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선언… 관련 익스포져 1조6천억
연체율·연체금액·신용등급 등 PF 관련 지표 '부실'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례와 같은 PF 위기가 연달아 터지거나 건전성 이슈가 장기화될 경우 중소형 캐피탈사·증권사부터 무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금융기관별 부동산 PF 대출잔액과 연체율 추이. 사진=한국은행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례와 같은 PF 위기가 연달아 터지거나 건전성 이슈가 장기화될 경우 중소형 캐피탈사·증권사부터 무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금융기관별 부동산 PF 대출잔액과 연체율 추이. 사진=한국은행

[비즈월드] 태영건설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에 따른 워크아웃 소식이 들려오면서 PF 대출·브릿지론 등 관련 금융 손실 가능성이 큰 증권사·캐피탈사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따른 과도한 자금 회수 자제 등을 주문했다. 또 태영건설 협력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을 하다 부실이 일부 발생해도 중대 과실이 없다면 면책하기로 했다.

워크아웃은 금융 기간이 회생시킬 가치가 있는 기업에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채무 상환 능력을 높일 것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태영건설은 과도한 개발사업 관련 PF연대채무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파산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국내 16위 건설사의 워크아웃 소식은 이례적이다.

증권사와 캐피탈 등 금융기관들은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노출액)는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모두 손실 처리난다 하더라도 금융사 입장에서 문제가 될 만한 액수는 아니지만 연쇄 작용으로 인한 금융업 전반의 위기가 생길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134조3000억원으로 지난 2020년 대비 30조원 이상 급증했다. 증권사·캐피탈사는 수익성이 높은 PF 채무보증 사업에 뛰어들어 익스포져가 타 금융기관 대비 높은 상황이다. 

증권사의 PF 연체율은 지난 9월 기준 13.9%다. 실제 대형·중형 증권사를 가리지 않고 PF 관련 대손충당금을 수천억원씩 쌓았다. 하나증권·한화투자증권·다올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3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캐피탈사의 경우 더 큰 부실 위기에 빠져있다. 금융감독원에서 윤창현(국민의힘) 정무위원회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캐피탈사의 부동산 PF 연체 잔액은 1조1000억원으로 증권사(9000억원)보다 높았다. 타 업권 대비 대출자의 금리 부담이 크고 중·소형 건설사에 공급한 자금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기업평가사는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신용 등급을 연달아 하향 조정했다. 다올투자증권의 기업신용등급과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은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변경됐다. 하이투자증권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은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전문가들과 기업 관계자들은 PF 연체 금액이나 규모로 볼 때 현재 위기로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진단한다. 다만 태영건설 사례와 같은 PF 위기가 연달아 터지거나 건전성 이슈가 장기화될 경우 중소형 캐피탈사·증권사부터 무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증권업계 호황 시절에 쌓아둔 잉여금으로 PF 관련 대손충당금은 마련된 상황"이라며 "다만 IB·PF 불황이 이어지거나 건설사·시행사들이 버티지 못할 경우 강도 높은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사 관계자는 "IB사업 위축과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중하위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저하됐다"며 "알짜 자회사 매각 등 자본성 지표를 중심으로 자산건전성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비즈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