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창업회장, 채권단협의회 앞두고 추가 자구안 발표
“유동성 문제 미해결 시 TY홀딩스·SBS 지분 담보 제공”
워크아웃 불씨 되살린 태영…11일 채권단협서 운명 결정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에도 알맹이가 쏙 빠진 자구안을 내놔 부도 가능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태영건설은 백기를 들고 TY홀딩스·SBS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사진=태영건설 본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에도 알맹이가 쏙 빠진 자구안을 내놔 부도 가능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태영건설은 백기를 들고 TY홀딩스·SBS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사진=태영건설 본사

[비즈월드] 태영건설(대표 이재규)이 워크아웃(부도 위기 기업 중 회생 가치가 있는 기업을 살려내는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눈앞에 닥치자 백기를 들었다. 알맹이가 쏙 빠진 자구안을 내놔 뭇매를 맞은 지 일주일만이다.

10일 건설·금융업계에 따르면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지난 9일 서울 태영건설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채권단의 지원만 바라지 않고 자구 노력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필요할 경우 TY홀딩스·SBS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며 추가 자구안을 내놨다.

앞서 지난 3일 윤 창업회장은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건설 회생을 위한 자구안을 발표했었다. 이날 태영 측이 내놓은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기대했던 TY홀딩스·SBS 주식 담보 이야기가 나오지 않자 반응은 싸늘했고 부도 가능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여기에 태영 측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중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넘기고 나머지는 TY홀딩스 채무 상환에 사용하자 자구안 미이행 논란까지 불거졌다.

싸늘한 채권단 반응을 마주한 태영 측은 일주일 만에 백기를 들었다. 워크아웃이 결정될 1차 채권자협의회가 11일로 다가오자 TY홀딩스·SBS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것.

3000억원 규모로 예상됐던 오너 일가 사재출연 자구안은 추가 발표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태영건설의 우발 채무 규모는 2조5000억원 수준이다. 태영건설 회생을 위해 그룹에서 매각을 검토 중인 에코비트 담보가액은 1조5000억원 이상이다. 시장에서는 에코비트 몸값을 2조원대까지 보고 있다. 그룹은 에코비트 매각과 이날 발표한 추가 자구안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영건설의 추가 자구안 발표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산은은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 출발점”이라며 추가 자구안을 토대로 워크아웃과 정상화를 위한 협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단 자구안 중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절차는 중단될 것이라 경고했다.

워크아웃 불씨를 되살린 태영건설은 10일 채권단과 만나 설득 절차에 돌입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기업은행 등 주요 채권자와 회의를 개최했다. 태영그룹도 이날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에서는 9일 태영그룹이 제시한 자구안에 대한 설명과 의견 청취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진다.

태영건설의 운명은 오는 11일 제1차 채권자협의회에서 결정된다. 채권단 동의율 75%를 넘겨야 워크아웃이 성사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가 시작된다. PF 사업장 중 미흡한 곳은 과감히 정리하고 건실한 사업장만 살려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성과 공사 진행도에 따라 양호한 사업장은 시공을 지속하고 불량한 사업장은 시공사 교체 또는 매각 등으로 처리한다.

추가 자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금락 TY홀딩스 부회장은 “채권단에서 두 회사 모두 주식 담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만큼 이를 담보로 내놓겠다고 한 것”이라며 “필요한 만큼 주식을 담보로 잡을 것이고 전체가 필요하다면 전체라도 내놓겠다는 게 창업회장과 대주주의 각오”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태영건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욕심이 과했던 탓이 크고 더불어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같은 요인으로 기존 PF 대출의 롤오버(상환 연장)가 안 됐기 때문”이라며 “정리할 곳은 과감히 정리하고 건실한 사업장들은 살려서 잘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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