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 SBS 지분매각·오너 사재 출연 등의 핵심 빠진 자구안 제시
싸늘하기만 한 채권단 반응…“워크아웃 불발 가능성만 키웠다” 지적
강석훈 산은 회장 “‘그냥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는 취지에 유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에도 알맹이가 쏙 빠진 자구안을 내놔 부도 가능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태영건설 본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에도 알맹이가 쏙 빠진 자구안을 내놔 부도 가능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태영건설 본사

[비즈월드] 태영건설(대표 이재규)이 워크아웃(부도 위기 기업 중 회생 가치가 있는 기업을 살려내는 재무구조 개선작업) 신청에도 알맹이가 쏙 빠진 자구안을 내놨다. 채권단 반응이 싸늘해 부도 가능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4일 건설·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태영건설 채권단 400여곳이 참여한 가운데 ‘채권단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채권단 설명회는 태영건설이 2조5000억원 대의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을 갚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워크아웃을 신청해 열렸다.

설명회에서 태영건설은 자회사 매각과 담보 제공 등 자구안을 내놓고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까지 직접 등판해 눈물로 호소했지만 채권단 반응은 냉랭했다. SBS 지분매각, 오너 일가 사재 출연 등 기대했던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다.

앞서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기대했다. 이에 태영그룹의 알짜 자산인 SBS 지분매각과 오너 일가 사재 출연에 대해 관심이 모였다.

그러나 이날 태영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제공 등이다. SBS 지분매각과 3000억원 규모로 예상됐던 오너 일가 사재 출연 내용은 이번 자구안에서 빠졌다.

산업은행 측은 태영그룹의 이런 미적지근한 자구안에 대해 질타했다. 부족한 자구 노력으로는 워크아웃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특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중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넘기고 나머지는 TY홀딩스 채무 상환에 사용한 부분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약속한 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채권단과 시장 신뢰를 끌어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구체적 자구안을 제시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라는 취지로만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런 지적에 태영건설 측은 사재 출연에 대해 검토 중이라면서도 말은 아꼈다. 또 SBS 지분매각은 법적 제약이 많아 힘들 수밖에 없다고 난감해 했다.

양윤석 TY홀딩스 전무는 채권단 설명회 후 “워크아웃과 사업 정상화를 위한 가능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SBS 지분매각은 태영건설 자구노력 방안의 하나로 제시될 수 있지만 방송법 관련해 여러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태영건설 채권단은 오는 11일 예정된 1차 채권자협의회에서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단 75%의 승인을 받아야 워크아웃이 진행되는데 불발하게 되면 법정관리로 넘어가게 된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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