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에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가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 임종룡 회장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1959년생으로 서울 영동고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오리건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고 1981년 행정고시 24회에 합격하며 공직에 들어섰다.

임종룡 회장은 대통령실에서 경제 관련 실무를 도맡으며 두각을 드러냈고 이후 기획재정부 1차관·국무총리실 실장 등을 역임했다. 물가 관리·재정 정책 등을 총괄했으며 2013년 농협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긴다. 농협금융에서 현장경험을 쌓고 2015년 금융위원장직에 선출돼 2년 4개월 임기를 보낸다.

이후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와 법무법인 율촌 고문까지 맡은 후 우리금융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다. 그 사이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기획재정부 장관직도 제안받았지만 개인 사정을 들어 거절했다.

임 회장은 뛰어난 정책 능력과 조직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우리금융은 임 회장이 외부 출신으로서 과감한 조직혁신을 수행할 수 있는 인재라고 설명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 3월까지다. 

◆ 공직·사기업 넘나들며 역량… 대우조선에 7조 지원 세금 낭비 비판도 

임종룡 회장은 행정고시를 시작으로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와 대통령실, 국무총리실까지 거친 '엘리트 관료'다. 30년 넘는 공직 생활동안 은행·증권·금융정책 등 핵심 분야를 모두 담당했다. 특히 천안함 사건, 그리스 파산 사태 등 중요 재정 위기가 예상될 때마다 공직 선후배 간의 의사소통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헤쳐 나갔다. 

임 회장이 2013년 농협금융 회장으로 선임된 것도 농협의 신용·경제사업 분리 관련 정부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당시 농협금융은 수익성 하락과 대주주 간 갈등 문제로 어수선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임 회장은 취임 전에도 당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대내외에서 온화한 성품을 인정받기도 했다. 

농협금융 회장직은 임종룡의 가치를 증명하는 자리였다. 임 회장은 2014년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했다. 인수한 지 1년여만에 자산이 2조원 가까이 증가하는 등 적절한 시기에 성공적인 인수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농협금융의 자산운용 부문을 강화하는 등 조직 개편에 열성을 기울였다. 복합 지점을 설치하고 불필요한 점포를 줄이는 등 다양한 수익성 정책을 펼친 효과를 봐 2014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62% 증가했다.

이후 임 회장은 2015년 금융위원장이 됐다. 낡은 규제 철폐와 핀테크 활성화를 내세우며 '금융 개혁'을 외쳤다. 실제로 법령규제 1064개 중 211개를 폐지하고 그림자 규제를 700개에서 50개로 줄이는 등 개혁의 칼날을 세웠다. 우리은행 민영화를 이끌고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도 개혁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다.

임 회장이 언제나 성과를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장 재직 시절 분식회계로 논란의 중심에 선 대우조선해양에 약 7조원을 지원하는 등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 과정에서 '59조원 국민 손실' 등 가짜 공포 마케팅을 펼쳤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에 이르러서야 흑자전환했고 지난해 한화에 인수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임종룡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인 2017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 관치 논란에도 금융사 회장 2번… 임명 후에도 금융당국 '밀착'

임종룡 회장은 NH농협금융과 우리금융그룹 회장직에 오를 때 '관치 논란'의 중심에 섰다.

농협금융에서의 관치 논란은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농협금융은 본래 정부 코드 인사가 잦은 편이었다. 임 회장은 능력을 인정받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임까지 얻어 금융사 회장을 못할 이유가 없었다. 임종룡 회장은 당시 관치 논란에 대해 성과로 판단해 달라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금융 관치 논란은 농협금융 때와는 궤를 달리한다. 임 회장이 금융위원장 시절 우리금융 민영화에 적극 참여한 데다가 전임 손태승 회장이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 당국까지도 전임 손 회장의 거취 표명을 앞두고 우회 비판하는 등 관치 인사에 손을 들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 7명 중 3명이 임종룡 회장을 선발할 때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핵심 관계자들의 관치 반대 목소리도 컸던 것으로 알 수 있다.

금융 당국과 임종룡 회장의 밀착 행보가 임기 후에 자주 포착되면서 우리금융이 관치금융에 앞장선다는 비판도 나온다.

임 회장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 개점식' '합동 소방훈련' 등에 함께 참석하는 등 타 금융지주 회장들보다 많은 단독 공식 행사를 했다. 우리금융의 전세 사기 지원책이 발표되기 전에 금융 당국이 화답하는 등 밀월관계를 의심할 만한 정황도 나오고 있다.

◆ 취임 100일 맞은 임종룡… '농협금융 신화' 다시 쓸까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오른쪽 세 번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두 번째), 남화영 소방청장(첫 번째)이 지난 12일 서울시 우리금융상암센터에서 합동소방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오른쪽 세 번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두 번째), 남화영 소방청장(첫 번째)이 지난 12일 서울시 우리금융상암센터에서 합동소방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취임 100일을 맞은 임종룡 회장이 우리금융 수장으로서 갈 길은 험난하다. NH농협금융 회장 취임 100일에는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약속했지만 현재 우리금융 관련 비은행 강화 관련 자세한 플랜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 우리은행장 선출 과정도 수개월 소요되면서 주요 자회사 경영 공백이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임기 내 우리은행 내 상업·한일은행 계파 갈등을 의식해 자회사 CEO 공정 선출에 힘을 쏟고 조직문화를 개선한 점은 호평을 받았다. 

대내외 환경도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해 주요 금융그룹들은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상 효과로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했지만 올해 들어 대출 연체율 상승 등 성장 위기에 맞닥뜨렸다. 우리금융은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 기준 농협금융에 실적이 밀리기도 했다. 다만 아직 공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시점인 만큼 결국 농협금융 때처럼 비은행 인수 성과가 임기 내 성패를 가를 카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종룡 회장도 임기 초부터 기업금융 명가 부활에 자신감을 내비친 만큼 앞으로 행보를 기대해볼 만하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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