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있는 국내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 제안 ‘요즘여행’ 세 번째 테마

[비즈월드] ‘N차 여행’은 같은 지역을 여러 번 찾아가며 익숙한 공간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발견하고 개인적 서사를 쌓아가는 여행 방식을 말한다.
처음에는 잘 알려진 명소를 둘러보지만, 방문이 거듭될수록 골목길과 축제,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 등 지역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행자는 지역에 대한 애착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된다. 정서적 안정과 회복을 중시하는 여행 트렌드, 체험을 중시하는 MZ세대 취향, 계절·축제의 정례화와 맞물리며 N차 여행은 단순 소비를 넘어 지역과 지속적 관계를 맺는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이하 공사)는 단순한 여행지 소개를 넘어, 여행자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담은 콘텐츠 ‘요즘여행’의 세 번째 테마 ‘N차 여행’을 공개했다.
요즘여행은 아직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감각 있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주목받으며 향후 트렌드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국내여행의 다양한 매력을 소개하는 콘텐츠로 격월 단위로 발간하고 있다.

◆ 강화도에서 느끼는 특별한 환대 ‘잠시섬 프로젝트’
편한 복장을 한 여행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야트막한 언덕에 모인 사람들이 조용히 요가 매트를 펴고 앉는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서로 낯선 사이였던 이들은, 이제 노을을 바라보며 함께 호흡을 맞춘다. 섬이 품은 자연에 동화되는 이 특별한 순간은 협동조합 청풍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잠시섬’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이름 그대로 ‘잠시 멈춰 섬에서 쉰다’를 지향하는 체류형 프로그램으로, 강화에 뿌리내린 청년들이 만든 협동조합 청풍이 운영한다.

청풍은 자신들의 활동을 ‘여행업’이 아닌 ‘환대업’이라고 정의한다. 이들에게 환대란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계를 넘어, 함께 시간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청풍은 이런 철학을 토대로 강화유니버스를 꾸려가고 있다. 강화도를 찾은 여행객들이 이곳을 소비하거나 관광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으로서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휴식과 모험이 균형을 이루는 30여 개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은 ‘금풍양조장 마스터 클래스’와 노을을 벗삼는 야외 힐링요가이다.
최근 SNS에서 주목받기도 한 금풍양조장은 100년 전통을 이어온 곳으로, 참여자들은 이곳에서 빚는 막걸리를 직접 시음하며, 대를 이어온 주인장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외에도 현지 농산물을 활용한 제철 요리 피크닉, 깊은 향의 차와 함께하는 티 클래스, 그리고 로컬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나만의 그림책 마음 여행 워크숍까지. 기수마다 새로운 이벤트가 이어진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과정을 강화도의 젊은 주민들이 진행자로 나선다는 사실이다.
현지인의 안내에 따라 강화의 매력을 발견하고, 함께 어울리며 친구가 된다. 새로운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도록 모든 숙소는 1인 예약이 원칙이다.
이처럼 잠시섬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관계를 매개로 강화도를 다시 찾게 만드는 특별한 이유가 된다.
참가자들은 강화도의 명소를 자유롭게 둘러볼 수도 있다. 성공회 강화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옥 성당으로, 동서양의 건축미가 어우러져 독특한 외관을 지닌 사적이다.
조양방직은 1933년에 설립되었던 직물공장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레트로 카페다.

◆ 빨간 버스타고 아지트로 출발 ‘전주 도서관 여행’
2021년 6월, 바람에 나부끼는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 플래카드가 전주 도서관 여행의 시작이었다.
폐 동사무소와 파출소를 리모델링해 작은 도서관으로 전환하고, 숲속과 한옥마을에 특별한 도서관을 짓고, 노후화된 공단에 그림책 도서관을 만들고, 덕진공원 연못에 세상에 하나뿐인 한옥형 연화정도서관을 세웠다.
‘전주 사람들은 이런 도서관이 있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지역을 넘어선 호응에 전국 최초 ‘도서관 여행’ 코스가 만들어졌다.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해설사와 함께 빨간 전용버스로 둘러보는 특별한 ‘전주 도서관 여행’은 전주를 여러 번 방문할 이유가 된다.

