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월드] 건물 어디서든 수도꼭지를 틀면 바로 마실 수 있는 물이 나온다면 어떨까? 특히 학교 건물의 경우 급식실에서 밥을 짓고, 학생들이 씻고 마시는데 ‘먹는 물’ 수준의 수돗물이 공급된다면 어떨까?
이제 이런 상상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건물 전체 급수망을 정화하고 수질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학교와 아파트, 공공시설에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지오그리드(GEOGRID)는 건물 전체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여 누구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생활 환경을 만드는 스마트 정수 플랜트 블로스(BLOS)를 개발한 워터테크 스타트업이다.
블로스는 별도의 배관 공사 없이 기존 급수망에 설치만으로 수주일 내에 배관 내부의 녹·슬러지 문제를 해결하고 실시간 수질 모니터링까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지오그리드의 블로스는 지난 2023년 서울시 종로구의 준공 54년 차 아파트에 설치해 효과를 입증했다고 한다.
당시 민원이 이어지던 아파트의 실제 수돗물의 수질을 검사한 결과 건물에 들어올 때 수돗물 원수(遠水)는 식용수 기준에 부합하는 깨끗한 상태였지만 최종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은 오염된 상태였다.
기준치 10배의 철이 검출됐고 탁도(濁度)는 기준치의 12배가 넘었다. 그러나 제품 설치 후 한 달 동안 수질의 변화를 측정하고 국가 공인 수질 분석 기관의 평가를 받은 결과 최대 철은 100% 사라졌고 탁도는 99%가 개선됐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단지에서 문의가 많이 나왔다. 녹물 등의 문제를 배관 교체 공사 없이 해결할 수 있고, 공사 시간도 몇 시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재건축 건물의 경우에 블로스를 설치해 사용하다 건축이 완공되고 다시 설치해 사용하게 되면 배관 노후 문제 없이 지속적으로 건물 전체에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전국의 학교에서 블로스 설치 문의가 늘고 있다고 업체 관계자는 귀띔했다. 교육부가 진행 중인 ‘그린스마트스쿨(미래학교)’ 사업의 보완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그린스마트스쿨(미래학교)’ 사업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총 18조5000억원을 투입해 준공 후 40년 이상 된 학교 건물 약 2835동(약 1400개 학교)을 디지털·친환경 미래형 학교로 개조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는 노후 학교 시설 개선과 함께 학생 안전·환경 개선에 집중하는 국가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은 학교 공간의 리모델링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내부 급수 관련 시설, 즉 급식실 등의 배관 교체는 대부분 포함되지 않고 있다.
건물은 새것이지만, 그 안에 흐르는 배관의 상태는 여전히 수십 년 전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노후된 급수관은 내부에 슬러지가 쌓이거나 금속이 부식되며, 세균이나 중금속이 물과 함께 공급될 위험이 존재한다.
정수기나 음수대만 교체된 상태로는 건물 전체의 수질을 관리하기 어렵다. 특히 급식실처럼 대량 조리와 다중 이용이 이뤄지는 공간에서는 배관 노후도가 식수 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밀 점검이나 구조적 보완은 사업 범위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에는 배관 교체 없이도 급수 시스템 전체의 수질을 정화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셈이다.
블로스는 ▲배관 교체 없는 정수 효과 ▲실시간 수질 이상 감지 및 알림 ▲IoT(사물인터넷)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필터 교체 주기 자동 계산 등 관리 편의성도 함께 제공한다.

지오그리드는 최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희여자중학교에 블로스를 설치했다.
또한 설치 후 공인 수질시험을 통해 먹는물 기준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는 학생들의 식수와 조리용수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교육 현장의 운영 효율성과 위생 수준을 모두 끌어올린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다.
김기현 지오그리드 대표는 “정수기 설치만으로는 배관 내부에서 발생하는 녹과 슬러지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면서 “최근 그린스마트스쿨 사업 신규 개축 또는 리모델링 대상 학교를 중심으로 BLOS 도입 문의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월드=민호기 객원기자 / minhaoji@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