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에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는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 

◆ 안재용 대표는?

1967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 여의도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1995년 한국수출보험공사에 입사한 후 1998년 SK케미칼로 이동했다. 2008년 SK케미칼 전략기획실장, SK건설 경영지원담당, SK가스 경영관리실장 등 SK그룹 내 주요 보직을 거쳐 2016년 SK케미칼 백신사업부문장을 역임했다. 

이후 SK케미칼이 백신사업 부문을 SK바이오사이언스로 분사되면서 신설된 2018년 7월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에 올랐으며 2021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안 대표는 지난해 회사로부터 보수 72억4400만원을 수령했다.

보수는 급여 7억원, 상여 34억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이익 31억4300만원, 기타 근로소득 100만원 등으로 나뉜다. 상여에는 지난해 2월 지급된 특별보상금 30억원이 포함됐다.

◆ 리더십으로 이끈 국내 최초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성공

안 대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출범과 함께 대표로 취임해 회사의 사업구조 혁신과 글로벌 사업 확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케미칼에서 분할된 직후 안재용 체제 SK바이오사이언스는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2021년 3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역대 최대 증거금을 끌어들였고 지난해에는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을 선보였다. 이는 예방에서 치료까지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기업 미션을 바탕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개발을 주도한 안 대표의 공이 주효했다. 

그의 가장 큰 공과로 꼽히는 것은 단연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스카이코비원은 합성항원 백신으로 2~8도 냉장 유통과 장기 보관이 가능해 초저온설비를 갖추지 못한 중저개발국가 방역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지난달 말에는 영국 의약품 규제당국(MHRA)으로부터 스카이코비원의 정식 품목허가를 받기도 했다. 스카이코비원은 영국에서 8번째로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으로 영국과 스코틀랜드, 웨일즈 지역에서 18세 이상 성인의 1, 2차 기초접종용으로 활용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영국 승인을 시작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EUL) 등재, 유럽의약품청(EMA) 판매 허가 등을 추가 획득할 계획이다.

덕분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회사의 중장기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기존 사업의 고도화와 적극적인 신사업 개발을 추진해 회사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집중하느라 잠시 손을 뗐던 본업, '독감 백신' 시장으로 돌아왔다. 질병관리청이 담당하는 ‘2023~2024 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지원 사업’ 조달계약 낙찰 기업 중 가장 많은 물량을 담당하게 되면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총 조달물량 1121만 도즈 중 242만 도즈를 공급하기로 계약하면서 전체 5분의 1이 넘는 파이를 차지했다.

이번 계약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 백신 시장을 떠난 지 2년 만에 올린 성과라는 데 의의가 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개발을 추진하면서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의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엔데믹에 진입한 올해부터 독감 시장 재진입을 예고하면서 스카이셀플루의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카이셀플루는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백신으로 한 번 접종으로 A형 독감 바이러스 2가지와 B형 독감 바이러스 2가지를 더해 모두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 생산을 중단하기 직전인 2020년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29%가량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당시 SK케미칼 백신사업부문장으로 일하던 안 대표는 스카이셀플루의 개발과 출시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2017년 1월 전무로 승진한 바 있다.

스카이셀플루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까지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미 11개국에서 허가가 완료됐으며 최근에는 칠레를 발판으로 전 세계 인구의 6.4% 규모를 차지하는 중남미 시장에도 진출하기도 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백신·바이오 사업 인프라도 넓히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1년 12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 송도동  3만414㎡(9200평) 부지에 대한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올해 2월 이사회를 통해 ‘송도 글로벌 R&PD 센터’ 설립을 의결하고 진행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기승인 된 투자비 419억원(토지비 등)을 포함한 총 3257억원을 투자한다. 2025년 상반기 중 R&PD 센터가 완공되면 현재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본사와 연구소가 송도로 이동할 예정이다.

글로벌 R&PD센터는 백신·바이오 분야 기초연구와 공정 개발을 위한 연구소, 공장, 사무실 등으로 구성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R&PD센터를 기반으로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국제기구, 국내외 바이오 기업·연구기관 등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구부터 상업 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최첨단 R&PD 센터 설립을 통해 기존의 비즈니스 영역을 고도화하고 신규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백신 생태계(Hub)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안동 백신 공장도 확장에 들어간다. 2026년까지 현재의 3배 규모로 확장하고 미국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시설로 업그레이드한다.

◆ 영업조직 구조조정 논란과 '역성장' 전망

지난 2021년 11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사실상 영업조직을 해체하는 수준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영업조직을 축소한다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공유했다. 대부분 그 해 입사한 인원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영업조직은 와해된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해당 계획이 알려진 후 영업조직 자체가 외주화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논란이 불거지자 안 대표는 직접 내부 통신망을 통해 권고사직 등의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현재 국내 마케팅본부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상당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 코로나19 백신의 위탁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자체 독감 백신의 생산을 중단했고 위탁 판매 중인 GSK의 제품 또한 판매가 중지돼 정상적인 마케팅활동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마케팅본부의 효율화로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해야만 한다”며 “회사와 함께 가고자 하는 구성원에게는 직무 전환배치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기회를 주고 어려움을 같이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증권가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며 그간 백신에 올인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역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매출이 4567억원으로 전년보다 50.84%, 영업이익은 1150억원으로 75.7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줄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 28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018년만 해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매출은 1000억원에 미치지 못했지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등 코로나19 백신의 위탁개발생산(CDMO)으로 2021년 연매출이 순식간에 1조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엔데믹과 함께 백신 수요가 위축된 만큼 역성장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이를 예견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그동안 코로나 엔데믹 후속 대응과 새 먹거리 투자 계획 등을 통해 성장 전략을 짜고 공개했지만 2021년과 올해 초를 비교했을 때 현금자산 규모가 비슷해 "큰 틀의 계획은 있으나 그 기간동안 괄목할 만한 수준의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 엔데믹 이후 중장기 비전으로 실적 턴어라운드 성공할까

코로나19 수혜가 끝나면서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안 대표는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바이오 분야의 글로벌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향후 5년간 2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1조2000억원은 R&D 영역에, 나머지 1조2000억원은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기술 도입·인수합병에 투입하는 등 대한민국 백신·바이오 산업의 혁신적 성장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올해 안에 폐렴구균 백신 '스카이팩'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백신 'HPV-10'을 2027년 출시할 계획이다.

매출 목표도 명확히 했다. 자체 개발 백신 프로젝트 스카이박스로 올해 1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고 내년에는 2200억원까지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HPV-10은 오는 2027년 출시 이후 누적 2조5000억원 이상, 그리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은 같은 기간 동안 6000억원 이상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백신 개발, 생산 역량을 다른 국가 정부와 기업 등에 이전해서 인프라를 구축하게 돕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사업도 속도를 낸다.

지난 4월 안 대표가 이 같은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며 "3년 뒤 실적 턴어라운드를 자신한다"고 밝힌 만큼 안 대표의 새로운 사업전략이 위축된 실적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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