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에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가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NH투자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NH투자증권

◆ 정영채 사장은?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1964년생으로 경북사대부고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박정림 KB증권 사장,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과 82학번 동기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정영채 사장은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했다. 당시 대우증권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던 회사다. 정 사장은 IB(투자은행) 부문에서 뛰어난 역량을 드러냈다. 대우증권 IB부장과 기획본부장을 맡으며 승승장구한다.

정 사장은 잦은 CEO 교체로 불안정한 대우증권을 뒤로 하고 2005년 NH투자증권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다. 증권업계에서 IB 부문 파이를 키우려는 의지로 10년 넘게 IB사업부를 맡아 1700억원 넘게 벌어들이는 알짜 사업부로 키웠다. 정 사장은 2018년 NH투자증권 대표 후보 당시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가 아래 유망한 외부 후보자를 제치고 사장직을 꿰찼다.

취임 이후에도 영업이익 1조원 달성 등 성과를 인정받아 3연임에 성공한다. 특히 농협금융그룹의 비금융 부문 기여도가 커 이사회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년 넘는 재직 기간 동안 IB사업 확대 등 증권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을 받는다.

정영채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24년 3월까지다. 지난해 연봉은 상여금 19억6500만원을 포함한 24억7500만원이다.

◆ IB부문 절대 강자… 리테일 부문 '디지털화'로 돌파

정영채 사장은 대표직에 오르기 전부터 IB 부문 거장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IB사업부는 인수금융과 인수합병 등 기업과 투자자의 접점에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부문이다. 정 사장은 30년 넘게 IB 부문에 발을 담그며 국내 리그테이블(실적) 선두권을 놓치지 않았다. 

정 사장은 취임 이후 3번에 걸친 IB 조직개편으로 영역 확대와 전문성 확보를 주문했다. 주식발행과 채권발행뿐만 아니라 부동산 대체투자·해외투자 등 새로운 영역도 가리지 않고 손을 뻗었다. NH투자증권은 넷마블과 SK바이오팜, 하이브 등 유망 기업들의 상장을 이끌었고 지난 1분기 기준 채권발행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IB수수료 수익은 2017년 1103억원에서 지난해 3138억원까지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정 사장의 IB사업 성공 요인으로 '네트워크'를 꼽는다. 정 사장은 직접 고객들과 만나며 소통하는 일을 핵심 영업전략으로 꼽는다. 수수료보다는 오래 가는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했다. 직접 인재 영입이나 성과관리 등을 챙기며 조직 역량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해외 투자 관련 외부 우수 PB를 영입하고 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를 신설하는 등 변화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물론 IB사업 이외 영역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샀다. 정영채 사장은 리테일(소매) 부문 확대를 위해 '디지털 혁신'과 '플랫폼'을 주 키워드로 삼고 사업을 추진했다. 2018년 업계 최초로 CDO(최고디지털임원) 조직을 신설하고 디지털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그 일례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나무증권' 개편이 있다. 

NH투자증권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형태의 사용자경험(UX)를 개발하고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과 제휴하는 등 나무증권의 매력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 결과 2년간 400만개가 넘는 신규 계좌 유치 성과를 거뒀다. 증권사 최초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열고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를 출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도 기울였다. 최근에는 데이터 기반의 증권사를 꿈꾸며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중이다. 

정영채 사장의 혁신은 사내 문화·규율 변화에서 비롯됐다. 정 사장은 사내 익명 게시판을 가동해 소통 경영의 폭을 넓혔다. 또 투명한 일과 보고를 강조하는 대신 대면 보고를 축소하는 등 효율성을 강화했다.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핵심성과지표(KPI)' 삭제다. 정 사장은 영업 인력들이 인사평가에 공들인 나머지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판단했다. 금융상품 판매 실적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도 폐지를 강행했다.

그 결과로 NH투자증권은 2019년 4764억원, 2020년 5769억원, 2021년 9315억원, 2022년 30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21년 1조293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1조 클럽'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고강도 긴축과 주식시장 거래대금 감소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정 사장 취임 이래 꾸준한 상승세를 그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 부실 ‘옵티머스펀드’ 판매금액 1위… 금융권 취업제한 등 '중징계 위기'

정영채 사장이 이끄는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에 휩싸였다. 특히 전체 판매액의 80%에 달하는 4327억원을 팔면서 책임론이 불거졌다. 옵티머스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대부업체 사채를 편입하는 등 사기 행각이 문제가 된 펀드로 지난해 파산에 이르렀다. 

정영채 사장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측에 로비를 받았다는 각종 의혹에 반박했지만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판매했다는 책임 하에 금융당국으로부터 2020년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문책경고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조치로 금융권 3년 취업 제한을 받는다.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그동안 연임을 이어왔지만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이후 연임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고객에게 원금 전액을 반환하는 결정을 내려 비난의 화살을 피했다. 수익증권을 양수하는 방식으로 배임의 여지도 없앴다. 다만 전액 반환 과정에서 NH투자증권은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수탁사인 예탁결제원의 공동 배상 책임을 물었는데 이에 응답하지 않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원고소가는 100억원으로 이번달부터 변론이 시작된다. 고객과의 갈등이 은행·기관과의 다툼으로 번져나간 셈이다.

◆ 1분기 회복 흐름 '꿈틀'… IB사업 수익성 재건 이룰까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왼쪽 첫 번째)와 임직원들이 '쿨코리아 챌린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NH투자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왼쪽 첫 번째)와 임직원들이 '쿨코리아 챌린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NH투자증권

증권사들은 지난해 채권 평가손실 수천억원 발생으로 대규모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했다. NH투자증권은 분기 적자는 피했지만 당기순이익이 3분의 1로 줄어드는 등 침체의 늪에 빠졌다. 올해는 달랐다.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컨센서스를 39% 상회하는 18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79.9% 증가했다. 채권 운용 손실이 회복된 데다가 나무증권 등 리테일 강화 효과를 봐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분기 대비 39.9% 늘었다.

다만 이번 실적에서 IB 수수료 수익은 여전히 아쉬운 수준이다. 부동산 경기 불황이 찾아오면서 관련 영업 축소가 이어졌고 IPO 수익도 크게 줄었다. 앞으로의 실적 개선 전망도 불투명하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수익 회복 시간이 필요하고 하반기 IPO 대어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하반기 의무공개매수제도 등 새로운 금융당국 제도를 바탕으로 신규 먹거리를 선점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십년간 자본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정 사장의 행보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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