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사·투자자 책임 따져 배상비율 확정…"20~60% 다수 분포 예상"
구체적 배상비율 미확정…'소송 위험·투자자 입증' 등 부작용 예고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를 기초지수 삼은 ELS 상품에 대해 판매사의 배상 기준안을 확정했다. 사진은 금융 당국이 제시한 ELS 배상 비율 기준안. 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를 기초지수 삼은 ELS 상품에 대해 판매사의 배상 기준안을 확정했다. 사진은 금융 당국이 제시한 ELS 배상 비율 기준안. 사진=금융감독원

[비즈월드] 금융당국이 올해 6조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ELS(주가연계증권) 배상 비율을 확정했다. 다소 모호한 배상 기준을 두고 판매사와 투자자 양측에서 불만이 제기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를 기초지수 삼은 ELS 손해에 대한 권고 배상 비율을 확정했다. 은행의 과실과 투자자별 고려요소를 고려하면 0~100% 수준의 배상비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ELS 취급 과정에서 ▲판매정책·소비자보호 관리실태 부실 ▲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판매 ▲개별 판매 과정에서의 다양한 불완전판매 등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판매사들은 적합성 원칙 위반이나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등이 발생한 경우 기본배상비율 23~50%까지 배상해야 한다. 또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대면 영업의 경우 은행 10%, 증권사 5%의 배상책임을 적용하고 온라인의 경우 각각 5%, 3% 책임을 적용한다.

금감원은 예·적금 가입목적 투자자와 금융취약계층, ELS 최초투자, 모니터링콜 부실, 비영리공익법인 등의 경우 최대 45%까지 배상비율을 가산할 예정이다. 반대로 투자자들이 ELS 투자경험이 있거나 매입·수익규모가 큰 경우, 이해능력이 높은 경우는 배상 비율이 최대 45%까지 깎일 수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대부분의 경우 배상 비율이 20~60%에 분포할 것이라 예상한다"며 "상품의 특성이라든지 그동안 소비자 보호 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면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때 보다 판매사의 책임이 더 인정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배상안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지나치게 많은 조건이 적용돼 배상 금액 산출이 어려운 데다가 은행-금융소비자가 직접 소통하는 구조로 짜여져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한 ELS 가입자 A씨는 "불완전판매가 확실한 상황에서 이를 입증하고 요건을 따져 나가는 일을 제가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금감원 질의응답을 봤는데 0%가 나올수도 있고 100%가 나올수도 있다는 식의 무책임한 결론만 얘기하더라"라고 비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불완전판매 건에 대한 예시를 제시했는데 그에 온전히 해당하는 건이 많지는 않아보인다"며 "혼란을 막기 위해 일괄적으로 사적화해안을 제시하는 방식이 활용될 여지도 있는데 이 경우도 소송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판매사 위반 사항이나 판매 금액이 투자자별로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 배상비율을 일률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질의응답에서 "조정안에 다툼이 있는 소비자는 소송 절차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분쟁조정기준을 두고 아예 불복 의사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투자자들은 판매사 귀책 사유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일괄 100% 배상'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한다. 판매사는 투자자책임을 배제한 과도한 배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여전히 업계 내에서는 이번 ELS 배상이 과도하게 이뤄질 경우 투자 생태계 전반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배상을 적게 받을 수도 있는 재가입자 위주로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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