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정비와 내부 소통 강화에 집중
디지털·비은행 부문 강화는 과제

[비즈월드]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장들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순차적으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각기 다른 과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했지만 공통적으로 내부 안정과 조직 정비에 집중한 행보를 보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앞으로의 1년이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 정진완 우리은행장을 시작으로 이환주 국민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11일), 강태영 농협은행장(12일)이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5대 은행장 중 유일한 연임 행장으로 2023년 2월 임기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연임에 성공했다.
5대 은행장들은 취임 직후 대대적인 인사나 전략 변화보다는 내부 안정에 공을 들였다.
전임 체제에서 이어진 주요 사업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내부 소통을 강화하고 조직 분위기를 다잡는 데 주력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단순히 금융상품을 파는 은행을 넘어 고객과 사회에 '신뢰를 파는 은행'이 돼야 한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사회·직원과 같이 가는 새로운 동행을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혁신을 화두로 삼았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 혁신이 금융 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라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금융 서비스에 접목해 새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금융 편의성을 높여야 하며 금융 플랫폼의 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영업 현장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명확하고 분명한 방향을 제시했다.
'손님 퍼스트(First)' 기업문화를 하나은행의 DNA로 뿌리내리고 은행장이 현장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현장 소리를 직접 듣고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다.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로 홍역을 치른 우리은행은 고객과 시장 신뢰를 되찾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조직 쇄신에 매진하고 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지난해부터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로 무너진 조직을 쇄신하며 외형 성장보다 내실 성장을 다지고 있다.
외부 전문업체 '레드휘슬'의 익명 신고 시스템 '헬프라인'을 도입해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디지털 금융에 열을 다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 전 분야에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해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등 디지털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지난 1월 취임식에서 "금융 패러다임의 시프트를 통해 디지털 채널을 중심으로 고객전략을 새롭게 재편하고 디지털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리가 하락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글로벌 관세 우려와 환율 불안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7일 보고서를 통해 "예상보다 강한 도널드 트럼프의 보편관세와 상호관세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관세 우려는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고 봤지만 현재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인상) 우려와 맞물려 공포 심리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무리하게 색깔을 드러내기보다는 조직의 안정성과 내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 인사 배치나 사업 전략 변화도 작년보다 조심스러운 편"이라며 "앞으로도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상호 관세 문제가 장기화되면 기업들의 연체가 늘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충당금 적립 규모를 늘려야 한다.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순이자마진이 축소되기 때문에 리스크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100일의 탐색 기간을 지나 실행기로 접어들 시점이기 때문에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맞춘 전략적 의사결정이 향후 리더십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본격적으로 착수할 과제로는 디지털 경쟁력 제고와 비은행 부문 강화, 조직 내 세대교체가 꼽힌다.
한편 각 은행들은 비상대응 체제를 이어가면서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실시간으로 변하는 상황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비즈월드=최희우 기자 / chlheewoo@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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