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마다 개발한 SMR 해외 진출 움직임
선진기업과 손잡고 개발·네트워크 확보 협력
유럽·미국·캐나다·인니 등 해외시장 정조준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SMR 사업 진출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모습. 사진=각 사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SMR 사업 진출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모습. 사진=각 사

[비즈월드] 국내 건설사들이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전) 사업 해외 진출을 위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SMR은 원자력발전소의 크기·출력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300㎿ 이하의 발전 용량을 가진 소형 원자로를 SMR이라고 부른다.

SMR은 규모가 작아 출력 조절이 쉽고 바다에서 냉각수를 끌어올 필요가 없어 입지 선정이 비교적 자유롭다. 또 냉각제 배관 파손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도 작아 안전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모듈러 공법으로 생산할 수 있어 건설비용과 공사 기간 절감 효과가 일반 원자력발전소보다 우월하다는 장점이 있어 원자력발전이 초기 단계인 나라들로부터 선호 대상이 되고 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전 세계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하는 SMR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국내 각 기업은 저마다 국내외 원자력 선진기업과 힘을 모아 SMR을 개발하고 해외시장을 뚫기 위한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현대건설의 경우 최근 유럽에서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탄소중립산업법(NZIA)’ 혜택 대상에 원자력발전 기술을 포함한 것을 포착하고 유럽시장 진출 타진에 나섰다.

동유럽 SMR 사업 진출을 목표로 각국에서 세일즈 활동을 펼치고 현지에 전초기지를 설립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재건사업의 성공을 발판으로 리투아니아·루마니아·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SMR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동유럽 SMR 사업의 전초기지가 될 지사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설립하기로 했다. 같은 달 폴란드에서 열린 크리니차 경제포럼에서는 회사의 SMR 역량을 과시하며 동유럽 국가에 회사의 SMR 역량을 부각시켰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실제 SMR 사업도 추진 중이다. 미국 원전 기업인 홀텍 인터내셔널과 오는 2029년 3월까지 우크라이나에 SMR 파일럿을 설치하고 향후 20대까지 배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원자력 개발을 선도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개발한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수출을 본격화한다. SMART는 지난 1997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해 온 110㎿급의 SMR로 지난 2012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이와 관련 양 사는 지난 11일 한국원자력연구원 대전 본원에서 SMART 수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은 SMART 실증과 상용화를 위한 사업개발·자금조달·EPC(설계·조달·시공)를 담당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로 설계와 인허가 등의 지원 업무를 맡는다. 회사가 SMR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캐나다를 시작으로 우즈베키스탄·미국·인도 등에까지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SMR의 세부 분야인 MMR(초소형모듈원전, 100㎿급 이하) 사업 진출을 위해서에도 노력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 초크리버에서 세계 최초 4세대 MMR 실증사업을 수행하고 있고 지난 2월에는 캐나다 알버타주 정부 관계자를 만나 MMR 사업에 대한 설명과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질세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루마니아 SMR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6월 루마니아 원자력공사·이인프라·노바파워앤가스·미국 뉴스케일·미국 플루어 등 5개 사와 462㎿ 규모의 SMR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5개 사는 프로젝트 계획 수립부터 인허가·설계·EPC·파이낸싱 등 전 과정을 협력한다.

삼성물산은 루마니아 SMR 프로젝트 기본설계 참여를 통해 글로벌 SMR 시장 참여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SMR 관련 역량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DL이앤씨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문을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우디 해수 담수청(이하 SWCC)과 담수화 플랜트에 SMR을 적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지난 10월 체결했다. 앞서 이 회사는 올 1월 미국의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해 전환사채를 인수하며 글로벌 SMR 시장 진출 포석을 깔았다.

대우건설은 SMR 사업의 동유럽 수요가 확대될 전망에 따라 국내외 공동사업개발 파트너와 제휴를 추진 중이다. 주요 진출 예상국은 폴란드·에스토니아·체코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SMR 사업은 비용·설치·관리 등이 기존 원자력발전소보다 우월하다는 다양한 이점에 더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인식되는 탄소 중립까지 실현할 수 있어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며 “SMR 사업이 본격 추진되기 시작하면 시장에서의 경쟁도 더욱 가열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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