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리키 애로우타운 라이트 페스티벌의 현장. 사진=뉴질랜드관광청
마타리키 애로우타운 라이트 페스티벌의 현장. 사진=뉴질랜드관광청

[비즈월드]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상된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피서를 떠나기 위해 여행지를 물색하게 된다. 이럴 때 상상 속에서나마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우리나라 6~7월은 무더위와 장마가 먼저 떠오르는 시기지만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에서는 한겨울이고 해가 바뀌는 시즌이다.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은 이맘때 새벽하늘의 황소자리에 플레이아데스성단이 떠오르면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시작된다고 여기며, 이 별무리를 마오리어로 마타리키(Matariki)라고 부른다. 

마타리키는 마오리 음력을 기준으로 날짜가 정해져 매년 조금씩 달라지는데 작년에는 7월 14일, 올해는 조금 더 당겨져 6월 28일이었다.

마타리키는 조상을 기리고 은혜에 감사하며 더 풍요로운 앞날을 기원하는 명절이다. 이 시기 마오리족은 곡식을 수확해 곳간을 채운 뒤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일 년간의 노고를 위로하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며 축제를 즐기는 마타리키는 세계 각지의 원주민 공동체에서 공통된 형식이자 마오리족의 전통문화이기도 하다. 

그레이트 배리어 아일랜드에서 바라본 마타리키. 사진=Mark Russell
그레이트 배리어 아일랜드에서 바라본 마타리키. 사진=Mark Russell

뉴질랜드 정부가 지난 2022년 마타리키를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더욱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뉴질랜드 전역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거의 모든 언론매체가 생중계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된다. 이제 마타리키는 마오리족의 풍속을 넘어 뉴질랜드 온 국민과 관광객들의 축제가 됐다. 

6~7월에 뉴질랜드를 방문하면 음식축제, 공연, 드론쇼 등 다양한 마타리키 행사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 노스랜드의 베이 오브 아일랜드에서는 6월 21일에서 7월 14일 동안 ‘마타리키 페와이랑이 축제(Matariki Pēwhairangi festival)’가 열려 가족 참여 이벤트, 영화제, 별 관측 체험을 제공하고 오클랜드에서는 6월 28일에 가판대에서 전통 마오리 음식 판매, 마타리키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 등이 진행됐다. 

퀸스타운 애로우타운에서는 ‘와나우를 하나로 모으다’라는 테마로 ‘마타리키 애로우타운 카무리와이(Matariki Arrowtown Kā-Muriwai)’ 축제가 열린다. 또 로토루아, 더니든 등 지역에서는 6월 28일 전후 100여 대의 드론이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드론 라이트쇼(Matariki Drone Light Show)’가 펼쳐질 예정이다. 

와이라라파의 스톤헨지 아오테아로아에서 바라본 밤하늘. 사진=뉴질랜드관광청
와이라라파의 스톤헨지 아오테아로아에서 바라본 밤하늘. 사진=뉴질랜드관광청

웰링턴에서는 6월 27일~30일 동안 ‘마타리키 아히 카(Matariki Ahi Kā)’라는 행사가 개최됐다. 참가자들이 지난 마타리키 이후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추억, 미래에 대한 소망 등을 적어 오후 7시 30분까지 추모의 벽과 와이레포 라군에 비치된 바구니에 집어넣으면 매일 저녁 7시 45분에 이를 불태움으로써 불꽃에 담아 하늘의 별이 되게 하는 행사이다.

별 관측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뉴질랜드 마타리키 시즌은 새해를 알리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현장에서 관찰할 좋은 기회이다. 약 1억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타리키는 황소자리에 있는 산개성단으로서 지구와 가장 가깝고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 

마타리키 가이드 투어. 사진=뉴질랜드관광청
마타리키 가이드 투어. 사진=뉴질랜드관광청

'일리아드'의 시인 호메로스가 이 성단에 대해 최초의 기록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기 뉴질랜드의 밤하늘은 특히 청명해 여러 지역에서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다. 올여름 기록적인 무더위를 피해 특별한 재충전을 원하는 여행자라면 뉴질랜드 마타리키 축제에서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 두 번째 설날을 맞이해보면 어떨까.

[비즈월드=손진석 기자 / son7615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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