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주, 지난 9월 MZ 세대 겨냥해 리브랜딩…'생쌀발효법'으로 탄생
우리 술 복원 위해 다양한 노력 기울여…전통주 수출 1위인 횡성양조장
[비즈월드]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에 위치한 국순당 ‘횡성양조장’이 올해로 준공 20주년을 맞았다. 이 양조장은 우리나라 전통주 수출 1위 양조장으로 전 세계 60여 국가에 우리 술을 알리는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순당은 1970년에 설립, 누룩을 생산하는 주류회사로 첫 발을 내딛었다. 1992년에는 백세주를 선보이며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주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높이고 있다.
횡성양조장은 지난 2004년 우리나라 최대 규모로 지어진 전통주 양조장이다. 술 빚는 데 중요한 청정 자연환경을 고려해 입지를 선정했다는 게 국순당 측 설명이다.
횡성양조장이 위치한 곳은 ‘술(酒)이 샘(泉) 솟는다’는 의미를 가진 주천강(酒泉江)변 해발 500m 청정지역이다. 인근 지하 340m의 청정수와 직접 키운 누룩을 좋은 햇빛과 강원도 청정 바람으로 잘 말려 잡균과 나쁜 냄새를 제거해 사용하고 있었다.

◆백세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생쌀 발효가 가장 큰 차별점"
국순당 측은 지난 9월 백세주를 리브랜딩하며 MZ세대까지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리브랜딩 전 백세주의 외관은 투명한 병에 그림이 붙여졌다면, 지금은 갈색 병에 고급스런 분위기로 와인 같다는 평을 받는다. 실제 맛도 이전보다 와인 같아졌다는 소비자 반응이 다수라고 회사 관계자는 강조했다.
기자는 지난 6일 국순당 횡성양조장에서 백세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실펴봤다.
보통 1주에 3~4일을 막걸리를 생산하고, 하루는 백세주, 하루는 기타 주류를 만들기 때문에 백세주 생산 공정을 직접 보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한다.

강태경 국순당 생산본부 품질보증팀 팀장의 안내에 따라 양조장에 들어가기 전 위생 복장을 갖추고 에어샤워를 한 후 입장했다. 그는 양조 1팀에서는 술을 만들고, 양조 2팀에서는 술을 병입한다고 설명했다.
강 팀장은 위해요소를 줄이기 위해 자동기록 시스템과 함께 수기 자료 기록도 병행해서 관리한다고 말했다.
자동기록 시스템은 날짜, 온도 등이 서버에 자동으로 전송돼 생산 이슈가 생기면 알림이 온다. 이슈에 즉각 대응해 위해성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조는 누룩을 배양하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이후 배양된 누룩과 쌀, 식물부원료 등을 혼합하는 담금의 과정을 거친다. 다음은 발효로 탄수화물이 누룩에 의해 당화되며 효모에 의해 술이 되는 과정이다. 발효 기간은 술마다 다르며, 들어가는 효모에 따라서도 향과 색이 다르다. 마지막으로 맑은 술을 만들기 위해 고형분을 거르는 압착 과정을 거치면 백세주가 완성된다. 막걸리와 같은 탁주는 압착 과정이 없다.
완성된 백세주의 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냉장 숙성 과정까지 완료되면 백세주마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생(生)백세주'가 된다.
기자도 양조 후의 갓 나온 생백세주를 시음했는데, "신선하다, 깔끔하다, 맛있다"라는 세 마디가 가장 먼저 나왔다. 확실히 일반 백세주와는 다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차원의 맛이었다. 생백세주는 이후 병입 및 포장 과정을 거쳐 소비자의 식탁으로 올려진다.

