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에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는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

◆ 창업주의 장손… 입사 8년만에 등기임원, 14년만에 사장 등 초고속 승진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는 고 이규석 현대약품 창업주의 아들인 이한구 회장 장남으로 1976년에 태어나 동국대 독어독문학과와 미국 샌디에이고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난 2003년 현대약품에 입사한 이후 2011년 등기임원에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경영 참여를 알렸다. 2012년 3월부터는 미래전략본부장(부사장)을 맡았으며 2017년 11월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신규사업·연구개발(R&D) 부문 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 2월에는 이한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인 김영학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올라섰다. 2021년 1월 김 대표가 사임하면서 단독 대표가 됐으며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경영기획실과 미력전략 수장 등을 역임한 기획전문가로 현대약품의 R&D 부문을 직접 이끌며 신제품 개발·도입 강화, 글로벌 신약 개발 등을 통한 '성장 주도적 회사'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 3세 경영 홀로서기… 첫해부터 혹독한 신고식

2018년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었지만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오른 것은 단독 대표가 된 지난 2021년부터다. 당시 홀로 나선 3세 경영의 첫 걸음은 불안했다.

단독 경영 첫해인 2021년 당시 현대약품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증가하는 등 재무건전성 지표의 악화 추세가 뚜렷했고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국내 판권·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임신중단 약물 '미프지미소' 국내 도입 지연, 자폐범주성장애 치료제 후보물질 '부메타나이드' 임상 3상 중단 등 주요 추진 사업들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여파로 이 대표의 첫 경영 성적은 부진했다.

11월 결산법인인 현대약품의 지난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늘어난 1398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6억원, -32억원으로 모두 적자 전환됐다. 

극복을 위해 이 대표는 먼저 기존 사업 역량 제고에 집중하며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의약품 부문은 도매상·약국에 대한 마케팅 구축과 병원 전문치료제 위주의 마케팅 전략을 강화했고 식품부문은 대리점 조직을 강화해 외형 신장을 꾀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후 식이음료 '미에로화이바'와 탈모치료제로 쓰이는 '마이녹실' 등 간판 제품을 앞세우며 신사업 확대에도 힘썼다.

미래형 식사라 일컬어지는 간편대용식(CMR) 브랜드 '365Meal'을 선보였고 2020년에 론칭한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랩클'을 중심으로 더마코스메틱 부문을 확대시켰다. 

기존 품목들의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면서 신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의 사업 다각화를 꾀한 것. 

본업인 의약품 경쟁력도 강화했다. 

자체 개발·연구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으로 지속 성장을 위한 기틀 마련을 위해 지난해 3월 경구용 제2형 당뇨병 치료제 HDNO-1605 국내 2상에 돌입했으며 4월에는 한양대 맞춤의약연구원(HY-IPT)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또 파우더 제형 알츠하이머병 치매 치료제 '하이페질산(성분명 도네페질)'을 선보였고 알츠하이머병 치매 치료제 '디만틴정(성분명 메만틴염산염)'을 20㎎의 새로운 용량으로 출시했다. 조현병 치료제 '아빌라핀정(성분명 아리피프라졸)'도 선보이며 주력 분야인 CNS(중추신경계)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이 같은 노력은 바로 이듬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현대약품의 지난해 매출은 162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229억원)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80억원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순이익은 -2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 9개월 '노사갈등' 봉합 이후 '회계처리 기준 위반' 또 위기

지난해 현대약품은 노사갈등으로 인한 내홍을 앓았다. 노동조합과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과정 중 분쟁이 일어난 탓.

사측은 그동안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으로 입사 1년 차에 지급하는 연차를 법규보다 많은 20일을 부여하고 상한선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신규 입사자에 대해서는 법규대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노조는 1년 차 입사자에게 연차를 18일 부여하고 최대 32일까지 쌓을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노조 측은 연차일수가 있더라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며 연차를 줄이게 되면 사측이 소진하지 않은 연차에 지급해야 하는 수당이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대졸 신입사원의 첫 해 연봉 설정에 대해서도 노사는 팽팽하게 맞섰다. 사측은 대졸 신입사원 초임 연봉을 기존 4800만원에서 4500만원 수준으로 조정하자고 주장했다. 노조는 잘못된 임금체계를 개선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노조 측은 해당 안을 수용하기 위해 일비 조정이나 임금 체계 재조정 논의 등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했으나 사측이 이를 거부해 타결이 결렬됐다.

이에 노조는 1인 시위와 제약업체에서는 이례적으로 두 달여간의 부분 파업 등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약품 주력 제품 일부가 품절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20여 차례에 가까운 협상을 진행하면서 가까스로 노사갈등의 최대 쟁점이었던 신입사원 임금 삭감과 연차 축소를 노조가 수용하기로 하면서 올해 2월이 돼서야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다. 사태가 시작된 지 9개월만이다.  

그러나 노사갈등이 해결된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현재 현대약품은 또 다른 악재를 맞닥뜨렸다.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금융당국의 제재에 이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게 된 것. 

현대약품은 지난 17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로부터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제재를 받게 됐다고 공시했다. 이날부터 현대약품 주식 거래는 정지됐다. 

증선위는 현대약품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출 인식 시점에 판매장려금을 차감하지 않은 채 수익을 인식하고 기말에는 판매장려금과 미지급장려금을 과소추정해 2018년 최고 189억원 상당의 매출·매출채권을 과대계상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2015년부터 결산 시 임의로 비용(판매관리비 등)·부채(미지급금)를 차감하는 방법으로 2019년기준 33억원의 미지급금을 임의 상계하면서 순이익·자기자본을 부풀렸단 입장이다.

증선위는 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에 대해 핵심 감사사항으로 정해 감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문제를 밝혀내지 못한 점을 이유로 들며 과징금, 손해배상공동기금 30% 추가 적립, 현대약품 감사업무 제한 2년 등의 조치를 내렸다.

현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현대약품에 대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만큼 심의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중이다. 다음달 9일 안팎으로 결론이 날 전망이다. 

심의대상이 될 경우 현대약품의 주식은 계속 거래정지가 되고 심의대상이 아닐 경우 곧바로 매매거래정지가 해제된다. 현대약품과 현대약품 책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향후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 무너진 공든 탑… 책임 경영으로 다시 쌓을 수 있을까?

현대약품은 올해 2월 한국얀센과 2세대 뇌전증 치료제 '토파맥스(성분명 토피라메이트)'의 국내 독점 판매·유통 계약을 맺은 후 3월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와 SI 투자 및 KRAS 변이 암 치료제 전임상 후보 물질 도출을 위한 신약 공동 연구 개발 협약을 체결하면서 전년보다 더 나은 호실적 행보가 기대된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회계처리 위반 논란으로 현대약품이 쌓아온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고의가 아닌 관리부실로 발생한 사안이라는 게 현대약품 측의 설명이지만 회사 지분의 상당부분을 보유 중인 소액주주들의 불안은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선 회계조작으로 인한 주가하락이 명백할 시 소액주주 모임을 구성해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조치를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최악의 경우 과징금 부과는 물론 상장폐지도 거론될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 상황을 이 대표의 두 번째 경영 능력 심판대로 보고있다. 

논란이 터진 이후 현대약품이 "관련된 내부통제 강화, 업무프로세스 전산화, 회계 전문인력 증원을 통한 회계투명성 확보, 향후 재발방지 대책을 완료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향후 이 대표의 책임있는 경영행보가 이뤄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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