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원가율 90% 이상으로 치솟으며 수익성 ‘급락’
주택사업 외면에 지난해 건설수주 175.2조 19.1% ↓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음. 참고사진=나영찬 기자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음. 참고사진=나영찬 기자

[비즈월드] 건설사들이 아파트 수주를 꺼리고 있다. 주택사업 호황기에 공격적인 수주로 회사의 세를 크게 불려왔지만 이것도 옛이야기가 됐다.

몇 년 전만 해도 80% 중·후반대였던 주택사업 원가율이 90% 이상으로 치솟고 미분양 리스크까지 더해지자 신규 수주는 물론 도시정비사업까지 외면하는 모양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건비·원가율·금리 등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으로 건설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불확실성이 큰 주택사업을 포트폴리오 비중에서 줄이는 생존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이 발간한 ‘건설동향브리핑(제946호), 2023년 지역별 건설수주’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건설수주는 175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 감소했다. 건설산업의 부진과 위기가 수치로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수도권의 건설수주 실적은 86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6% 감소했고, 지방은 88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감소했다.

건산연 측은 지난해 주택사업 수주가 크게 줄어든 것이 건설수주 실적을 늪에 빠지게 한 원인이라고 봤다.

건설수주 총액은 토목사업과 건축사업을 합한 값이다. 지난해 토목사업 수주액이 수도권(23조6000억원, 27.5%↑)과 지방(35조7000억원, 15.5%↑)에서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택사업이 대다수인 건축사업 수주가 부진해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건축사업 수주액은 수도권이 63조2000억원으로 31.4% 크게 하락했고, 지방도 마찬가지로 52조7000억원으로 29.6% 하락했다.

특히 ‘미분양의 무덤’이라고 불린 대구의 건설수주가 전년 대비 반 토막 수준인 2조6000억원(46.1%↓)까지 떨어진 점이 주택사업 부진에 따른 아파트 수주 외면 경향을 방증한다.

이제 건설사들은 그동안의 먹거리였던 주택사업에서 눈을 돌리고 신사업 비중을 늘리며 주택시장 불황 속 생존의 길을 찾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SK에코플랜트 등은 그린수소·암모니아와 같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현대건설은 SMR(소형모듈원전) 등 원자력 사업을, DL이앤씨는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GS건설은 모듈러와 데이터센터 등으로 활로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사업 원가율이 크게 상승했는데 시멘트·레미콘 가격 인상도 잇따르며 원가율이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주택사업은 사업성이 좋은 곳만 골라 수주하고 신사업에 집중하는 비중이 커졌다”고 말했다.

[비즈월드=나영찬 기자 / na@bizwnews.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비즈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