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에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가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조용일 현대해상 부회장. 사진=현대해상
조용일 현대해상 부회장. 사진=현대해상

◆ 조용일 부회장은?

조용일 현대해상 부회장은 1958년생으로 경북고와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현대건설에 입사하며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조용일 부회장은 1988년 현대해상으로 옮겨가 30년 넘게 지내며 기업보험부문장, 부사장,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 등을 역임한다. 2020년 3월 이성재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직에 올라 현대해상 전체 조직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대표 취임 당시 기업보험부문 전문가로서 영업전략 수립과 채널별 전략기획 지휘 등에서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 현대해상은 손해보험업계 침체와 맞물려 영업이익 하락 등으로 고전하고 있었는데 이를 만회할 구원 투수로 낙점된 셈이다.

조용일 부회장은 지난해 12억4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올해 3월 사내이사로 재선임돼 3년 임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 GA 확장 흐름 올라타 실적 견인… 스타트업 협업 '눈길'

조용일 부회장은 취임한 2020년 초반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보험 대면 영업이 어려웠던 때다. 아울러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 부채 관리와 판매 상품 재편 등이 필요했던 시점이다.

현대해상이 주력한 영업 상품은 장기인보험(사람 대상 상해·질병 3년 이상 장기 보험)이다. 장기인보험 판매는 새 국제회계기준 아래 보험사 미래 이익률 지표인 CSM(계약서비스마진) 확대에 유리하다. 특히 경쟁사 메리츠화재가 장기인보험으로 쏠쏠한 실적을 올리면서 타 보험사들도 적극 공략하기 시작했다.

조용일 부회장은 GA(법인보험대리점) 채널을 활용했다. GA는 대표 보험상품 판매채널로 최근 대형 보험사들이 인수 경쟁을 벌일 만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현대해상은 GA 관리 조직인 AM 영업본부를 최상위 조직단위로 격상하고 계약설계 등을 지원하는 'GA 매니저' 인력도 보강했다. 2020년 수립한 중장기 경영 전략 '비전 하이 2025' 중요 내용으로 판매채널 GA 전략이 꼽히기도 했다. 

현대해상은 2021년 200억원을 출자해 자회사형 GA '마이금융파트너'를 출범했다. 대규모 채용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직영 FP(보험설계사)를 모집하는 전략으로 승부를 봤다. 자회사 설립으로 판매수수료·시책비(인센티브) 절감 등 부가 효과도 노렸다.

현대해상의 지난 4월 말 GA채널 인보험 점유율은 신계약 기준 20.1%로 1위다. 2019년에는 메리츠화재·삼성화재에 이어 3위를 차지한 점을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현대해상의 강점인 어린이보험과 종합형보험 부문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GA 판매 전략 배경에는 '보험 경쟁력'이 있다. 현대해상은 어린이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현상 유지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에만 3건의 배타적 사용권을 받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어린이보험 전용 콜센터를 오픈함은 물론 '굿앤굿어린이치아보험'도 출시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기준 신생아 10명 중 6명이 가입하는 등 '어린이보험 명가'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아울러 조용일 부회장이 임기 동안 공들인 사업은 '스타트업 지원·협업'이다. 취임 직후 SK C&C와 스타트업 육성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서울핀테크랩과 핀테크 분야 스타트업 공동 육성을 약속했다. 스타트업과의 온라인 소통채널 '디지털파트너센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현대해상의 스타트업 연계는 단순 지원에 그치지 않고 현대해상의 보험 역량 강화까지 나아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 비대면 보험 통합관리 시스템 개발 '보맵', 해외 체류 한인 건강관리 서비스 개발 '메디히어', 영양관리 솔루션 제공 '누비랩' 등과 연계해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헬스케어 서비스를 발전시켰다. 

현대해상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빌리티·헬스케어·펫·라이프스타일 등 보험업 유관 스타트업 13개사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조 부회장의 노력은 성과로 드러났다. 2021년 11월 1000만 고객을 달성했고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9년 2504억원에서 2020년 3061억원, 2021년 4384억원, 2022년 5609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2019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줄어든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 반등'에 성공한 셈이다.

◆ 올해 1분기 실적 주춤… 순이익 기준 3위 자리도 밀려

조용일 부회장이 이끈 현대해상이 3년 새 124%의 높은 당기순이익 상승세를 기록한 것은 사실이지만 타 대형 손해보험사들도 손해율 감소에 힘입어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는 점에서 성과가 희석된다. 메리츠화재는 2019년 당기순익 2711억원에서 지난해 8683억원으로 220% 성장했고 DB손해보험은 2019년 3776억원에서 지난해 9806억원으로 159% 성장했다. 삼성화재는 현대해상보다 성장률은 떨어지지만 지난해에만 당기순익 1조1414억원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해상은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순이익 333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5% 축소된 결과를 받기도 했다. 특히 1분기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기대감이 높았는데 장기보험 예실차(예상과 실제 차이)가 발목을 잡았다. 총자산 기준으로 보면 메리츠와 10조원 가까운 차이를 벌리고 있지만 DB손보에는 따라잡혔다. 현대해상은 2위 경쟁사로 꼽히는 DB손해보험은 물론 메리츠화재에도 1분기 순이익이 밀리며 수익성을 제고해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조용일 현대해상 부회장(왼쪽)과 황인혁 인성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이륜차 보험시장 활성화' 업무협약식을 마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해상
조용일 현대해상 부회장(왼쪽)과 황인혁 인성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이륜차 보험시장 활성화' 업무협약식을 마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해상

◆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다시 짜인 판도… '신(新) 영업전략' 보여줄 때

현재 보험업계는 IFRS17 도입 이후 금융 당국과 주주 등 관계자들의 끊임없는 검증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해상도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203.4%에서 174.6%로 하락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조용일 부회장이 지난해 말 수익 중심의 내실 성장을 기반으로 이익을 달성한 점을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IFRS17 이후 차세대 영업전략에 기대가 모일 수밖에 없다.

현대해상은 새 회계제도에서 계약 가치가 높은 장기 보장성보험 등 CSM 상품의 판매를 활성화해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륜차 보험시장 공략 등 가입자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12월 조용일 대표 직속으로 신성장파트를 신설하는 등 신사업 움직임도 보인다. 실손보험 손해율 급증과 출혈 경쟁으로 손보업계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요즈음, 현대해상이 새로운 전략으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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