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을 맞은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가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김은지 대표는?

김은지는 BAT로스만스 대표다. 지난 2020년 7월, 국내 담배업계의 두꺼운 유리천장을 깨고 업계 최초 여성 CEO로 선임됐다.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의 한국법인인 BAT코리아의 두 번째 한국인 CEO다. BAT코리아는 김 대표 선임 이후인 2021년 영국 본사의 계열사 BAT로스만스로 통폐합됐으며 이에 따라 김 대표는 BAT로스만스 대표가 됐다.
1977년 출생해 경북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생활용품기업 유니레버코리아를 거쳐 2004년 BAT코리아에 입사했다.
평사원부터 시작해 대표에 오르기까지 16년간 ▲던힐 브랜드 담당 ▲국내 영업 총괄 ▲사업 개발 담당 등의 핵심 보직을 거쳤다.
덕분에 폭넓은 업무 경험과 전문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담배 시장에서 ‘던힐’을 BAT코리아의 대표 상품이자 ‘신사의 담배’로 이미지를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대표가 팀장으로 재직했던 2010년 던힐 브랜드의 점유율은 국내 담배 최대인 18.08%를 달성하기도 했다.
사장 선임 직전에는 BAT 인도네시아의 브랜드 총괄로 활약했다. 당시 어려운 현지 여건 속에서도 브랜드 포트폴리오 개발·구축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취임 당시부터 BAT코리아의 저조한 시장점유율과 실적을 끌어올릴 소방수로 기대됐다.
◆'던힐 신화' 주역...BAT로스만스 '구원투수'로
김 대표 선임 당시 BAT코리아는 부진한 실적과 함께 잦은 경영진 인사 단행으로 업계에서 'CEO의 무덤'이라 불렸다.
지난 2014년 이후 매출이 연평균 5%씩 하락했으며 2018년부터는 2년 연속으로 영업수지 적자를 냈다. 2018년 영업손실 7억6000만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9년 영업손실 51억원을 냈다.
경영진 잔혹사도 이어졌다.
지난 2016년 취임한 에릭 스톨 전 사장은 반년을 못 채웠고 그해 취임한 토니 헤이워드 전 사장은 이듬해인 2017년에 사임했다. 이후 매튜 쥬에리 전 사장은 2019년 6월까지,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김의성 전 사장은 'BAT코리아 최초의 한국인 CEO'라는 타이틀만을 남긴 채 1년 만에 떠났다. 이어지던 경영 악화가 원인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휘봉을 이어받은 김 대표는 국내 시장에 특화된 캡슐형 가향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투 트랙 전략을 통해 하락세이던 BAT코리아의 실적 반등을 이끌어냈다.
취임 당해년도인 2020년에는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다만 이듬해(1~8월)에는 영업손실 21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BAT코리아가 BAT로스만스로 판매법인을 전환하면서 해고 급여 209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해 적자를 면치 못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21년 말 11.97%에서 지난해 말 기준 12.19%로 0.22%포인트 소폭 확대됐다.
전자담배 부문도 마찬가지다. BAT는 그간 KT&G, 한국필립모리스 양강 체제의 국내 전자담배시장에서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그러나 김 대표 체제에서 인지도 제고에 나서면서 BAT코리아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의 점유율도 2020년 6.26%에서 지난해 11.7%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공격적 행보에도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3위'는 과제
김 대표는 BAT로스만스가 출범하자마자 세계 최초로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 프로 슬림' 론칭을 진두지휘하는 등 비연소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왔다.
올 2월에는 고급 인덕션 히팅 기술이 적용된 야심작 ‘글로 하이퍼 X2’, 9월엔 ‘글로 하이퍼 에어’를 선보였다. 글로 하이퍼 X2 론칭 당시 열렸던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현재 점유율에 만족하지 않고 신제품으로 점유율을 높여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BAT로스만스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휴대성·편의성을 강화한 제품을 꾸준히 내놓는 한편 고객 접점 확대에도 드라이브를 걸며 경쟁 브랜드와의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익선동 루프스테이션을, 지난 6월에는 강원도 양양 마할로 호텔에서 글로 리프레시 팝업스토어를 열며 소비자가 직접 신제품을 경험해볼 수 있게 했으며 신제품을 대상으로 한 반값 할인 등 '가성비'를 강조하는 프로모션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런 공세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은 아쉽기만 하다. 모기업인 BAT그룹이 발표한 글로벌 올 상반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BAT로스만스의 국내 시장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0.3% 줄어든 11.3%를 기록했다. 일반 연초와 전자담배를 합산한 점유율은 0.2% 증가했다.