14곳 가운데 단연 첫손으로 꼽히는 도서관은 연화정도서관이다. 덕진공원 연못 한가운데 전통 석교로 만들어진 연화교를 건너면 한옥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책을 읽다 보면 독서는 오로지 텍스트만 읽는 것이 아닌 고개를 들고 풍경과 함께 감각을 깨우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지난 6월 총 길이 101m의 아중호수를 품은 국내 최장 곡선형 도서관인 아중호수도서관은 ‘음악 특화 도서관’으로 호수를 바라보며 나만의 취향이 담긴 LP를 감상할 수 있다.

고요한 ‘맏내호수’를 풍경으로 한 도내 유일의 시(詩) 특화 학산숲속시집도서관, 카페·갤러리 공간이 도서관으로 재탄생된 서학예술마을도서관, 책 보물을 발견하는 복합문화공간인 동문헌책도서관, 국내외 가이드북과 여행 에세이가 가득한 여행자의 쉼터 다가여행자도서관 등 내 취향에 꼭 맞는 곳은 어디일까?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은 참여자의 연령과 목적에 따라 하루 코스와 반일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하루 코스는 완전오감과 완전책틈, 완전여백 코스가 있고, 반일코스는 책풍경, 책그림, 책여행, 책예술 코스로 나뉜다.
각각 자연, 그림책, 여행, 예술이라는 명확한 주제가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이번 주말에는 빨간색 도서관 여행 전용 버스에 올라타 전주를 나만의 아지트로 만들어보자.

◆ 파도 파도 새로운 ‘강원 고성 해변 여행’
고성은 바닷가 마을에서 살아보고 싶은 로망을 N차 여행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갈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많고 많은 해안 도시 중 왜 고성일까?
우선, 어느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쪽빛과 옥빛, 에메랄드빛이 뒤섞인 오묘한 바다 빛이 매력적이다.
그런 바다를 따라 최북단 명파해변부터 최남단 켄싱턴 해변까지 20여개의 크고 작은 해변이 이어지는데 그 어느 한 곳도 똑같지 않아 기분과 날씨, 시기에 따라 마음껏 골라 갈 수 있다.
고운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지는가 하면, 기암괴석이 신비한 비경을 완성하고,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화보 같은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고기잡이배들이 오가는 작은 어항을 낀 ‘어촌스러운’ 정취부터 감각적인 카페들이 늘어선 감성 어린 풍경까지,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다른 바다를 마주하게 된다.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그 어느 해변도 크게 요란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천진항과 봉포항 사이에 나란히 자리한 천진해변과 봉포해변은 아름다운 백사장과 함께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 다양한 방식으로 바다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N회차 방문해도 즐거운 고성 해변 중 봉수대해변. 사진=한국관광공사](https://cdn.bizwnews.com/news/photo/202508/110071_120320_1930.jpg)
카페에서 편하게 ‘바다멍’ 하고 싶을 때는 가진항 인근의 작은 해변으로, 속이 탁 트이는 시원한 바다를 마주하고 싶을 때는 백섬해상전망대로 향해보자. 이곳은 투명한 바다와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스노클링 명소로도 인기다.
바다는 보고 싶은데 할 일이 밀려 있는 날이라면 워케이션 명소 ‘맹그로브 고성’이 있는 교암리해변 쪽이 좋다.
오션뷰 워크 라운지와 숙소를 갖춘 이곳에서 당일치기 혹은 숙박하며 몰입과 휴식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2만원으로 일일 이용권을 구매해 입장할 수 있다.

◆ 차와 함께 다정해지는 시간 ‘깊이를 더하는 하동 차(茶) 체험’
지리산과 섬진강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하동의 명성을 더욱 높여준 세계적 유산이 있으니, 무려 120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차(茶)’다.
하동은 예로부터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로 유명했다. 그중 녹차의 재배면적이 전국 대비 23%에 달할 만큼, 하동에서 녹차가 차지하는 지분은 상당하다.
하동에 오면 시선을 두는 곳마다 야생차밭이 보여 자연스럽게 차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곳곳에 자리한 수십 년 역사의 ‘다원(다실)’이 있다.

