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올해 건설사들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PF 폭탄 현실화와 줄폐업·부도, 분양시장 한파까지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해지자 기준 미달 시 준공 불허라는 강경책이 등장했다.

전세사기도 끊이지 않으며 피해자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파트 시공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저버린 인천 검단 자이 붕괴도 빠질 수 없다. 비즈월드가 다사다난한 건설 관련 5대 이슈를 선정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사진=서울주택도시공사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사진=서울주택도시공사

◆ PF 폭탄 터졌다… 건설사 줄폐업·부도 현실화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 폭탄이 터졌다.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이 28일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했다. 3조원대에 이르는 PF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부터 시작된 PF 균열은 건설사를 휘청이게 하고 있다. PF는 별다른 담보 없이 건설사업의 수익성을 보고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선언으로 돈을 빌려줘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이로 인한 고금리 파장으로 주택사업에도 한파가 닥쳤다.

이런 배경에 불안감이 커지자 PF 금리가 치솟으며 건설사가 휘청이고 있다. 데시앙이라는 대중에게 익숙한 브랜드를 가진 태영건설도 PF로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업계를 뒤덮는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이제 시작될 PF 위기 사태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금 당장 워크아웃을 신청해도 이상하지 않은 건설사가 상당수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시공능력평가 75위 대우산업개발, 109위 대창기업, 113위 신일 등도 쓰려졌다.

내년 분위기도 좋지 않다. 이미 돈줄이 막힌 중소 건설사가 줄도산하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폐업을 결정하는 업체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10년 만에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위원회’를 열고 PF 정상화를 위한 조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전세사기 피해액이 5105억원으로 작년 904억원의 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전봉민 의원실
올해 전세사기 피해액이 5105억원으로 작년 904억원의 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전봉민 의원실

◆ 끝나지 않는 전세사기… 피해자만 눈물

지난해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전세사기 문제가 올해도 끊이지 않고 있다. 빌라 등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컸는데 주요 수요층인 서민들의 피해가 특히 컸다. 일반인과 유명 연예인을 막론하고 피해가 이어졌다. 최근에도 사기꾼들의 검거와 송치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 수만 1만명 이상이다. 한 해 수 백조원 전세 계약이 이뤄지는데도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제도는 미흡하다. 사기꾼 수법에 세입자가 계속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야당은 전세사기 피해자 보증금을 선 구제 후 회수하는 내용의 전세사기특별법을 지난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우건설은 공작아파트 재건축 수주로 ‘여의도 1호 재건축 수주’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투시도=대우건설
대우건설은 공작아파트 재건축 수주로 ‘여의도 1호 재건축 수주’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투시도=대우건설

◆ 청약·수주 등 주택시장 양극화 심화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높은 금리로 수요가 위축되며 분양이 미뤄지거나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시장 분위기에도 알짜배기 아파트는 인기가 몰리며 ‘역대 최다 청약’, ‘지역 최대 경쟁률’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분양가가 높아졌지만 상품성이 좋다면 가격이 높아도 100% 계약 행진이 이어졌다.

청약뿐만이 아니다. 입지가 좋은 알짜 사업지에서는 건설사들의 수주 열기가 뜨겁다. 건설사들은 상급지로 진출하려는 전략으로 고급 이미지를 거머쥘 수 있는 파급력이 있는 사업장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경쟁력 있는 사업지만 선별해 수주하는 경향이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층간소음 관련 기준을 강화하며 기준 미달 시 ‘준공 불허’라는 강경책을 들고  나왔다. 이런 가운데 건설사들의 저감 기술 상용화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간다. 사진은 현대건설 H사일런트 랩에서 임팩트볼 테스트가 진행되는 장면. 사진=현대건설
정부가 층간소음 관련 기준을 강화하며 기준 미달 시 ‘준공 불허’라는 강경책을 들고  나왔다. 이런 가운데 건설사들의 저감 기술 상용화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간다. 사진은 현대건설 H사일런트 랩에서 임팩트볼 테스트가 진행되는 장면. 사진=현대건설

◆ “기준 미달 시 준공 불허”… 층간소음 강경책 등장

층간소음 기준 미달 시 ‘준공 불허’라는 강경책이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발표하며 소음이 49㏈을 넘으면 신축 아파트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신축 공동주택은 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준공 승인이 안 난다.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보완 시공이 의무화되고 기준을 충족해야만 준공 승인이 난다. 입주자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만 보완 시공을 손해배상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대책에 대한 건설사들의 반응은 국민 주거의 질 향상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은 공감하지만 가이드라인도 없이 튀어나온 정책에 곤혹스럽다는 식이다.

또 애매한 층간소음에 대한 기준과 공동주택에만 한정한 점, 층간소음만큼 심각한 벽간소음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 이후 이뤄진 항동4단지 지하주차장 철근탐사. 사진=SH공사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 이후 이뤄진 항동4단지 지하주차장 철근탐사. 사진=SH공사

◆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국민 신뢰 파탄

아파트에 대한 국민 신뢰가 파탄나는 사고가 올해도 발생했다. 지난해 광주광역시 화정 아이파크부터 올해 인천 검단 아파트까지 붕괴 사고가 이어졌다.

올해 사고는 지난 4월 29일 인천 검단신도시의 AA13-2블록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발생했다. 지하주차장 1∼2층의 철근이 엿가락처럼 휘며 붕괴했다. 문제의 아파트 발주는 LH,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이 사고의 원인은 설계부터 감리·시공까지의 총체적 부실이었다. 모든 기둥에 보강근이 필요하지만 도면에는 일부 기둥에 전단보강근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표기했다. 감리는 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순살 아파트’라는 조롱이 여기서 탄생했다.

GS건설은 책임을 인정하고 인천 검단 아파트 17개 동, 1666가구를 모두 허물고 전면 재시공에 들어간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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