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수익률·KB 운용보수·미래에셋 월배당 강점
임상 실험 성공 주가 급등…'100조 시장' 가능성

[비즈월드] 금융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상품 구성이다. 금융산업 특성상 상품 구성은 정해진 틀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미묘한 차이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금융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비즈월드는 보험·증권·카드·은행 상품을 들여다보고 각사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지 조명한다. [편집자 주]

자산운용사들이 수익률과 총보수, 추종 지수 등 경쟁력을 바탕으로 비만치료제 ETF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순서대로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비만치료제 ETF 상품. 자료=각 사

자산운용사들이 성장성이 기대되는 '비만 치료제' 개발 기업을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로 경쟁에 나섰다. 삼성자산운용은 수익률, KB자산운용은 운용보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월배당 면에서 각각 강점을 보이고 있다.

2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이 지난달 14일 출시한 '코덱스(KODEX) 글로벌 비만치료제 TOP2 Plus ETF'는 출시 한 달(3월 14일 기준) 만에 순자산 1168억원을 기록했다. 'iSelect 글로벌 비만치료제 TOP2 Plus'를 기초지수로 한 ETF다.

이 ETF는 비만 치료제 선두주자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일릴리가 25% 담긴 상품이다.

노보노디스크는 비만 치료제 시장 개척 기업이다.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다이어트 성공 주역으로 꼽히며 신드롬을 일으킨 치료제다. 일라이일리나는 헬스케어 시총 1위 제약사로 지난해 11월 FDA 비만치료제 승인을 받았다.

비만 치료제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유사체를 활용해 뇌의 포만중추를 자극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삼성자산운용은 해당 시장의 성장성을 기대하며 ETF를 출시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은 두 회사 외에도 미국식품의약국(FDA)·유럽의약품청(EMA) 등에서 비만 치료제로 임상 중인 글로벌 제약사 8개를 선별해 동일 가중방식으로 투자해 눈길을 끈다. 잠재성장률이 높은 강소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 질랜드 파마, 바이킹 테라퓨틱스 기업 등이 포트폴리오에 포함됐다. 

해당 ETF의 기준가격(NAV) 기준 상장 이후 수익률은 15.30%, 순자산은 1196억원, 총보수는 0.450%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27일 다소 저렴한 수수료 0.35%로 삼성자산운용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사가 출시한 'KBSTAR 글로벌비만산업 TOP2+'은 'KEDI 글로벌 비만산업 Top2+' 지수를 추종한다. 

KB자산운용의 상품은 삼성자산운용과 구성종목 면에서도 약간 다르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에 각각 28%를 투자하고 나머지는 주요 글로벌 제약사 5개와 '룰루레몬' 등 비만 치료 관련 매출 상위 기업도 담는다. 해당 ETF의 순자산규모는 115억원, 수익률은 NAV 기준 상장 이후 0.16%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지난달 29일 일라이릴리·노보노디스크에 28%씩 투자하는 '타이거(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 TOP2 Plus ETF'를 출시했다. 추종 지수는 '인덱스 글로벌 비만 치료제 Top 2 Plus 지수'다. 

미래에셋운용은 아스트라제네카·로슈홀딩스·MSD·화이자 등 선진국 성장 기업 중 비만 치료제 테마 관련 매출이 발생하거나 연구·임상(R&D)을 진행 중인 기업 10종목을 편입했다. ETF에서 담은 10종목 중 9종목은 지난 2022년 글로벌 제약사 R&D 비용 상위 20개 기업에 속한다.

특히 해당 ETF는 대형 제약사들이 지급하는 월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등 차별점을 뒀다. 순자산은 419억원, 수익률은 NAV기준 상장이후 1.29%, 총 보수는 0.45%다.

삼성자산운용의 수익률이 높은 이유는 ETF 상품에 편입된 미국의 강소기업인 바이킹 테라퓨틱스가 지난달 27일 비만치료제 임상 2단계에서 탁월한 실험 결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바이킹 주가는 하루만에 121% 상승했고 삼성자산운용 ETF도 영향을 받았다. 

앞으로도 비만 치료제 시장 성장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4조원 규모의 비만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30년 10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아프리카·아시아 중심으로 비만율이 급증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제약사 입장에서도 진입과 성장이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 비만치료제 주가는 주춤한 상황이지만 임상 통과 실적에 따라 성장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본다"며 "운용사별 ETF 구성종목의 차이가 크지 않아 또다른 종류의 ETF가 출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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