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R&D 투자 확대로 백신·희귀질환 신약 포트폴리오 강화
오랜 도전 끝에 알리글로 美 FDA 허가 획득…실적 반등 기대감↑
[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을 맞은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가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허은철은?
허은철은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다.
타계한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의 손자이자 고(故) 허영섭 전 GC녹십자 회장의 차남, 허일섭 현 GC(녹십자홀딩스) 회장의 조카다.
1972년 2월생으로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생물화학공학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미국 코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식품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8년 녹십자 경영기획실에 입사했고, 목암생명과학연구소와 GC녹십자 R&D기획실에서 본격적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상무와 전무를 거쳐 2009년에는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승진하며 연구개발(R&D) 부문의 경험을 탄탄하게 쌓았다. 또 영업과 생산, 연구개발 등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하며 경영 전문성도 강화했다.
2015년 GC녹십자 공동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고, 이듬해인 2016년 3월 단독대표에 올라 회사를 이끌어 왔다. 지난달 28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 됐다.
글로벌 사업 확대와 희귀질환 중심의 신약 개발 등의 목표를 가지고 '글로벌 GC녹십자'로의 도약을 진두지휘 중이다. 단독대표 취임 이후 국내외 매출의 안정적인 성장과 이를 바탕으로 전략적 투자와 R&D(연구개발) 역량을 계속해서 강화해나가고 있다.
특히 취임 이후 매출이 지속 증가하며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허 대표의 단독대표 취임 이후 GC녹십자의 매출은 ▲2016년 1조1979억원 ▲2017년 1조2879억원 ▲2018년 1조3349억원 ▲2019년 1조3571억원 ▲2020년 1조5041억원 ▲2021년 1조5378억원 ▲2022년 1조7113억원 등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코로나19 엔데믹 등 대내외적 영향에 의한 주력제품들의 실적부진으로 역성장을 보였다. GC녹십자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6266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4.9% 줄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344억원으로 57.6%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그간 허 대표가 공을 들여온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3번의 도전만에 획득해내며 올해 실적 반등 기대감이 고조되는 중이다.
아울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녹십자 제55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허 대표는 지난해 회사로부터 8억9900만원을 수령했다. 급여 8억2100만원, 상여금 7500만원, 기타 근로소득 300만원 등이다. 전년 대비 약 6.1% 감소했다.
◆ 희귀질환 중심 신약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성장동력 추가
허 대표 체제 GC녹십자는 R&D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취임 첫 해인 2015년 1019억원이었던 R&D 투자 비용은 점차 늘어나며 2018년 1459억원을 기록했고,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에도 ▲2019년 1507억원 ▲2020년 1599억원 ▲2021년 1723억원 ▲2022년 2136억원 등 지속적으로 증액됐다. 특히 2022년에는 당시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허 대표는 GC녹십자의 기존 주력 분야였던 백신은 물론 희귀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적극 확장해왔다.
백신의 경우 현재 가장 진전된 파이프라인으로 꼽히는 건 미국 자회사 큐레보를 통해 개발 중인 대상포진 백신 ‘CRV-101(성분명 아메조스바테인)’이다. 올해 초 글로벌 임상 2상 결과 공개를 통해 업계 선두인 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에 비해 비열등성과 우수한 내약성을 입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결과를 통해 용량 선정의 근거를 마련, 올해 임상 3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주목받았던 mRNA(메신저리보핵산)를 활용한 독감 백신 개발도 추진 중이다. 2022년 4월 캐나다 소재의 아퀴타스테라퓨틱스와 계약을 맺고 mRNA 기술의 핵심인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을 도입했다. 이후 mRNA 기반 독감백신 개발 가능성을 타진했고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후 지난해 3월 LNP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 옵션을 행사했다. 올해 임상 1상 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희귀질환 의약품 확장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임상 3상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정식허가를 받았다. 당초 목표로 했던 2026년보다 빠르게 거둔 성과다.
앞서 GC녹십자는 2011년 식약처로부터 헌터라제를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받고, 임상 3상 수행을 조건으로 2012년 조건부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이른바 ‘2형 뮤코다당증’으로 불리는 헌터증후군은 남아 10만~15만명 중 1명 비율로 발생한다고 알려진 희귀질환이다. 골격이상, 지능 저하 등 예측하기 힘든 각종 증상들이 발현되다 심할 경우 15살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7월에는 미국 제약사 미럼 파마슈티컬스로부터 소아 희귀 간질환 치료제 '리브말리(성분 마라릭시뱃)'의 국내 독점 개발·판매권한을 확보했다. 이후 지난해 2월, GC녹십자는 식약처로부터 만 1세 이상 알라질증후군(ALGS) 환자의 담즙정체성 소양증을 치료하는 용도로 리브말리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리브말리의 국내 판권 도입과 비슷한 시기(2021년 7월), 또 다른 미국 제약사 스페라젠과는 희귀난치성질환 ‘SSADHD(숙신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결핍증)’의 치료제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SSADHD는 유전자 결함에 따른 효소 부족으로 유전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GC녹십자는 현재 mRNA 관련 기술을 활용해 해당 질환의 치료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 ‘MPS III A’와 희귀 혈액응고 질환 치료제 ‘MarazAA’, 혈전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치료제(TTP) 후보물질 ‘GC1126A’ 등을 개발하고 있다.
