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신화' 주인공…손보·생보·증권 등 비은행 부문 성공적인 영토확장
남은 임기 KB스타뱅킹-KB 페이 등 디지털 플랫폼·ESG 강화 주력할 듯

[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에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가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 윤종규 회장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1955년생으로 전라남도 나주에서 태어났다.
윤 회장은 광주상고 출신으로 '상업 고등학교 천재'라 불리며 주목받았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3년 외환은행에 입행해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문성을 살려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다 KB국민은행 1기 경영진에 영입돼 재무·전략본부 본부장직 등을 맡았다.
이후 KB국민카드 합병 회계 처리와 관련, 자진 사퇴했다가 6년이 지난 2010년 KB금융으로 돌아왔다. 부사장직에 올라 재무 상황 개선에 힘써 좋은 평을 받았다.
윤종규 당시 부사장은 KB금융지주 임원진 사이의 갈등으로 촉발된 'KB사태' 이후 회장직에 선임됐다. KB 내부 채널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데 있어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KB국민은행장직을 같이 역임했다.
윤 회장은 업무 능력이 뛰어난데다 체력 면에서 뒤쳐지지 않는 열정적인 면모를 갖춰 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과 2020년 두 번 연임해 현재 임기 9년 차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보수 총액 6억50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단기성과급 1만1283주와 장기성과급 1만8756주 등 성과연동주식이 붙는다.
2023년 11월 세 번째 임기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 KB금융 '1위 금융그룹' 재건
윤 회장은 2014년 11월 21일 KB금융그룹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당시는 사외 이사 전원 사퇴 등 내부 혼란이 가중되던 시기였다.
윤종규 회장은 혼란을 종식시키고 그룹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수합병(M&A) 전략에 공을 들인다. LIG 손보(현 KB손보) 인수로 시작해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2020년 푸르덴셜생명(KB생명과 합병, KB라이프생명) 인수까지 금액만 조 단위가 넘어가는 절차를 무리 없이 성공해낸다.
임기 동안 해외 진출 전략에도 힘썼다. 윤 회장은 지난 2008년 카자흐스탄 현지은행 BCC은행 지분 인수 투자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았다. 해외 시장을 크게 동남아 지역 리테일 시장과 선진국 통합금융 시장으로 나눠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력했다. 캄보디아 프라삭 은행 자회사 편입과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인수 등이 대표 성과로 꼽힌다. KB금융의 글로벌 네트워크 수는 지난 2014년 17개에 2021년 754개로 대폭 증가했다.
윤 회장은 무엇보다 금융그룹 내부 개선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고객과 영업현장을 최우선으로 삼기 위해 은행·증권 복합 지점을 수십 개로 늘렸다. 또 성과 제도와 유연 근무제를 도입해 영업 일선에서 뛰고 있는 직원들을 독려했다. 아울러 푸르덴셜생명 합병 이후 만남 행사, MZ세대 소통자리, 유튜브 라이브 행사 등 현장 행보를 통해 소통 경영에 집중했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로 KB금융그룹은 지난 2017년 9년 만에 신한금융을 꺾고 리딩금융 탈환에 성공했다. 이후로도 KB금융과 신한금융은 1등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의 당기순익은 2015년 1조6983억원에서 2016년 2조1437억원, 2017년 3조3114억원, 2018년 3조611억원, 2019년 3조3118억원, 2020년 3조4551억원, 2021년 4조4095억원, 2022년 4조4133억원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다만 꾸준한 비은행 확장 사업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4년 70%였던 은행 당기순익 비중이 2022년(반기) 72.97%로 오히려 늘었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 이익 증대와 연관이 있지만 KB증권과 KB국민카드 등 타 계열사 실적이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은행 의존 사업구조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했다. 윤 회장은 금융사 CEO로서는 이례적으로 UN 회의와 기후변화 리더십단체, 국내 경제 단체, 동남아 지역은행 등과 ESG 협력안을 나누는 등 탄소중립 확산을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KB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ESG상품·투자·대출 50조원으로 확대하는 '넷 제로 S.T.A.R'를 선언했고 재생에너지 전환 글로벌 캠페인 'RE100'에 금융그룹 최초로 가입했다.
KB금융은 ESG와 관련해 '글로벌 지속가능 100대 기업 선정'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월드지수 7년 연속 편입' 'KCGS ESG 평가 등급 전 부문 A+ 달성' '국가품질혁신상 ESG경영 부문 대통령 표창' '서스틴베스트 AA등급 획득' 등 수많은 성과를 거뒀다.
◆ 위기와 사건 사고
윤종규 회장은 지난 2018년 채용비리 논란에 휩싸였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윤 회장 종손녀가 서류전형과 1차 면접에선 하위권이었으나 2차 면접에서 상위권으로 합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에 대해서는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회장 3연임과 관련해 '셀프 연임'을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윤 회장의 연임·재연임 당시 시민단체와 KB금융 노조는 후보군 돌연 사퇴와 절차의 불투명성을 근거로 연임에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표했다. 당시 금융 당국에서도 문제 제기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약속했지만 연임 자체에 제동을 걸지는 않았다.
최근 KB금융그룹 노조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해외 투자 실패를 지적하고 있다. 부코핀은행은 누적 7000억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했다. KB금융 측은 체질 개선과 정상화 과정이라 성장성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 '포스트 윤종규 시대' 열릴까

윤종규 회장은 2023년 성장 전략 키워드로 'R.E.N.E.W'을 내세웠다.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성장, 금융플랫폼 혁신, ESG 선도, 인재양성 등을 주 내용으로 한다. 그동안 윤 회장이 강조하며 실제 성과를 보여준 항목들이다.
특히 올해는 KB라이프생명이 새로 출범한 만큼 계열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과 KB국민카드도 유동성 문제와 경기 침체로 당기순익 급감을 겪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윤 회장은 지난달 열린 2023 경영전략회의에서 KB스타뱅킹-KB 페이 등 디지털 플랫폼 관리와 부동산·모빌리티 영역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윤 회장이 올해 임기를 마친 후 세대교체가 될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현재 KB금융그룹은 3인 부회장과 1인 총괄부문장 체제를 갖춰 윤 회장 퇴임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타 금융그룹 회장들이 모두 교체되고 금융 당국 압박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앞으로 변수가 없다면 회장 승계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윤 회장 임기가 최소 8개월 이상 남은 만큼 비은행 부문 강화와 ESG, 해외 실적, 플랫폼 강화 등 부문에서 또다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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