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의 깊은 관계 형성 돕는 '스토리텔링 마케팅' 전략 주목
글로벌 에스테틱 기업, 제약사 등 브랜드 이미지 차별화에 활용

[비즈월드] 최근 다양한 산업군에서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와의 깊은 관계 형성을 위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했던 헬스케어업계도 마찬가지다.
제약사가 캐릭터를 통해 세계관을 입히는가 하면 글로벌 미용 의료기기 기업이 웹 드라마를 제작하거나 공식 SNS에서 창의성에 감동을 더한 이야기를 연재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달한다. 이들의 행보는 업계의 전반적인 이미지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캐릭터로 '새 옷' 입은 기업
국내 제약사들이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해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캐릭터 활용 마케팅에 속속 나서고 있다. 보수적이고 딱딱할 것만 같은 이미지의 제약사들은 이제 친근하고 접근하기 쉬운 캐릭터를 통해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브랜드의 현대적 이미지 구축에 힘쓰고 있다.
올해 2월 동아제약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파티온은 워너브러더스의 인기 캐릭터 파워퍼프걸을 활용한 기획 세트를 출시하며 눈길을 끌었다. 파워퍼프걸은 일본과 중국, 한국 등에서 방영된 초능력을 지닌 세 자매를 주인공으로 하는 미국 애니메이션이다. 협업을 통해 파티온은 파워퍼프걸의 초능력으로 피부 트러블을 파괴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지난해에는 자체 개발 캐릭터를 적용한 어린이 구강 청결제 '어린이 가그린' 패키지 리뉴얼 제품을 출시했다. 동아제약이 개발한 캐릭터는 입속 세상을 ‘가글리아’라는 세계로 설정, 가글리아에 살고 있는 가글링즈, 충치 악당 카악이, 충치의 위협에서 지켜주는 초능력 히어로 오롤로와 가글봇 등 모두 4개다.
어린이 감기약 챔프와 소화제 베나치오키즈에는 팬더 캐릭터인 '판디'를 활용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지난 2월 자체 개발한 유튜브 캐릭터 '아르미'를 공개했다. 아르미는 대웅제약이 유튜브 구독자에게 건강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개발한 곰 캐릭터로 대웅제약 공식 유튜브 채널의 주인공으로 출연 중이다.
호기심이 뛰어난 아르미는 질문하기를 좋아하고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건강 유튜버를 꿈꾼다. 아르미가 두른 오렌지색 망토는 젊음과 활동성, 역동감을 상징하는 대웅의 브랜드 컬러를 담고 있다.
이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아르미는 구독자와 친근하게 소통하는 동시에 의사, 약사 등 의료 전문가를 만나 건강정보를 소개하는 유튜브 콘텐츠에 고정 출연 중이다.
제일헬스사이언스는 지난 7월 '제일파프'의 출시 40주년을 맞아 1980년대 제품 광고 모델이자 브랜드의 상징이 된 펭귄 캐릭터를 활용한 신규 광고 캠페인을 선보였다. 199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제일파프’ 광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해당 신규 광고에서는 '바쁘다 바빠’, ‘내가 제일파프지’ 등 추억의 문구와 함께 40년 동안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아온 펭귄 캐릭터를 다시 등장시켜 친근감을 더했다.
올해 1월에는 해당 펭귄 캐릭터 디자인을 활용한 제일파프 레트로 패키지를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과거의 인기 캐릭터를 다시 불러와 소비자들과의 감정적 유대를 강화한 것이다.

◆"직장생활 공감 이끌어낸다"…친근한 소재 담아낸 콘텐츠 활용 기업
대웅제약은 직장 내 일상을 담은 웹 드라마 콘텐츠로 업계 마케팅 트렌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직장인이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유연하고 활기찬 기업 문화를 보여주는 숏 시트콤을 제작해 직원들의 일상적인 고민과 유머를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다양한 사건들을 유쾌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직장인들에게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밖에도 대웅제약은 온라인홍보팀의 직장 내 일상을 담은 웹 드라마 ‘디오피스(D-Office)’로 대웅제약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를 지난해 12월 약 3500명에서 현재 8만여 명으로 약 23배 증가시키는 등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2019년 채널 개설 이후 4년 간 1000명 수준이었던 구독자수는 6개월 만에 7만7000여 명으로 급증했고, 제약업계 22개 채널 중 20위에 머물렀던 구독자 수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은 인턴의 과한 열정에 관해 다룬 에피소드의 경우 점심 메뉴 선택지를 PT로 제작해 발표하고 5만 개가 넘는 레퍼런스를 준비해 온 신입사원의 일과가 담겼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사소한 것에도 신경쓰는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신입 시절의 열정과 노력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디오피스 콘텐츠의 핵심 방향성은 공감이다. 대웅제약이라는 기업을 소개하기 전에 직장 생활이라는 보편적 현실을 바탕으로 대중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러한 혁신적인 접근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직원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회사가 직원들의 업무 고충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내포한 소통 방식이기도 하다.

◆“피부를 넘어 진정한 삶의 가치 논하다”…'스토리텔링'으로 가치 전하는 기업
글로벌 에스테틱 기업 사이노슈어 루트로닉은 지난 5월 출시한 모노폴라 고주파(RF) 의료기기 세르프 (XERF)의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반영된 스토리가 담긴 다양한 콘텐츠를 연재하고 있다. 진정성과 감동이 담긴 각각의 콘텐츠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브랜드의 가치와 미션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세르프는 일상 속 피부 케어 가이드부터 여행, 문화,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로 브랜드를 소비자들의 삶의 일부로 자리잡게 하고 있다. 베트남 북부 해발 1500미터에 위치한 고산지대 도시 사파에서 보고 느낀 이야기를 실제 사진들과 함께 자세히 들려주고 여름 휴가지에서 들으면 좋을 플레이리스트도 추천해 준다.
세르프의 목표 메시지는 ‘내 피부에 맞추다, 내 순간에 맞추다(FIT MY SKIN, FIT MY MOMENT)’라는 슬로건 아래 소비자들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일상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고민하고 그 삶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길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로써 단순한 제품을 넘어 소비자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각자의 피부와 순간에 맞는 솔루션을 제안함으로써 개인의 고유한 경험과 가치를 존중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최근 공개된 TV 광고에서도 세르프는 다채로운 일상의 순간들을 보여주며 스스로가 진짜 원하는 순간을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광고 속에서 배우 박신혜는 편안한 사람들과 함께 캠핑장에서 보내는 가벼운 순간, 삶의 중심에서 균형을 맞추며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해내는 순간, 혼자만의 깊은 휴식을 취하는 순간 등 다양한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개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춰 타인의 시선이 아닌 본인의 행복에 집중한다는 세르프의 지향점을 담아낸 스토리가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를 맞춤형으로 충족시키는 브랜드 가치를 강조했다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기업이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기업 가치 극대화와 소비자간 정서적 연결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며 "보통은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업계가 적극 활용해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분야를 불문하고 이 같은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제 스토리텔링은 기업들에게 필수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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