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암세포만 정밀표적 제거… 글로벌 시장서도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
삼진·안국·한미·유한·동아부터 삼바·셀트리온까지 총출동 기술 개발 나서

[비즈월드] ADC(항체·약물접합체)에 대한 국내 전통 제약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1조6000억원을 받고 ADC 플랫폼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 암젠에 기술수출하는 쾌거를 올리면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기술을 먼저 확보하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이 제약사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ADC는 항체 의약품과 화학합성 의약품을 결합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차세대 항암 플랫폼으로, 암세포 등 특정 단백질을 정밀하게 표적으로 삼기 때문에 '유도탄'에 비유된다. 약효는 높고 부작용은 적은 만큼 국내외에서 개발 열기가 뜨겁다.
전통 제약사들은 기술 확보를 위해 바이오텍과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특히 페이로드 개발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로드는 분자량이 1000 이하인 저분자화합물로 약효를 가진 한 가지 물질을 의미한다. 제네릭(복제약) 개발에 저분자화합물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국내에선 한미약품이 일찍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ADC 신약 개발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지난 2021년 7월 중국북경한미약품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간 ADC 신약개발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은 계약을 통해 글로벌 사업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술이전 옵션을 가졌다.
북경한미약품은 페이로드가 아닌 이중 항체 플랫폼 '펜탐바디'로 개발한 이중항체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ADC 기술에 접목한다. 펜탐바디는 차세대 이중표적 항체 기술로 면역원성, 안정성, 생산성이 높다고 평가되고 있다. ADC 신약 'LCB12A'는 현재 전임상 단계 진입을 위한 후보물질 발굴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과 동아쏘시오그룹은 ADC 기업에 전략적 투자 중이다. 유한양행은 미국 관계사 소렌토 테라퓨틱스가 2021년 10월 미국 FDA로부터 고형암 ADC 신약 'ESG-401'의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ESG-401은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의 동아에스티는 2021년 3월 노벨티노빌리티에 80억원 규모를 투자했고 에스티팜도 같은 기간 피노바이오에 15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삼진제약은 지난 4일 항체 신약개발 기업 노벨티노빌리티와 ADC 신약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노벨티노빌리티는 항체와 링커 개발에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독자적인 완전 인간항체 플랫폼 'PREXISE-D’와 링커 기술 ‘PREXISE-L’을 보유하고 있다.
삼진제약은 페이로드를 발굴한다. 삼진제약은 저분자화합물 연구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개량신약과 퍼스트 제네릭을 개발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삼진제약은 ADC신약 개발을 통해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 정통 제약사에서 혁신 신약개발 기업으로 변모 중이다.
안국약품은 지난해 12월 피노바이오와 ADC 신약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체결했다. 피노바이오는 지난해 10월 셀트리온과 ADC 공동연구 개발을 체결하며 주목받은 기업이다. 피노바이오는 내성은 극복하고 부작용은 낮춘 새로운 약물 및 링커 기술 ‘PINOT-ADC’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안국약품도 우수한 저분자화합물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국내 최초로 에스암로디핀과 발사르탄 성분의 복합 고혈압 개량신약 '레보살탄정'을 개발했고, 이에 앞서 국내에서 최초로 순수한 에스암로디핀 제제 '레보텐탄정'을 개발해 지난 2008년 대한민국 상품대상 기술혁신부문 대상을 받았다.
바이오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4년까지 ADC 생산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ADC의 구체적 생산시기는 이르면 내년 1분기로 잡았다. 올해 1분기에는 삼성물산과 함께 결성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관련 기업에 투자도 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고형암을 타깃으로 한 ADC 플랫폼 개발을 위해 연구와 기술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6월 영국 제약바이오 기업 익수다 테라퓨틱스에 4700만 달러(약 53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ADC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은 힘들지만 ADC의 잠재력은 크기 때문에 국내 전통제약사부터 바이오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며 "아직 글로벌 시장도 성숙기에 이르지 않은 수준이라 기술만 확보된다면 추후 경쟁력도 있고 시장 성장세도 연평균 22%에 달해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