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질환의 예방·관리'과 '건강수명의 연장' 관심 고조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헬스케어산업 역할·규모 확대 전망

참고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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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우리나라는 앞으로 기형적 인구 구조로 인한 정치·경제·사회 등을 포함한 전방위적 패러다임 변화에도 직면해야 한다. 제약·바이오를 비롯한 헬스케어산업도 마찬가지다. 

노인이 많은 사회에서는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의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진료비와 약값 등의 의료지출은 더욱 그렇다.

실제로 통계청의 2023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497만4000원에 달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2년도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2022년 총진료비는 전년(111조1000억원)보다 8.5% 120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진료비는 건강보험과 환자의 본인부담금, 비급여 진료비(전액 환자 부담) 등을 합친 금액이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올해부터는 의료와 돌봄에 대한 사회적 수요와 비용 지출이 더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의 위기는 이미 예고된 상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의료개혁과 비상진료대책을 반영한 건강보험 재정 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의 적자 전환은 오는 2026년에서 올해로, 누적 적립금의 소진 시점은 2030년에서 2028년으로 기존보다 각각 1년, 2년씩 빨라졌다. 

결국 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려면 ‘노인의 건강한 시간’이 늘어나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 '노인성 질환의 예방·관리'와 '건강수명의 연장'은 헬스케어산업의 새로운 화두이자, 과제가 됐다. 이는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Well-aging(웰에이징)' 트렌드와도 맞물린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 risk-High return)'으로 대변되는 제약산업에서는 이미 '노인성 질환'이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됐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관련 질환의 치료제 수요가 늘면서 관련 시장의 성장이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이 되면 근육량이 감소하고 기능이 저하되며, 관절의 연골에도 퇴행성 변화가 나타난다. 이에 근골격계 질환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뇌졸중과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 등도 마찬가지다. 

다만 오랜 연구에도 아직 미충족 수요가 큰 질환이 많다. 알츠하이머병만 봐도 그렇다. 최근에서야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과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 등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사용이 허가된 치료제가 등장했지만 부작용 발생 위험 등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평가된다.

그래도 시장 전망은 밝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료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7억3700만 달러(약 2조3220억원)에서 연평균 64.1% 성장해 오는 2027년 338억7200만 달러(약 54조8088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화 세포의 특징을 인지해 노화 세포를 직접 없애거나, 제어하는 항노화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은 있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된 사례는 없다. 다만 고령인구 증가로 인한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로 인식되면서 시장 규모는 성장 추세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의 '2023년 글로벌 항노화 치료제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항노화 치료제 시장은 지난 2023년 6억8000만 달러(약 9120억원)에서 연평균 17.5%로 성장해 오는 2031년 24억7000만 달러(약 3조313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인해 향후 노인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제약기업들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자의 복약 순응도 상승을 위한 제형 다양화 연구도 마찬가지다. 

환자가 약을 정확하게 복용하고 전문 의료인의 지시를 따르는 정도를 의미하는 복약 순응도는 의약품의 효과성과 안전성만큼이나 치료 효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노인층의 상당수는 여러 질환을 한꺼번에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씹거나 삼키는 기능의 퇴화를 겪기 때문에 제형 다양화를 통한 투약 편의성 극대화는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역할도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질병의 예방·진단·치료, 건강관리, 연구개발, 사후관리 등 건강 증진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을 모두 포함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하면 유전자 분석, 웨어러블 기기, 모바일 헬스 애플리케이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통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와 치료 계획 세우기가 가능하다.

이는 치료 효과 극대화, 질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 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의료서비스 향상, 비용 절감, 건강증진 등의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분야다.

물론 개인정보의 보호와 보안, 디지털 격차에 따른 소외, 규제와 표준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돼 있다. 그럼에도 '웰에이징'을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역할은 미래 사회에서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전문가들도 인구 고령화에 따른 제약·바이오 산업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제약·바이오 산업 분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현황과 우리나라의 대응'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인구 고령화로 만성질환 치료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으며, 공급 측면에서도 첨단기술을 이용한 신약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시장규모 증대가 예상된다"고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 전망을 내놨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고령화, 의료복지 확대 등 사회문제 해결방안이자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한다며 "Statista Market Insights는 디지털 헬스 시장을 오는 2029년까지 연평균(2024~2029) 8.5% 성장한 2580억 달러 매출 규모로 전망"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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