특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전자담배 시장에서 KT&G와 한국필립모리스가 각각 40%대의 점유율로 앞다퉈 1위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경쟁 2사와 BAT로스만스와의 점유율 차이는 극명하다.
특히 지난해 계속해서 선두를 놓치지 않았던 한국필립모리스(43%)가 근소한 차이로 KT&G(45%)에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업계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어 BAT로스만스의 점유율 확대는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 반전카드 '액상형 전자담배' 승부수…'비연소 제품'으로 시장 반향 성공할까
김 대표는 이런 가운데 반전 카드로 액상형 전자담배 '뷰즈 고 800(이하 뷰즈)'를 꺼내들었다.
뷰즈는 미국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점유율 46%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제품으로 지난 2021년 FDA(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전자담배 제품 중 유일하게 승인 받았다.
앞서 액상형 전자담배는 지난 2019년 미국에서 발생한 청소년 중증 폐 질환 사태로 ‘위해성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국내 정부 역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을 강력 권고하면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러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BAT가 4년여 만에 대형 담배 3사 중 유일하게 액상형 전자담배를 다시 선보인 것.
다만 뷰즈는 당시 논란이 됐던 OSV(개방형)가 아닌 CSV(폐쇄형) 제품으로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액상형 전자담배와 달리 담뱃잎에서 추출한 미국산 천연 니코틴을 포함해 국내 현행법상 담배와 동일한 규정에 따라 엄격하고 철저하게 생산·판매된다.
이런 차별점으로 우려를 잠식시킨 뷰즈는 출시 직후부터 소비자들의 인기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판매량이 빠르게 늘면서 초도 공급량이 금세 소진됐고 불과 론칭 한 달 반 만에 제품 라인업 4종에서 8종으로 2배 확대했다.
신제품이 출시되자마자 단 시간에 라인업 확대가 이뤄지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BAT로스만스의 승부수가 시장에 통했다는 방증이다.
현재 BAT로스만스는 이러한 뷰즈의 인기의 힘입어 기존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편의점과 베이퍼 샵에 한정됐던 판매처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체제가 시작된 이래 BAT로스만스는 꾸준한 임상 연구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비연소 제품에 대한 공격적인 포트폴리오 확장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글로 위해저감 1년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비연소 제품을 BAT로스만스의 중심 사업으로 본격 전환시키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김 대표가 ‘더 좋은 내일(A Better Tomorrow)’이라는 기업 비전 실천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비연소 제품군 소비자 5000만 명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건 만큼 그의 끊임없는 혁신이 국내 전자담배 시장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관련기사
- [CEO+] 허윤홍 GS건설 CEO, 전면 나선 ‘오너 4세’…무너진 ‘자이’ 다시 세울까?
- [CEO+]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IB 강자’ 일등공신…'WM·리테일' 강화에도 혼신
- [CEO+]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2세 경영' 모범… '지주사 전환' 오랜 꿈 이룰까
- [CEO+]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IB 역량'으로 지킨 3연임…‘옵티머스’ 중징계로 발목 잡히나?
- [CEO+]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 '젊은 리더십'으로 글로벌 무대 활보
- [CEO+]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민·관 오가며 '혁신' 발자취…‘관치’ 씻을 한 수는?
- [CEO+] 장석훈, 삼성증권 6년 ‘장수 CEO’… 연임 성공할까?
- [CEO+] 김동선 한화 부사장, 이제 '경영 능력' 보여줄 때
- [CEO+]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 막혀가는 숨통 트고 ‘새 미래’ 열까?
- [CEO+] ‘정의선 회장 경영 리더십’ 주목…“양궁협회 세계최강으로 이끌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