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PF 비중 높은 건설사 ‘리스크 위험 기업’으로 분류
일각선 “시공사 부담 큰 부동산 개발사업 근본적 개선 필요”

이 사진은 기사의 특벌 내용과 관련이 없음. 참고사진=SH공사
이 사진은 기사의 특벌 내용과 관련이 없음. 참고사진=SH공사

[비즈월드] 태영건설이 최근 2조5000억원대의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 우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건설업계에 유동성 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PF 비중이 높은 건설사를 위험 기업으로 분류하는 등 부동산 PF 시장에 먹구름이 드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시공사 부담이 큰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PF 리스크가 재부각됐다.

부동산 PF 시장은 지난 2022년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사태 이후 ‘돈을 빌려줘도 받지 못할 수 있다’라는 인식에 관련 시장이 얼어붙었으며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경색이 심화했다.

PF의 문제점은 별다른 담보 없이 사업성만 보고 돈을 빌려준다는 점이다. 부동산 호황기 때 시행사는 총사업비의 10% 정도만 보유해도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대출사는 10% 이상의 높은 금리를 챙길 수 있다는 장점에 규모가 우후죽순 커졌다.

그러나 최근 고금리·고물가·고인건비 등 업황 악화로 건설사업 지출 규모가 커진 데다가 부동산 PF 심리 악화로 금리 인상·대출 축소 등 자금줄이 마르자 건설사들의 줄폐업·도산이 이어지는 상황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기준 134조원으로 3년 전보다 40조원 이상 늘었고 시행사가 대출금액을 갚지 못할 때 시공사가 떠안아야 하는 PF 우발 채무 규모는 지난해 8월 기준 22조8000억원에 이른다. 태영건설도 2조5000억원대의 PF를 갚지 못해 도산 위기에 처하자 워크아웃을 신청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는 PF 비중이 높은 건설사를 위험 기업으로 분류하며 불안한 건설 업황을 지적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4일 발표한 ‘끝난 것이 아닌 PF 문제’ 보고서에서 “PF 리스크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정부의 지원이 예상되다 보니 문제가 끝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태영건설에서 끝나는 이슈가 아니다”라며 “한국기업평가 자료에서 나타나듯 태영건설 외에도 PF 우발 채무 리스크와 미분양 리스크로 유동성이 빠르게 축소되는 위험 기업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증권에서 태영건설 이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분류한 건설사. 표=하나증권

김 애널리스트는 PF 사태로 건설 업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11월 착공은 전월 대비 증가했지만 금리가 높은 브릿지 PF 상태로 놔둘 수 없는 현장들이 착공(본 PF 전환)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며 “분양가를 싸게 책정하지 못하는 현장은 미분양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미분양은 곧 시공사에 미청구공사·미수금이라는 유동성 문제로 이어지고 워크아웃·법정관리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설업계 위기를 불러온 PF 사태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한건설협회는 지난 4일 입장문에서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발표된 정부 대책을 환영하고 시공사 위주의 리스크 부담으로 진행되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근본적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반면 위기의 건설사에 유동성을 주기보다는 잘못된 사업장을 바로잡는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태영건설 발 PF 사태로 건설사 줄도산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PF 사업장은 분양가를 낮춰 미분양을 최소화하는 것이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되지만 건설 원가율이 높아진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비즈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