MPS III A의 경우 2020년부터 노벨파마와의 공동개발을 해오고 있으며 지난해 1월 FDA로부터 희귀소아질환 의약품 지정(RPDD), 올해 1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받았다.
MarazAA는 글로벌 임상 3상 단계 중으로 연구를 통해 희귀 혈액응고장애 질환에서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또 자체 개발 중인 GC1126A는 지난해 9월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기도 했다.

◆ 3번의 고배 끝에 맺은 결실…올 하반기 '알리글로' 美 시장 진출 새 역사 쓸까
허 대표 체제의 GC녹십자가 해낸 성과 중 최근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바로 그간의 숙원과제였던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 진출이다.
지난해 실적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해가 넘어가기 전인 2023년 12월 15일 알리글로의 FDA 품목 허가를 획득해내며 올해 실적 반등 카드를 쥐게 됐다.
GC녹십자가 개발한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으로 불리는 '1차 면역결핍증(Primary Humoral Immunodeficiency)'에 사용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첫 번째 국산 혈액제제이면서 FDA 승인을 획득한 8번째 국산 신약이다.
허 대표는 약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알리글로를 통해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처음으로 도전한 것은 취임 당해년도인 2015년이다. 당시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5% 제품에 대해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2017년 최종 실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이후 허 대표는 목표를 바꿔 면역글로불린 10% 제품으로 FDA 허가에 재도전 했는데, 코로나19로 현장 실사가 지연되면서 또 한 번의 좌절을 맛봐야만 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난해 7월 또 다시 재신청,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혈액제제를 상업화하기 위해서는 고도화된 생산 기술과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수적이어서 전세계적으로 생산자가 매우 제한적이다. 반 세기동안 혈액제제 사업 노하우를 쌓아온 GC녹십자는 현재 면역글로불린과 알부민을 필두로 북미와 중남미, 중국 시장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전 세계 3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특히 알리글로는 면역글로불린 정제 공정에 독자적인 'CEX 크로마토그래피(양이온 교환 크로마토그래피)' 기술을 도입해 제품의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해당 기술은 혈전색전증(Thromboembolic Event) 발생의 주원인이 되는 혈액응고인자(FXIa)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데 강력한 역할을 한다. 특허로도 등록(한국)·출원(미국)돼 있다.
GC녹십자는 FDA 허가 성과에 따라 올해 하반기 미국 내 자회사인 GC Biopharma USA를 통해 알리글로를 시장에 본격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3조원 규모로 세계 최대 시장이자, 국내 약가 대비 약 6.5배 높은 최고가 시장이기도 하다.
회사는 올해 5000만 달러의 매출(연결기준)을 일으킨 뒤 매년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진출 5년 만인 오는 2028년 약 3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지난해 12월 FDA 품목허가를 받은 직후 미국 내 알리글로를 알리기 위한 홈페이지를 개설했으며, 올해 1월부터 미국 내 주요 전문약국(SP, Specialty Pharmacy) 유통채널과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달부터는 주요 학회에 참가하는 등 본격적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오는 7월에는 주요 보험사 처방집(formulary) 등재와 함께 알리글로를 정식으로 론칭할 계획이다.
특히 ▲고마진 가격 정책 ▲환자 접근성 향상 ▲계약 최적화 등 3가지 전략을 핵심으로 삼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알리글로는 면역글로불린 유통채널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는 '전문약국'을 통해 공급된다. 전문약국 채널은 많은 영업 인력이 필요 없으면서도 성분명 처방(Unbranded Script) 비율이 높아 신규 진입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고가의 특수 의약품을 취급하는 전문약국 채널을 적극 활용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또 알리글로만의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마진 전략을 수립, 보험사(Payer)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Pharmacy Benefit Manager), 전문약국(SP), 유통사(Distributor)까지 아우르는 수직통합채널 계약을 통해 미국 사보험가입자의 약 75%에 알리글로를 등재시킬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서도 알리글로의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허 대표가 지난해의 아쉬움을 만회하고 올해 성공스러운 새 챕터로의 도약을 해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 대표는 앞선 1월, 임직원들에게 전하는 2024년 신년사를 통해 알리글로의 FDA 품목허가 승인을 언급하며 "가능성의 시간을 지나 증명의 시간으로 진입하게 된 것에 감사하다"며 “가능성의 시간에는 실수와 실패가 약이 되고 경험이 됐지만, 증명의 시간에는 실수가 곧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모든 과정을 철저하고도 완벽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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