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 업체 부도, 특허 계약 미비로 ‘속수무책’
2018년 이후 다시 중국·핀란드 등에서 다시 수입해 ‘외화까지 낭비’
이수진 의원 “국고낭비 책임자 문책하고 대책 세워야”
[비즈월드] 지난 2013년, 기상청이 추진한 친환경 라디오존데 기술 국산화가 해당 기술 개발 업체의 부도로 물거품이 된 사실이 밝혀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에 따르면 정부가 국고 2013년부터 39억원과 개발업체 투자 13억여원, 총 52억원을 들여 2016년 친환경 라디오존데 제작 기술을 국산화했다.
그런데 이 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2018년부터는 다시 중국, 핀란드에서 해외 장비를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디오존데(Radiosonde)란 무선기상관측장비로 풍선 등 기구에 센서를 마달아 상승시켜 고도별 기온, 풍향, 풍속, 습도, 기압을 관측하고 해당 자료를 지상으로 전송하는 관측계를 말한다.
기상청은 1964년 라디오존데를 도입했고, 현재 매일 관측지점 6곳에서 하루 2∼4번 특수 풍선에 매달아 하늘로 올려보낸다.
라디오존데는 성층권 중간인 고도 35㎞까지 올라가면 낮은 기압과 기온으로 위에 달린 풍선이 얼어 터지면서 지상으로 떨어진다.
문제는 라디오존데가 '일회용'인 데다 지상에 떨어진 뒤 수거하기가 쉽지 않아 환경문제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라디오존데에 포함된 일부 전자 부품과 합성 라텍스, 낙하산의 플라스틱 필름 등은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지 않는다. 스티로폼은 분해되기까지 최대 500년 이상, 플라스틱은 적어도 50∼100년 이상의 시간이 든다.
2013년 2월, 기상청은 ‘지식경제부와 친환경 라디오존데 및 비양 자동화 시스템 개발 과제를 선정해 기술 국산화를 추진한다’라고 밝혔었다.
이 때 기상청은 “핀란드, 프랑스 등에서 관련 장비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어서 국산화가 필요하고 또 라디오존데가 소모성으로 폐기되고 있기 때문에 친환경 라디오존데 개발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당시 개당 구매 단가는 약 14만원 정도였고 기상청은 해마당 5000~6000개의 라디오존데를 수입했다.
이에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당시 기상청 소속 부처)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국고 39억원을 출연했고, 해당 업체의 13억여원 투자를 더해 친환경 라디오존데 기술 국산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 기술 개발 업체는 2018년 부도를 맞게 되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이 업체가 보유한 개발한 5개의 특허권은 법적으로 이 업체에 속해 있어서 국고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술 특허권을 국가가 활용하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결국 기술 개발 국산화 후 2017년 한 해는 해당 업체의 국산 라디오 존데를 구입했지만, 2018년 이후 2020년까지 3년 동안 총 21억여원을 들여 중국, 핀란드 제품을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수진 의원에 따르면 기상청은 당시 특허권 관련 계약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라디오존데 입찰 항목에 친환경 부품 소재 사용 여부를 평가하겠다는 것 이외에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국고가 39억원이나 투자된 사업에 대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국고 낭비 책임자에 대해 문책하고, 관련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친환경 라디오존데 문제는 이미 2017년 10월 국감에서도 지적됐다. 당시 환경노동위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상청·국회입법조사처에서 제출받아 분석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기상청은 2013년 5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진양산업이라는 업체에 용역을 맡겨 개발한 '친환경 라디오존데'를 성능 미비 이유로 모두 폐기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런데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문제는 전혀 개선되거나 진척된 내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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