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다부스(DABUS)'의 발명 탄생 과정. 표=특허청
인공지능 '다부스(DABUS)'의 발명 탄생 과정. 표=특허청

[비즈월드] 최근 특별한 시사점을 주는 특허청 특허심사례가 하나 나왔다. 이 사례는 AI가 발명한 기술의 경우 누가 발명자가 되어야 할까라는 질문과 관련이 있다.

◆​AI도 발명자가 될 수 있을까? 특허청 심사례 간략 정리

특허청은 지난 5월 27일 상당히 흥미로운 보정요구서를 발부했다. 해당 보정요구서의 요지는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해당 내용은 PCT를 통해 우리나라로 진입한 특허 중에서, 발명자가 'AI'로 표시된 발명으로 인해 발생했다. 이에 우리 특허청은 발명자를 수정하지 않으면, 등록이 될 수 없다는 취지의 요구서를 보낸 것이다.

인공지능 '다부스(DABUS)' 특허청 출원 내용. 표=특허청
인공지능 '다부스(DABUS)' 특허청 출원 내용. 표=특허청

해당 발명은 처음부터 우리나라에서 출원된 것은 아니다. 미국인 '스티븐 L 테일러' 씨가 출원한 것으로, 국제출원 절차를 통해 우리나라에 진입했다. 우리보다 앞서 유럽, 영국에서도 심사를 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결과가 나온 미국, 유럽, 영국의 사례를 보면, 특허청 단계에서는 모두 우리 특허청과 동일한 이유로 거절결정을 했다. 

이중 영국의 경우 거절결정에 대한 취소소송까지도 최종 기각을 당했지만, 미국과 유럽은 항소 절차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결과가 뒤집어질지는 알 수 없다.​

◆“발명자가 될 수 있는 것은?”…오로지 '자연인'

발명자가 될 수 있는 건 오로지 '자연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AI는 물론 법인도 발명자가 될 수 없다. 

​참고로 실무적으로는 특허 출원을 진행할 때, 권리자는 법인으로 하더라도 발명자에는 대표자, 연구원 등 자연인을 표시하고 있다.

◆발명자 = 발명을 한 자, “사람이 개발과정에 전혀 개입을 하지 않았다면?”

법인이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데에는 크게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법인이 스스로 두뇌가 있어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을 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AI(인공지능)라면 어떨까? 여기서부터 혼란이 생긴다. 

그동안 발명자를 자연인으로 한정하고 있던 건, 스스로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존재가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AI는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존재이다.

해당 특허의 출원인은 자신은 해당 발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으며, 오로지 자신이 개발한  AI, 다부스(DABUS, 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가 발명을 했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발명자는 DABUS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유럽, 영국, 우리나라의 특허청은 '발명자는 자연인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들어 보정을 요구했다. 

이 취지에 따르면 발명자는 누가 되어야 할까? 형식적으로는 해당 AI를 발명한 자, 즉 출원인을 발명자로 올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라고 할 수 있다.

윤웅채 변리사. 사진=특허법인 테헤란
윤웅채 변리사. 사진=특허법인 테헤란

◆특허심사례로 보는 AI의 발명에 관한 시사점

이번 특허 심사는 아직 결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이제 막 보정요구서가 나왔기 때문에 짧으면 2개월, 길면 6개월은 지나야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 사례에 특별한 시사점이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최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계, 변리사들 사이에서는 AI가 발명을 한 경우 해당 발명은 누가 한 것이 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AI를 발명한 사람이 발명자가 되는 것인가, 또는 현재 AI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발명자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등등이 얘기되었다.

여기에 더해 특정 AI의 사용자가 여럿인 경우, 이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도 함께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사례에서는 사실상 AI가 발명자로 인정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법원의 판단, 이어서 법의 개정까지도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언제까지 AI가 발명자가 될 수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논의가 되고 있는 만큼, 의외로 빠른 시일 내에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료 협조=특허법인 테헤란 윤웅채 변리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비즈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