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지속…조합서 브랜드 가치보다 실속 중요시 추세
포스코이앤씨, 경쟁사 대비 낮은 공사비로 수주 파죽지세
“저가 수주, 향후 공사비 갈등까지 불거질 수도” 지적 나와

(왼쪽부터) 포스코이앤씨, 삼성물산의 부산 촉진2-1구역 조감도. 조감도=각 사
(왼쪽부터) 포스코이앤씨, 삼성물산의 부산 촉진2-1구역 조감도. 조감도=각 사

[비즈월드] 최근 정비사업의 수주 성패는 ‘가성비’로 판가름 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선호도가 경쟁사보다 다소 떨어지더라도 낮은 공사비를 제안한 건설사가 승리를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정비사업에서 가성비가 필승 카드로 떠오른 이유는 국제 정세 불안 등 대내외적 환경으로 불경기가 좀처럼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고금리·고물가로 삶이 팍팍한 상황에서 조합은 낮은 비용으로 아파트를 지어주겠다는 건설사의 손을 들어주는 추세를 보인다.

단 이런 저가 수주 경향이 향후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저가 수주 전략으로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쟁사보다 저렴한 공사비를 제안하며 수주 깃발을 꽂아가고 있다.

지난달 대우건설과 맞붙은 경기 안산시 ‘안산주공6단지(1017가구, 2830억원)’를 시작으로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맞붙은 부산광역시 ‘촉진2구역(아파트 1902가구·오피스텔 99실, 1조3000억원)’까지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먼저 안산주공6단지의 경우 3.3㎡당 500만원대의 공사비를 제시해 대우건설을 꺾는 데 성공했다. 대우건설의 공사비는 600만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구당 7억2000만원 개발이익과 사업비 전액 책임 조달도 제시했다.

경쟁사인 대우건설은 푸르지오 텃밭인 안산에서의 브랜드 타운 확장을 위해 가구당 5억원 이주비 조건와 사업비 전체조달 등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지만 낮은 공사비를 꺾지 못했다.

삼성물산과 경쟁을 벌인 촉진2구역도 지난 27일 조합원 총회에서 과반수 이상인 58%의 득표율로 수주했다. 정비업계는 삼성물산이 시공능력평가 1위라는 위상과 높은 인지도를 가진 래미안 브랜드를 가져 수주전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저렴한 공사비를 제안한 포스코이앤씨가 조합의 선택을 받았다.

촉진2구역은 올해 최대의 지방 재개발사업이다. 과거 미군 부대 하야리아 캠프 부지가 부산시로 반환된 이후 시민공원 부지로 변모해 재개발이 추진되는 곳으로 부산 최고 입지로 꼽힌다.

이런 사업성에 양 건설사는 열띤 경쟁을 벌였다. 삼성물산은 래미안의 핵심 역량을 쏟아부어 우리나라 아파트를 대표하는 기념비적 작품으로 선보이겠다고 했다. 임직원까지 현장에 상주하며 조합원들을 설득했지만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삼성물산의 공사비 987만원 대비 약 96만원 낮은 891만원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이 사업장은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가 공사비 갈등으로 취소한 전례가 있어 저렴한 공사비가 최우선으로 고려됐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건설의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조감도(왼쪽)와 포스코이앤씨의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사진=각 사
현대건설의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조감도(왼쪽)와 포스코이앤씨의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사진=각 사

포스코이앤씨는 연이은 수주전 승리에 힘입어 여의도 입성에 도전한다.

지난해 10월 부지 문제로 중단됐다가 최근 매입 합의가 이뤄지며 다시 시동을 건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992가구)’ 수주전에서 현대건설과 맞붙는다. 양사 모두 각자의 최상위 주거 브랜드인 ‘오티에르’와 ‘디에이치’를 제안했다.

여기서도 포스코이앤씨의 필살기는 저렴한 공사비다. 회사의 이익을 내려놓고 총공사비를 7020억원으로 책정했는데 현대건설 입찰 금액보다 720억원 낮은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현대건설의 조건도 만만치 않다. 소유주의 수익성을 극대화한 하이퍼엔드 주거상품을 제안하고 동일평형 입주 때 100% 환급이라는 파격 조건을 내놨다.

여의도 한양 수주전에서도 포스코이앤씨가 승리를 따내게 된다면 '저렴한 공사비=수주전 승리'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되는 셈이다.

단 포스코이앤씨의 저가 수주 전략에 대한 우려도 있다. 국제정세 불안으로 원자잿값과 금리가 폭등해 공사비가 상승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국제정세는 러-우 전쟁에서 이-팔 전쟁, 최근 글로벌 해운 물류 차질까지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낮은 공사비를 제안한 상황에서 변수가 생긴다면 공사를 감당하기 어려워 조합과 공사비 갈등을 겪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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