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쯤 임기 끝나는 대형사 CEO 5인 중 4인 유임 확정
경영위기·사망사고 등 해임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도 유임
호실적 이끈 오세철·윤영준·박경일 유임…한성희도 유임 무게

(왼쪽부터) 유임이 확정된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사진=각 사
(왼쪽부터) 유임이 확정된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사진=각 사

[비즈월드] 국내 건설업체들이 새해 인사와 관련해 변화보다는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초 임기가 마무리되는 대형 건설사 5명의 CEO 중 4명 유임이 확정됐다. 경영위기와 사망사고 등으로 해임설이 나돌던 CEO도 유임이 확정된 만큼 한 해 호실적을 이끈 나머지 CEO 1명도 유임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현재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의 유임이 확정된 상태다.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의 거취는 오는 19일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에서 정해진다.

먼저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는 최근 인사에서 유임되며 두 번째 대표 임기를 수행하게 됐다. 삼성그룹은 최근 60세 이상의 고위 임원은 물러나게 하는 ‘60세 룰’을 적용해 왔다. 이런 인사 규칙을 깨고 다시 오 대표에게 건설을 맡긴 배경에는 건설업 불황과 취임 첫해부터 혁혁한 성과를 올린 공로를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 대표는 1985년 입사한 뒤 해외 여러 나라를 거치며 현장소장 업무를 해 온 해외사업 전문가로 통한다. 대표 임기 첫해인 2021년에는 5년 만에 해외건설 수주실적 1위(69억6851만 달러)를 탈환하며 이를 증명했다. 지난해도 해외건설 수주실적 1위를 수성했고 올해도 유력하다. 임기 내내 해외사업 1위라는 위업을 눈앞에 뒀다. 실적도 좋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유력하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도 최근 현대차그룹 인사에서 유임이 확정됐다. 유임 배경은 역시 경영안정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해외사업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이라는 방침을 전했는데 이를 잘 수행할 적임자로 윤 대표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영준호 현대건설은 실제 올해 사우디에서만 10조원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또 윤 대표는 원자력 사업 동유럽 진출을 위해 우크라이나·폴란드·프랑스 파리 등 세계 각국을 발로 뛰었다. 실적도 호조세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매출 20조8146억원, 영업이익 642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7.3%, 28.4% 증가했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는 전날(6일) 인사에서 유임됐다. 당초 경영위기·사망사고 등으로 해임 쪽에 무게가 쏠렸지만 DL그룹이 안정을 택한 셈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DL이앤씨 사업장에서는 지난해 5명, 올해 3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등 8명이 사망했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건설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올해 누적 실적(3분기까지)은 매출 5조6581억원, 영업이익 242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36%나 줄었다.

마창민 대표 유임 배경에는 그가 취임 첫해 올렸던 성과가 컸던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마 대표 취임 첫해인 2021년 DL이앤씨 실적은 매출 7조6287억원, 영업이익 956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2.5%에 달했다. 마케팅의 대가로 통하는 그가 무너진 이미지를 쇄신하고 새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셈이다.

유임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왼쪽)와 유임이 확정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 사진=각 사
유임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왼쪽)와 유임이 확정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 사진=각 사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도 연임됐다. SK에코플랜트는 7일 임원 인사에서 성공적 IPO 추진을 목표로 박경일·장동현 각자대표 체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장동현 SK 부회장이 IPO 추진을 위해 SK에코플랜트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이 임시 주총에 상정된다.

박경일 대표는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바꾼 회사를 볼트온(인수·합병) 전략을 통해 성장시켰다. 기업 정체성을 건설→환경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친환경·혁신 관련 유망 기업을 사들이며 회사를 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건설사는 건설사업을 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을 깨고 회사가 환경·에너지 사업으로 새 옷을 갈아입는 데 그의 공로가 컸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임이 확정된 이들 4명 CEO에 더해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도 유임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는 주택사업 강화로 회사의 세를 불린 CEO다. 올해 정비사업에서 4조원대 수주고를 올려 업계 1위가 유력하다. 올해 실적만 보면 4년 동안 이 분야 1위였던 현대건설을 크게 제쳤다. 이런 주택사업 업적과 올해 사명을 포스코건설에서 포스코이앤씨로 바꾼 만큼 ‘친환경 미래 건설’을 이끌 수장으로 회사 체질 개선에 유연한 모습을 보인 그가 적임자라는 시각이 많다.

포스코그룹은 CEO·임원 임기가 1년이라 해마다 재신임을 받는 구조다. 한 대표는 2020년부터 대표를 4번 역임했다. 한 대표의 5번째 CEO 선임 여부는 오는 19일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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