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형태의 탐구 속 펼쳐지는 유쾌한 호기심의 세계
내년 1월 말까지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전시

조쉬 스펄링 작가(오른쪽)와 이은지 통역사가 지난 2일 인천 영종도 소재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린 ‘원더(Wonder)’展에서 작품 '스파이럴(Spiral)'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미진 기자
조쉬 스펄링 작가(오른쪽)와 이은지 통역사가 지난 2일 인천 영종도 소재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린 ‘원더(Wonder)’展에서 작품 '스파이럴(Spiral)'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미진 기자

[비즈월드] 머무르는 경험이 곧 예술이 되는 국내 대표 '아트테인먼트' 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가 이달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2024’ 개막을 맞아 대담하면서도 독보적인 감각을 지닌 미국의 추상미술 작가 '조쉬 스펄링(Josh Sperling)'의 첫 대규모 전시 ‘원더(Wonder)’展을 선보인다. 

5성급 리조트의 럭셔리함 가운데 '심플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작가의 세계가 부드러운 나선형의 형태로, 그렇지만 더 단단한 질감으로 펼쳐지면서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쉼의 감각을 선사한다. 

◆색과 형태의 탐구 속 펼쳐지는 유쾌한 호기심의 세계 '원더(Wonder)’

호기심은 누군가에겐 원동력이, 누군가에겐 용기 혹은 열망이 된다. 그 어딘가 경계에 걸친 호기심을 갖고 지난 2일 인천 영종도 소재 파라다이스시티의 예술전시공간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PARADISE ART SPACE)’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총 2층에 걸쳐 조쉬 스펄링의 신작을 포함한 작품 68점을 만날 수 있다. 

1984년생인 조쉬 스펄링은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색다른 작품을 활발히 선보이며 최근 글로벌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다. 독특한 형태 표현과 대담한 색채 감각을 특징으로 하는 조쉬 스펄링의 작품들은 밝은 색상과 춤을 추는 듯한 기하학적 배열을 통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쉬 스펄링 작가가 지난 2일 인천 영종도 소재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린 ‘원더(Wonder)’展에서 작품 '로(Raw)'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미진 기자

이번 전시는 마치 '와인 테이스팅'처럼 차근차근 작가의 세계가 확장돼 가는 것을 맛볼 수 있게 구성됐다.

개인적인 첫 인상은 자극적이기보다 감칠맛에 가까웠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아무 색도 칠하지 않은 '로 캔버스(Raw canvas)'로 만들어진 작품 '로(Raw)'와 필기체에 가까운 패턴을 가진 작품 '스웁프(Swoops)'였다. 

로 캔버스는 젯소(gesso) 등으로 밑칠을 하지 않은 생 캔버스 천을 의미한다. 이를 활용한 작품 '로'는 색감은 없었지만, 대신 작가의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다채로운 패턴과 소재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 했다. 꽤나 단순해보이지만 좀 더 가까이 다가서서 표면의 질감을 확인하면 어딘가 정교함이 느껴졌다. 

조쉬 스펄링은 "제 작품들 중 일부는 상당히 단순하고 미니멀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면서도 "제가 생각하기로 어떤 대상을 바라보았을 때 그것이 단순하고, 많은 노력이 들어가지 않아 보였음에도 보기에 좋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잠시 멈췄던 걸음을 조금 옮겨 옆 공간으로 들어서면 '스파이럴(Spiral)'과 '컴포지트(Composites)'를 마주하게 된다. 

스파이럴은 이번 전시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으로, 작가는 이를 바닥에 놓인 캔버스의 젖은 표면에 아크릴 물감을 짜고 뚝뚝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색을 칠한 후, 가장 흥미로운 부분 위에 스텐실을 사용해 나선형의 영역을 표시, 작품을 오려서 나무틀에 조립하는 방식으로 완성했다고 한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엄격한 작업 방식에서 좀 더 자유로운 휴식'과 같은 과정 속에 탄생한 작품이다. 매우 직관적인 형태 속에서도 즉흥성과 자유로움이 엿보인다. 이런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는 컴포지트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가만 바라보다 보면 서로 다른 질감과 색을 가진 기하학 모양들이 마치 서로를 밀고 당기는 듯한 착각이 인다. 

