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에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가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 이석준 회장은?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1959년생으로 부산광역시에서 태어났다.
이석준 회장은 부산 동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고 중앙대 대학원 석사과정과 MIT MBA(경영전문대학원) 과정을 밟았다.
이후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을 거치며 금융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다. 아울러 LF, SKC, AXA 손해보험 사외이사를 맡으며 기업 경영 이해도를 높였다.
이 회장은 농협금융 회장 선출 당시 예산·금융·부동산 등 실물 경제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정책 능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농협금융의 새로운 10년을 설계할 적임자라는 판단이다.
이석준 회장은 계묘년 새해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농협금융 회장은 통상 2년 임기를 수행하며 연임 시 1년이 추가된다.
◆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예산·재정정책 도맡아… 윤석열 캠프 개국공신
이석준 회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예산·재정정책을 도맡아 성과를 인정받았다.
우선 이명박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 행정재정기획단 단장과 기획재정부 행정예산심의관 등을 역임하며 내공을 쌓았다. 이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 기재부 예산실 실장 자리에 올라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인 2013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맡는다. 당시 추경호 제1차관과 함께 135조원 수준의 재원 마련과 예산 구조조정 등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2차관실 운영 목표로 겸손·경청·서비스 등 세 가지 가치를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예산과 정책조정 능력을 인정받아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직을 맡게 된다. 당시 미래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창조경제' 정책 수행에 앞장섰다. 이 차관은 창조경제 선도기업 발굴과 중소기업 해외 진출을 도왔고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와 태양광 사업, 원자력 사업 등의 기반을 닦았다.
이 차관은 1차관 취임 직후 이례적으로 '일요 업무조정회의'를 밀어붙이고 카카오톡 보고를 일상화하는 등 기존 공직사회 틀을 깼다. 차관실 내부에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적을 수 있는 대형 포스트잇을 마련해 직원들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기재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이석준 회장은 2016년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직에 오른다. 이 회장은 부처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기재부 출신이라는 이유로 선임 당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가습기살균제, 대구공항 이전, 김영란법, 경주 지진, 대북 제재 등 굵직한 사회 이슈들을 총괄하며 안정된 국정 운영을 이끌어갔다.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직을 잠시 떠나 LF 사외이사, SKC 사외이사 등을 맡는다. 그는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 주도 '서울비전2030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윤석열 캠프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당시 윤석열 캠프는 멤버 영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곤혹을 겪고 있었다. 이 회장은 직접 실무자와 정책 관련 인사들을 만나며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초기 주요 멤버로서 정책을 검토하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윤 캠프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경제·사회·외교·교육 등 4개 부문 정책 총괄 간사직을 맡게 됐으며 당선인 특별 고문 역할도 수행했다.
이 회장은 윤 후보자 당선 후 경제부총리, 산업은행 회장, 금융위원장 등 주요직 후보로 꼽혔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NH농협금융 회장직에 오르며 '새 정부 첫 관료 금융 CEO'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 위기와 사건사고
이석준 회장은 회장직에 오르자마자 '신(新) 관치' 논란에 휩싸였다. 농협금융이 정부 입맛에 맞는 '코드인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공직에 30년 넘게 몸을 담기도 했고 서울대학교 시절부터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손병환 회장은 2조원 당기순이익 달성과 부실 관리 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지만 연임에 실패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출에는 농협중앙회가 직접 개입한다. 농협금융은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정부의 지원 규모가 큰 기관이라 정부 측 인사가 줄곧 선임되곤 했다. 초기 임시 회장직을 맡은 신충식 회장과 손 회장을 제외한 2대~5대 농협금융 회장은 모두 관료 출신이다. 이 회장은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 "제가 안고 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보여주겠다"고 해명했다.
◆ '디자인' '디지털' 강조… 전임 회장 역대 최대 실적 이어갈 지 주목

NH농협금융은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220만 농업인을 바탕으로 역대 최대 실적 등 성과를 이뤘지만 비은행부문 후퇴와 경기 침체 등 해결 과제도 남아있다. 이석준 회장은 신년사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세계 최초 금융서비스 시도 등으로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거듭나자는 비전을 공표했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제1차 농협금융 협의회에서 구체적인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새로운 서비스 전략으로 '디자인'과 '디지털'을 내세웠다. 고객들이 사전 정보 없이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디지털화·모바일 퍼스트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회장은 그룹 UI·UX 품질관리 강화와 데이터 기반 플랫폼 설계 등을 이행할 계획이다.
앞으로 농협금융은 이 회장의 리더십 아래 '100년 농협'의 과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 금융그룹 대상 금융 당국과 정부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석준 회장이 협치와 소통을 기반으로 NH농협금융그룹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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