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될 국내 최초의 ‘그린수소 생산시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경북 김천시에 구축한다. 조감도=삼성물산 건설부문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될 국내 최초의 ‘그린수소 생산시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경북 김천시에 구축한다. 조감도=삼성물산 건설부문

[비즈월드] 부진한 주택사업으로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이 수익 다변화 카드로 꺼내든 ‘수소사업’으로 승부수를 건다.

세계 수소 시장은 오는 2050년까지 2조5000억달러(약 3300조원, 세계수소위원회 전망치)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도 현재 22만t 수준인 수소 사용량을 2030년까지 390만t, 2050년 2700만t까지 확대키로 하며 미래 주요 에너지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내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시공능력평가 1, 2위인 삼성물산·현대건설을 비롯해 많은 대형 건설사가 수소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앞으로 크게 성장할 수소시장을 장악하며 회사 먹거리로 삼기 위해서다.

◆ 건설사 수소사업, 추상적 구상에서 실제 시설 구축까지 ‘진일보’

건설사들의 수소사업은 과거 업무협약 등 추상적 사업 구상에서 최근 실제 사업 추진까지 이르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그린수소 생산시설 구축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김천 그린수소 생산기지 구축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김천 그린수소 생산기지 구축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먼저 삼성물산은 지난달 30일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될 국내 최초의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경북 김천시에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 시설의 특징은 ‘오프그리드’(Off-grid, 외부 에너지 없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해 사용) 방식으로 지어진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만을 활용해 생산하는 수소로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를 하루 0.6t(톤) 생산하고 저장·운송하는 인프라를 구축한다. 전력으로는 100% 태양광을 사용한다. 생산한 수소는 수소차 충전소와 연료전지 발전용으로 공급한다. 오는 2025년 1월 상업생산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이 프로젝트 성공을 통해 대규모 그린수소 프로젝트까지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의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시설인 ‘전북 부안군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이하 부안 수전해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한다. 이 기지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운송할 수 있는 플랜트다.

상업용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2.5㎿ 용량의 수소를 하루 1t 이상 생산하는 수전해 설비와 250bar로 압축해 반출하는 출하설비로 구성된다. 생산된 수소는 인근 수소충전소에 공급돼 수소 모빌리티에 활용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말까지 상세설계를 완료하고 2024년 플랜트를 완성해 2025년 5월부터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수소사업 위상을 굳힌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현대엔지니어링은 충남 보령시에 하루 1t 규모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반까지 가능한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한다.

한양은 전남 여수시 묘도 항만 재개발부지에 연간 8만t 블루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블루수소 생산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린데와 사업을 함께한다. 2030년까지 8억달러를 투자한다.

◆ 해외 초대형 수소 프로젝트 참여…삼성ENG·삼성물산·SK에코플랜트 등 강세

건설사들의 수소사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SK에코플랜트 등이 세계 각국의 대형 수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사라왁에 청정수소 생산기지 조감도. 사진=삼성엔지니어링
말레이시아 사라왁에 청정수소 생산기지 조감도. 사진=삼성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은 지난 6월 오만에서 그린수소 독점 개발 사업권을 확보했다. 3개국 6개 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오만 두쿰 지역에서 향후 47년간 그린수소 사업을 독점 개발·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컨소시엄은 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하고 연 22만t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지에서 생산하는 그린수소 대부분은 운송 효율화를 위해 120여만t의 암모니아로 합성한 후 국내로 들여온다. 일부 물량은 오만에서 사용한다.

지난달에는 말레이시아 사라왁에 청정수소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H2biscus 프로젝트’의 기본설계에 착수했다. H2biscus 프로젝트는 말레이시아 사라왁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기반의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국내에 도입하는 사업이다. 말레이시아 현지에 연산 15만t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와 85만t 규모의 그린 암모니아 변환 플랜트를 구축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5월 아랍에미리트에 그린수소를 활용해 연 20만t 규모의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그린 암모니아 생산 공장’과 올해 5월 호주에 신재생 발전 단지를 조성하고 그린수소를 생산해 한국·일본 시장에 공급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뉴지오호닉 그린수소 1단계 프로젝트’ 개요도. 그래픽=SK에코플랜트
‘뉴지오호닉 그린수소 1단계 프로젝트’ 개요도. 그래픽=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는 초대형 그린수소 상용화 프로젝트에 핵심 기업으로 참여한다. 올해 5월 캐나다 월드에너지GH₂와 45억달러(약 6조원) 규모 ‘뉴지오호닉 그린수소 1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연산 6만t 그린수소 생산시설과 그린수소를 연산 36만t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플랜트를 건설한다.

최근에는 총 20조원 규모의 뉴지오호닉 그린수소 프로젝트는 사업 추진을 위한 중요 관문도 통과했다. 현재 진행 중인 1단계 사업을 넘어 3단계 사업까지 필요한 풍력발전 부지 확보에 성공한 것. 캐나다 주 정부로부터 총 1077.91㎢ 국유지 사용 승인을 획득했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605.24㎢)의 약 1.8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사업 한계로 위기에 봉착한 건설사들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소사업 성과를 내며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내고 있다”며 “수소사업은 수익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성을 갖춘 ESG 경영까지 가능해 많은 건설사가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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