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갈등, 새 국제회계기준 진통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쌓여

[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에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가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 김기환 사장은?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 사진=KB손해보험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 사진=KB손해보험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장기신용은행 입사로 회사 생활을 시작해 국민은행 합병 이후 KB국민은행 재무 부서로 자리를 옮긴다.

김기환 사장은 인사·홍보 부서를 거쳐 소비자보호그룹·리스크관리그룹 임원직을 맡고 KB금융그룹 CRO(리스크총괄), CFO(재무총괄) 전무, CFO 부사장 등을 역임한다. 2021년 사장 취임 당시 다양한 업무 역량과 이해도에 대GO 호평을 받았다.

특히 김 사장은 '재무전문가'로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KB손해보험 사장 취임 이전에도 당사 '기타비상무이사'직을 맡아 재무·지출 등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그는 올해 3년 차 임기를 보내고 있다. 당기순이익 2배 증가 등 뛰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무난히 연임에 성공했다. KB금융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등 그룹 내 신망이 두텁다고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2+1' 연도 임기 이후 연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기환 사장의 지난해 4억84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당기순이익 규모에 비해 CEO 연봉이 낮은 편이다.

◆ 상품 경쟁력·재무 전문성 극대화… 당기순이익 '3배 성장' 성과

김기환 사장이 취임하기 전 KB손해보험은 손해율 증가와 투자순익 악화 영향으로 몇 년간 순이익 감소의 쓴맛을 봤다. 당기순이익이 2018년 2624억원, 2019년 2347억원, 2020년 1533억원으로 점차 줄었다.

김 사장은 취임과 함께 고객·신시장·디지털 등 3가지 키워드를 언급하며 1위 보험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중심 경영과 공정한 조직문화, 의사결정 책임 등 방법론도 제시했다. 이후 3개월 만에 23개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 경영 전략을 뿌리내리도록 독려했다.

김 사장의 핵심 전략은 '상품 경쟁력'이다. KB손보는 'KB희망플러스자녀보험'에 부양자가 아프거나 다칠 경우 납입 보험료를 돌려주는 '페이백' 기능을 탑재하는 등 상품 개편에 앞장섰다. 또 자녀보험과 암보험 등 장기 보험에 집중하며 업계 신규 매출 점유율을 12.7%에서 14.1%까지 끌어 올린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KB 금쪽같은 자녀보험'을 출시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기존 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성장기 자폐증진단비'와 '특정행동발달장애진단비', 오은영 아카데미 심리검사 등이 호응을 얻으며 해당 보험 가입 건수는 이전 자녀보험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KB손보의 상품 경쟁력에 대한 집착은 '보험계의 특허'라 불리는 '배타적사용권' 획득 건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정신질환치료비Ⅲ'와 '행정심판 변호사선임비용' 등 5건의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해 업계 2위를 기록했다. 삼성화재·DB손해보험에서 상무급 인력을 채용하는 등 인재 영입에 공들인 것도 좋은 성과의 원인 중 하나다.

김기환 사장은 신사업 부문에서도 열성을 다했다. KB손보는 2021년 10월 업계 최초로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 승인을 받았다. 그해 11월 손보사 최초로 마이데이터 본허가도 획득했다. 지난해 첫 헬스케어 서비스 앱 '오케어'를 출시하고 업계 최초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앱에 탑재하는 등 빠른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손보사 첫 메타버스 연수원 시현과 보험계약·청구 통합 앱 출시도 눈여겨볼 만한 성과다.

김 사장의 '재무통'이라는 닉네임에 걸맞는 감각도 주목할 만하다. KB손해보험은 김 사장 취임 이후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주식과 외화유가증권 비율을 늘리면서 코로나19 시기 투자이익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투자 영업이익은 1조1110억원으로 전년(9470억원) 대비 17.3% 성장했다. 이는 2020년 8443억원 대비 3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결과적으로 KB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은 2020년 1533억원에서 2021년 2855억원, 지난해 5517억원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사옥 매각으로 발생한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당기순익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건전성 지표를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 역시 180%대에서 올해 194%까지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손해율 감소와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 강화 등 손보업 전체 호재를 감안하더라도 좋은 성적을 냈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투자영업이익 증가와 자녀보험 확대 등 가시적인 성과로 KB금융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는 중이다.

◆ 해결 노력에도 노사 갈등 여전… '임금 인상' 진통

김기환 사장은 첫 출근부터 KB손보 노동조합의 출근길 저지투쟁에 휩싸였다. 정규직 직원을 개인사업자 형태로 바꾸는 'GA프론티어 지점장 제도'를 두고 갈등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3개월 만에 노사 협의로 갈등을 봉합했다. 다만 이후에도 매년 공정한 보상을 두고 노사 이슈가 불거지면서 소통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B손보는 김 사장 취임 이전인 LIG손보 시절부터 노사 갈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로 타 대형 보험사 대비 성과금 규모가 부족하다는 노조 측의 불만에서 비롯된다. 김 사장은 그나마 적극 소통하려는 노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지만 올해도 임금·단체협상 9차 교섭이 결렬되며 쟁의행위 위험을 앞두고 있다. 사측은 임금 2.5% 인상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이 제시한 7.2%보다 낮은 상황이다. 

◆ 요양·헬스 신사업 '눈길'… 새 국제회계기준 진통 복병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이 지난 13일 2023년 KB손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KB손해보험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이 지난 13일 2023년 KB손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KB손해보험

올해와 내년 손보업계는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고 장기보험 위험 손해율도 하락할 전망이다. 새 국제회계기준 위험성만 제거되면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KB손해보험의 주목할 만한 신사업은 '요양·헬스 산업'이다. KB손보는 업계 최초로 요양사업을 시작했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서울시 서초구에 세 번째 '서초 빌리지'를 조성했고 수원시 영통구에 네 번째 도심형 요양시설을 세울 준비를 마쳤다. 특히 KB금융 차원에서 일본 대표 보험사인 솜포홀딩스와의 협력이 구체화되면서 KB손보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KB손보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을 두고 민감한 상황이다. 회계상 변경 효과가 2분기 또는 3분기부터 적용되는 '전진법'이 시행될 경우 당기순이익과 핵심 이익 감소 여파에 휘말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 이전 실적과 크게 차이가 날 경우 회계 처리에 대한 불신 문제가 제기될 우려도 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김기환 사장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 때 산적한 난관을 김 사장이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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