지난 2일 인천 영종도 소재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린 ‘원더(Wonder)’展 2층 전시실 전경. 사진=김미진 기자
지난 2일 인천 영종도 소재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린 ‘원더(Wonder)’展 2층 전시실 전경. 사진=김미진 기자

2층으로 올라가면 그의 작품 세계는 캔버스 그 이상으로 확장된다. 구불거리는 선으로 유명한 '스퀴글(Squiggle)' 패턴의 벽화와 이를 모티브로 만든 벤치들이 원형 전시실을 꽉 채우고 있다.

적당한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마치 또 다른 차원 속 잘 꾸민 정원에 앉아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앉은 관람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또 사색에 잠기며 작품과 연결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공간이다. 

조쉬 스펄링은 "2층에 전시된 설치작품은 가구와 벽화를 이용한 첫 작품이다. 벤치는 시그니처 형태인 '스퀴글'로 변형해 만들었다"면서 "사람들이 앉아서 쉬고, 대화도 나누고 하는 일종의 사회적인 공간으로 변모시키고 싶었다. 저에게 굉장히 새로운 시도였기에 관람객들에게 이런 서프라이즈를 주면서 전시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첫 시도이자 앞으로 해나갈 또 다른 작업들의 시작점과 같기 때문에 그는 이 2층을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이런 독창적 작업을 해 나가는 그의 원동력은 전시명 '원더(Wonder)'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 '호기심'이라고 한다. 

조쉬 스펄링의 호기심은 그를 시도하게 했고, 작업을 통해 하나의 회화적 언어가 됐으며, 그 언어들은 모여 하나의 독창적 세계를 형성했다. 전시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를 찾는 이들에게 분명 또 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내부 모습. 사진=파라다이스시티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내부 모습. 사진=파라다이스시티

◆조쉬 스펄링의 '호기심'과 맞닿은 파라다이스시티의 '열정' 

끊임없이 확장될 조쉬 스펄링의 독창적 세계가 우리나라, 그것도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 마련되기까지는 파라다이스시티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 큰 역할을 했다. 

5성급 럭셔리 호텔과 아트, 엔터테인먼트, 쇼핑 등 문화 공간이 어우러진 파라다이스시티는 리조트 전체가 거장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거대한 예술품이자 미술관과 같을 정도로 예술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세계적 거장들과 국내외 작가들의 조각, 회화 등 예술 작품 3000여 점이 조각보처럼 리조트 전체를 감싸고 있고,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아트워크들이 자리해 있다. 실내외 곳곳에서 살아 숨쉬는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발견하는 것들은 쉼을 위해 리조트를 찾은 이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원더 전시가 펼쳐지는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도 마찬가지다. 예술에 대한 파라다이스시티의 '진심'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직접 방문해보니 관람객에게도, 작가에게도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것 같았다.

실제로 조쉬 스펄링은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전시를 열게 된 배경에 대해 '공간이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파라다이스 측에서 이번 기회를 제공했다. 전시 공간을 직접 봤을 때 굉장히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족스러웠다"며 "일단 이 전시를 하고자 하는 데 있어 원하는 계획이나 구상들을 (파라다이스 측에서) 완전히 다 수용을 해주었다"고 강조했다.

전동휘 파라다이스시티 아트팀 부장은 같은 질문에 대해 "독특한 형태 표현과 대담한 색채 감각을 지닌 조쉬 스펄링은 오늘날 가장 활발하게 작업하는 추상미술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며 "다채롭고 아름다운 색채, 다이나믹한 역동성 등 조쉬 스펄링만의 표현 기법이 파라다이스시티가 추구하는 아트테인먼트(Art-tainment) 가치와 유사점이 많아 프리즈 서울을 기념해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쉬 스펄링 ‘원더(Wonder)’展은 내년 1월 31일까지 휴관일 없이 매일 운영된다. 작품의 독특한 색채를 활용해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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