하동의 다원 대부분은 주인이 직접 차 농사를 짓고, 차를 만들며, 차와 관련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다양한 곳을 경험해 보고 나만의 찻집을 찾아보는 것도 하동을 찾는 즐거움 중 하나다.
부부가 운영하는 다원인 ‘유로제다’에 방문해 차를 손수 재배하는 농가 주인과 다담(茶談)을 나누다 보면 주어진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3~4종의 차를 맛보는 동시에 다도를 배울 수 있는 것도 다원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혜다.
대표적으로 하동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티카페하동’에서는 하동의 차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다도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하동티소믈리에 클래스, 차와 함께 야외에서 녹차 족욕을 즐기는 녹차족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1만여 평 규모의 산을 야생 차밭으로 가꾼 ‘따신골녹차정원’은 차나무는 물론 소나무와 진달래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름 그대로 정원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차와 다식이 든 작은 라탄 바구니를 들고 섬진강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캠핑 사이트에 앉아 있으면 절로 힐링이 된다.
하동의 차를 대중적으로 소개하고 홍보하는 데 널리 기여하고 있는 문화명소인 ‘하동야생차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매해 5월이면 이곳 일대를 무대로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열리며 다채로운 방식의 티 클래스와 티 토크 등을 진행하기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여행자의 발길이 이어진다.

◆ 통영 강구안에서 즐기는 ‘황홀한 미각 여행’
통영은 아름다운 바다로 유명해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곳이다. 바다가 선물한 감수성이 기른 예술인들이 많아 문화예술의 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바다만큼 음식도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미(美)항 도시 강구안은 미(味)항으로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먹을거리가 가득하다.
충무김밥과 밀면, 시락국, 우짜면은 저렴한 가격에 반비례해 맛과 양은 넉넉하다. 통영 꿀빵과 꽈배기의 단맛은 강구안을 걷는 여행자에게 달콤한 기운을 주기에 충분하다.
골목마다 개성 있는 먹거리들을 지나치다 보면 다 맛보지 못한 아쉬움에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강구안 바로 앞 통영중앙전통시장에는 오래된 맛집이 많다. 그중에서도 원조 중에 원조라 불리는 정화순대. 순대와 잡채, 김밥과 쫄면 등 한국인의 DNA가 흐르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언제부터 가게를 운영했는지 슬며시 물으니 주인은 ‘40년쯤 되었나….’하며 무심한 듯 답한다. 시장 바로 옆에 있는 통제영꽈배기도 일품이다.
찹쌀꽈배기에 찹쌀도너츠, 공갈호떡 등 마음 같아선 한가득 사서 맛보고 싶은 것들뿐이다. 어른 손바닥보다 더 큰 찹쌀팥도너츠 하나 사들고 커피와 함께 한입 베어 문 순간 황홀한 당 충전의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통영에 오면 다찌집도 가볼만하다. 남쪽 바다가 선선히 내어준 싱싱한 해산물의 총합을 한상 가득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찌’의 뜻에 대해선 몇 개의 설이 엇갈린다. 일본식 선술집 ‘다찌노미’에서 왔다는 해석과 ‘다 있지!’라는 조금 익살스러운 주장이 가장 대표적인 설이다. 어원이 어디에 있든 다찌집이야말로 강구안의 저녁을 가장 사치스럽게 즐길 대표 맛집이다.
배를 채우고 난 뒤에는 세병관과 함께 수항루, 망일루, 12공방, 운주당, 경무당 등 둘러볼 곳이 많다.
특히 세병관 바로 곁에 1604년쯤 심었다고 전해지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1872년 그려진 ‘통영지도’에도 세병관 옆에 이 나무가 보인다.
현재 느티나무 옆에 이 ‘통영지도’ 복제본을 세워두었다. 지도에서 세병관과 느티나무를 함께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비즈월드=손진석 기자 / son7615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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