공정 탐방을 마치 후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이 추가로 백세주에 대해 소개했다.
백세주는 올해로 출시 32주년이 됐다. 고려시대 명주인 백하주의 제법을 복원하고, 조선시대 향약집성방 및 지봉유설에 나오는 구기자로 빚은 술 이야기에서 착안해 제품명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백세주는 인삼, 오미자, 구기자, 복령, 산수유, 수국, 생강, 감초, 오가피 등 12가지 식물 부원료를 함께 넣어 발효했기 때문에 맛을 보면 한 번에 다양한 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은 "국순당은 생쌀로도 술을 발효할 수 있다는 특징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대 회장이 쌀을 가루 내 뜨거운 물을 부어 익반죽을 만들면서 생쌀로도 발효가 가능한 것을 알게 됐다. 쌀을 찌지 않기 때문에 유산균 발효가 왕성하고, 영양소 파괴도 덜하다. 이는 백세주 생쌀 발효의 모태가 됐다"면서 "쌀을 찌면 떡이 지기 때문에 대량으로 술을 빚기가 어렵지만, 국순당은 생쌀을 발효하기 때문에 4만ℓ 통에 대량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또 찌는 과정이 생략돼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최소화된다"고 과정을 말했다.
그는 "이런 생쌀 발효는 설갱미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설갱미는 단백질 함량이 적고 잘 부서지기 때문에 양조 전용 쌀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또 백세주 개발 당시 다양한 효모를 접목해 지금의 백세주가 탄생하게 됐다고 한다.
어떤 효모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향과 알코올 도수가 달라지는데, 각 효모의 특징을 자원화해서 백세주에도 접목했다고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박 본부장은 이어 "예를 들면 벚꽃효모를 얻고 싶으면 술에다 벚꽃을 넣어 만들면 된다. 그리고 거기서 추출한 벚꽃효모를 다시 사용해 연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주요 제품은 거의 찌는 과정이 없이 생산되지만 이화주와 같은 복원주는 대부분 찌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부연했다.

◆국순당 횡성양조장이 이뤄낸 것
횡성양조장은 지난 20년 동안 백세주 4억3000만병, 막걸리 8억병 등 총 13억병을 생산했다. 백세주, 막걸리, 협업 막걸리 등을 전 세계 60여 국가에 수출한다. 국순당은 전통주 업계 최초로 2020년에 5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이후 1년 만인 2021년에 7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우리나라 쌀 소비에도 기여하고 있다. 횡성양조장에서 지난 20년 동안 소비한 국내산 쌀은 총 5만4000t(톤)에 이른다. 이는 20kg 쌀포대 기준 270만포에 달하는 물량이다.
이중 농촌진흥청과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한 국내 최초의 양조전용 쌀인 설갱미를 2008년부터 백세주 등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약 9000t을 농가와 약속재배로 수매해 농가소득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양조장은 우리나라 전통주도 첨단시설에서 위생적으로 생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양조장 2층의 생산라인 쪽 벽면을 유리로 시공해 양조장 전체 모습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양조장 준공 이후 추가로 2007년부터는 ‘주향로’라는 이름의 우리술 역사·문화 체험 공간을 운영해 지금까지 약 12만명이 견학했다. 이런 활동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됐다.
국순당 횡성양조장은 2007년부터 6회 연속 환경부가 선정한 녹색기업이다. 쌀을 가루 내 빚는 친환경 제법인 생쌀발효법으로 전통주를 빚어 에너지 절감 효과 및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최소화하고 있다.
생산 중인 전체 품목은 HACCP(해썹,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온실가스 저감, 오염물질 최소화, 에너지 자원 효율 제고 등 친환경 공장으로 전환하는 '스마트 생태공장 구축 사업'을 완료했다.
국순당 측은 지난 2008년부터 ‘우리 술 복원 사업’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되살린 복원주를 ‘법고창신’ 브랜드로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백세주 이외 창포주, 이화주, 자주, 신도주, 송절주, 소곡주, 동정춘, 약산춘, 미림주, 상심주 등 25가지 전통주를 복원했다고 강조했다.
[비즈월드=김선주 기자 / sunjookim@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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