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

[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에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는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 이원직 대표는?

1977년생으로 미국 UC버클리에서 분자세포생물학과를 전공했다. 졸업 후 미국 보건복지부에서 연구원으로 경력을 쌓고 현재는 글로벌 제약회사 노바티스에 인수된 독감백신 개발회사 치론에서 약 3년 동안 근무했으며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서 품질보증·품질엔지니어 등으로 일했다. 당시 셀트리온 CMO(위탁생산) 프로젝트의 품질 부문을 담당했다. 

이후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에 합류해 위탁개발생산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출범에 참여, 2011년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되면서 그곳으로 자리를 옮겨 품질팀장과 완제의약품 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 8월에는 롯데그룹에 영입돼 신성장2팀 팀장으로 위탁개발생산사업 진출을 준비하다 지난해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설립되면서 대표에 선임됐다.

롯데그룹에서 흔치 않은 40대 CEO로 이 대표 선임 당시 업계에서는 특유의 '순혈주의'로 유명한 롯데의 신동빈 회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바이오 부문에 '정통 롯데맨'이 아닌 삼성 출신 외부 인사를 앉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셀트리온의 품질 부문을 담당하며 셀트리온 GMP(우수제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시스템의 성공적 정착에 기여했던 것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론칭을 이끈 노하우, 글로벌 제약사와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미국법인 대표를 겸하고 있으며 회사를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위탁개발생산 업계 10위권에 안착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생산시설 증설 등 대규모 투자방안을 모색 중이다.

◆ 시러큐스 공장 인수 지휘… CDMO 수주 확보 위한 글로벌 행보

이 대표 주도 아래 이뤄진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가장 큰 성과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한 것이다. 

앞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1억6000만 달러(한화 약 2080억원)에 인수 계약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12월 31일 시러큐스 공장에 대한 모든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올해 1월 1일부터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공장으로 새출발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안정적으로 가동 중인 생산 공장을 그대로 인수했다는 것. 

BMS와의 협의를 통해 앞으로 3년간 바이오의약품 약 2822억원 규모를 생산하기로 하면서 기존 BMS에서 생산 중이던 제품의 지속 생산은 물론 추가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을 즉각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됐다.

또 시러큐스 공장에 근무하던 평균 경력 15년 이상의 핵심인력과 임직원 99.2%를 승계하면서 바이오의약품 생산 경험을 보유한 전문 인력을 단번에 확보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BMS의 바이오 의약품 개발·승인·상업화까지 두루 경험한 시러큐스 공장의 인적자원을 적극 활용해 CDMO시장에서 롯데의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신규 공장을 증설해 CDMO사업에 진출하는 경우 상업 생산까지 최소 5년 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 같은 결정을 통해 그 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했고 시장 진입과 동시에 안정적인 매출·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이 대표가 시러큐스 공장의 생산 역량은 물론 인력 구성, 지리적 요건 등 다양한 강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대표는 시러큐스 공장의 성공적인 인수를 토대로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의약품을 제공해 2030년까지 매출 1.5조원, 영업이익률 30%, 기업가치 20조원 달성할 수 있는 글로벌 CDMO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7000만 달러(약 900억원)를 투입해 시러큐스 공장에 완제의약품 생산 설비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힙입어 이 대표는 CDMO 수주 물량 확보를 위해 글로벌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설립된 이후 이 대표는 곧바로 세계제약산업전시회(CPhI),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인터내셔널컨벤션(바이오USA) 등 세계적인 바이오 행사에 참석하며 출범 초기부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오는 8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진행되는 제약·바이오 박람회에 기조연설자로 직접 참석해 CDMO사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생산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이 대표의 적극적인 국제행사 참여가 CDMO 고객사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인력 유출' 갈등 장기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설립 당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인력 유출 문제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업계에선 두 기업의 신경전은 사실상 지난 2021년 8월 이 대표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전직을 하면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의 핵심 경영진으로 불리는 '이원직 사단'의 구성진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의 전직 이후 일부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자리를 옮기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6월 인천지법에 해당 직원 3명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이들이 퇴사 전 회사 내부 문서를 집중적으로 출력한 것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해당 문서가 영업비밀에 해당해 사용과 공개를 금지해야 한다며 지난해 7월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8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전직한 또 다른 직원 4명을 형사고발했다. 인천지검은 같은 해 10월 롯데바이오로직스 본사를 압수수색한 끝에 직원 1명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비밀 자료인 품질보증 작업표준서(SOP) 등을 유출한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고 올 3월 불구속 기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 롯데바이오로직스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이직한 직원들은 공정한 채용 과정을 거쳐 입사한 것이며 영업비밀 침해 행위나 인력 유인 행위가 없었다"고 대응하고 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롯데바이오는 물론 전직한 직원 3명을 상대로 또 한 번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가처분 신청 대상이 된 3명과 이전에 대상이었던 직원들, 형사 고발된 직원들은 일부 중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로로직스가 지난해부터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전직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진행해오긴 했지만 회사 자체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의 인력 빼오기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두 기업 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바이오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유죄를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동종업계 이직 금지에 관련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지는 등 두 기업 간 대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롯데의 야심찬 목표…'이원직표' 리더십과 대규모 투자로 이뤄낼까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 207억원, 320억원의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흑자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지만 사실 이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순수한 성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시러큐스 공장 인수에 따라 공장의 기존 매출을 그대로 흡수했고 인수 절차에서 발생한 매수차익 등이 실적에 반영돼 일시적으로 분기손순익이 오른 탓이기 때문.

오히려 출범 초기인 만큼 광범위한 영업활동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를 집행 중이기 때문에 올 1분기 영업손익은 적자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과 지난해 회사가 출범한 만큼 당장 이익을 내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대표를 필두로 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열찬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제출한 메가플랜트 건립 투자의향서가 최근 롯데지주,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의 4자 업무협약으로 이어지며 눈길을 끌었다. 

협약을 통해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메가 플랜트 조성과 운영을 위한 행정적 절차를 돕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연내 부지 확보와 시설 착공에 필요한 준비작업을 협력하게 됐다. 롯데지주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주주로서 사업 실행을 위해 힘을 보탠다.

롯데바이오로직스에게 이번 협약은 의미가 크다. 2030년까지 3개의 메가 플랜트, 총 36만ℓ 항체 의약품 생산 시설을 국내에 갖추겠다는 목표로의 시발점이 될 토지매매계약이 빠르게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투자 규모만 30억 달러에 이른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1개의 플랜트마다 12만ℓ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이 가능하게 하고 임상 물질 생산을 위한 소규모 배양기와 완제 의약품 시설을 추가할 계획이다. 

국내 메가 플랜트 단지에 바이오 벤처 회사들을 위한 시설을 제공하고 기술 개발 협력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바이오 벤처 이니셔티브'도 조성할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사업 경험 없이 CDMO사업에 비교적 늦게 진입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목표와 투자로 시장 경쟁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목표인 ‘2030년 글로벌 CDMO기업 10위권 진입’까지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롯데그룹의 새로운 미래 성장 중심축으로 떠오른 롯데바이오로직스, 그리고 이를 이끄는 이 대표의 리더십이 앞으로 어떻게 발휘될 지 기대된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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