양할 예정으로 차별화된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통해 시장 침체기를 돌파하겠다는 사업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사업이 불황기에 접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의식주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집”이라며 “주택사업 내실을 다져 원가율·품질 개선을 실현하며 시장 불황을 정면 돌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실 경영으로 주택사업 불황을 돌파하겠다는 건설사는 회사 매출 구조에서 주택사업 비중이 매우 높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건설은 2022년 총매출 12조2992원 중 도급공사 건축·주택 매출이 8조1768억원(66.5%), 자체공사 주택 매출이 8398억원(6.8%) 등 70% 이상에 이른다. DL이앤씨는 총매출 7조4968억원 중 주택 매출이 5조2522억원(69.8%), 롯데건설은 총매출 5조9443억원 주택 매출이 3조3588억원(56.5%)이다.

지난해 매출 구조도 비슷하다. 1~3분기 누적 실적 기준 ▲GS건설 총매출 10조1153억원, 도급공사 건축·주택 매출 6조7856억원(67.1%), 자체공사 주택 매출 9399억원(9.3%) ▲DL이앤씨 총매출 5조6580억원, 주택 매출 3조7930억원(66.5%) ▲롯데건설 총매출 4조8748억원, 주택 매출 2조3751억원(48.7%) 등이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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