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니티 컨소시엄 '풋옵션 분쟁' 미해결은 여전히 변수

[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에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가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195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신 회장은 26살 나이로 의사가 됐고 산부인과 교수 자격도 취득했지만 교보생명 창립자이자 아버지인 '신용호 창립자'의 가업을 이어받았다.

처음부터 계속 회장직을 맡지는 않았다. 1996년 부회장, 1998년 회장, 1996년 이사회 의장, 2000년 회장으로 직급을 옮겼다. 제대로 된 경영 철학을 선보인 건 2000년대부터다. 이후 전문경영인(사장)을 따로 내세웠지만 대내외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신 회장은 보험계에서 보기 드문 '오너 경영인' 중 한 명이다. 생명보험업계에선 유일하다. 올해 기준 신 회장의 교보생명 지분율은 33.78%로 1대 주주다. 동시에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수행하며 한국 문학·예술 지원을 이끌고 있다.

그렇다고 '부의 대물림'을 온전히 누린 것은 아니다. 신창재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을 때 교보생명은 IMF 여파와 업계의 고질적 관행으로 적자를 보고 있었다. 신 회장은 안정된 경영 능력과 리더십으로 신 창립자의 빈자리를 채웠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해 7억16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교보생명 배당금 170억원도 수령했다.

◆ 업계 '의심의 눈총' 씻은 경영 능력… 수익성 위한 '건전성' 중시

신창재 회장이 회장에 취임할 때만 하더라도 의사 출신인 그가 제대로 된 보험 경영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신 회장은 경제 관련 서적과 자료·논문·신문 등을 매일 스크랩하고 임직원들과 미팅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신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설계사를 2만5000명 줄이는 개혁을 단행한다. 당시 단체보험에 집중된 인력을 분산해 불량채권 규모를 크게 줄였다. 점포 개수도 1400개에서 700개로 줄이는 등 경영 패러다임을 바꿨고 결제 단계를 줄이고 회장 직통 이메일을 오픈하는 등 소통의 폭을 넓혔다. 이 과정에서 사장이 여러번 바뀌는 진통이 있긴 했지만 회사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교보생명은 적자 회복 후 신규 사업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다. 2004년 방카슈랑스·다이렉트 보험 판매를 선언했고 2007년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을 주력으로 삼는 전략을 세웠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미팅 숫자를 늘리고 경쟁력 있는 설계사 양성에 공들였다. 그 결과 설계사 1년 정착률 55.5%로 업계 평균치보다 크게 높였고 보험 유지율도 10%포인트(p) 이상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신 회장은 건전성 회복 이후 본격적으로 교보생명의 자본을 키우는 데 돌입한다. 생명보험업계는 고객층에 한계가 있어 당기순이익 규모를 크게 늘리는 것이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 신 회장은 자산운용사 대표를 직접 만나는 등 투자순익 규모를 키우는 데 주력하는 한편 기업 상장(IPO)·금융지주사 전환을 선언한다.

물론 1995년 하나은행 주식 매입, 2011년 우리금융 인수 추진, 2012년 KB금융 스와프 딜 추진 등 회사 규모를 키우려는 노력은 꾸준히 있었다. 해당 노력은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고 2014년 우리은행 인수를 추진했지만 이 또한 실패로 돌아간다. 업계에서는 주 원인을 금융 당국과의 마찰로 보고 있다. 보험사와 은행이 합쳐진 금융사는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형태라 금융 당국에서 선뜻 허가하기 어려웠다.

이를 두고 신 회장의 결단력과 협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타 보험사와 비교하며 '좋은 시도'는 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결국 2012년부터 본격 추진된 상장 시도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주사는 다른 회사의 지배를 주 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로 단독 회사에 비해 신성장동력 발굴에 유리하다.

여러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는 와중에도 교보생명 경영 자체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2014년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은 15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고 해외 신용평가사로부터 '8년 연속 최고등급(A1)'도 획득했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이 적용된 올해, 금리 인상 손해 반영에도 삼성생명과 함께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회장은 신사업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특히 2013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을 창립하는 등 디지털화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보험업계 최초로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 '피치'를 선보였고 AI 챗봇 '러버스 2.0', 헬스케어 앱 '케어' 등 타 보험사보다 앞장서 디지털 서비스를 출시했다. 세계 최초 자연어 처리 머신러닝 기반 인공지능 언더라이팅 시스템 '바로' 구축도 교보생명의 성과다.

◆ IPO 불발이 촉발한 '어피니티컨소시엄 분쟁'… 3세 경영 행방은?

교보생명의 2대 주주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교보생명에 IPO 이행 불발에 대한 책임을 요구했다. 교보생명이 3년 이내 상장에 실패할 경우 주식 매수를 요구하도록 계약한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교보생명은 어피니티가 상정한 풋옵션 가격이 부풀려졌다는 입장이라 소송전까지 이어졌다. 지난 2월 2심 판결이 나왔지만 검찰이 대법원 상고를 확정하면서 결론이 미뤄졌다.

업계에서 판결에 주목하는 이유는 소송전이 끝나야 신창재 회장의 장남인 '신중하 팀장' 등의 지분 승계 과정을 별 탈 없이 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차장은 차남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혁신팀장과 함께 최근 공개 행보를 펼치고 있다. 아직 두 아들이 회사 지분을 부여받은 상황은 아니지만 이후 계열사 경영을 맡길 가능성이 있다.

◆ 지주사 전환 뜻 이룰까?… 준비 과정 어느 때보다 정교해

교보생명은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손해보험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손보사는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악사손해보험 등이 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계열사 다각화 작업이다.

기업 구조를 탄탄히 다진 후 인적분할 단계를 거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신창재 회장은 현재 교보생명 지분 33.78%만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2대 주주인 어피너티 컨소시엄(FI)과 분쟁 중이라 가야할 길이 험난하다.

지주사 전환 여부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주주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렸다. 이전까지 신 회장은 기업 상장 실패, 금융사 인수 실패 등 여러 고비를 겪어왔다. 신 회장의 '결단'이 통해야 하는 시점에 다다른 셈이다. 이전과는 다르게 준비 과정은 어느 때보다 철저하다. 신 회장은 주주 설득 과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고 교보생명 차원에서 파빌리온자산운용 자회사 편입 등 주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7일 창립 65주년을 맞이했다. 신 회장은 "보험사의 변화는 5년을 지켜봐야 뚜렷히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추진하는 디지털 사업과 지주사 전환이 70주년 때 그 진가를 드러낼 수 있을지, 이제는 지켜볼 일만 남았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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