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 시장 포화 상태…신성장동력 발굴 박차
액상 스프부터 동결 건조까지, 고급 재료·풍미로 차별화
개당 '1500원' 높은 가격 극복은 숙제…"2030 주요 타깃으로 설정"

하림 공장 내 진열된 더미식 라면. 사진=이효정 기자
하림 공장 내 진열된 더미식 라면. 사진=이효정 기자

[비즈월드] 최근 국내 라면 시장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제조사들이 '프리미엄'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라면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상품군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봉지당 1500~2000원에 이르는 프리미엄 라면이 그동안 높은 판매고를 올리지 못했던 배경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에게 '값비싼 라면'은 아직 낯선 영역이라는 의미다. 

21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3조544억원이다. 이 중 봉지면은 1조9876억원, 용기면은 1조668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또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봉지 국물 라면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이 -3.1%로 감소세인 반면, 평균 판가 1500원 이상 제품은 연평균 성장률이 15.6%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기존 국내 라면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업계는 프리미엄 라면 성장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라면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점도 프리미엄 라면 성장세를 견인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라면을 '한 끼를 때우는 저렴한 간편식'에서 '프리미엄 간편식'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2030세대를 주축으로 꾸준히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심, 하림, 삼양식품 등 국내 주요 라면 제조사들은 고급 재료를 사용해 맛과 풍미를 높인 프리미엄 라면을 통해 차별화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양식품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라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시중에 판매되는 프리미엄 라면 종류가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장 규모도 성장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라면 블랙 연출컷. 사진=농심
신라면 블랙 연출컷. 사진=농심

삼양식품의 참전으로 프리미엄 라면 경쟁 구도는 농심, 하림, 삼양식품 등 삼파전이 될 전망이다.

농심은 지난 2011년부터 일찌감치 신라면 블랙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해 왔다. 

당시 개당 1320원에 판매되며 기존 신라면(당시 584원) 대비 2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현재 농심의 신라면 블랙은 최근 3개월간 매출이 이전 3개월 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등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다양해지고, 동시에 맛에 대한 기준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여러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며 확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하림
사진=하림

하림은 대표 프리미엄 브랜드 '더미식'의 핵심 상품으로 라면을 내세웠다. 

지난 2021년 장인라면을 선보인 하림은 이후 장인라면 맵싸한 맛, 오징어라면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대부분 1개당 2000원이 넘는 고급 라면이다.

장인라면은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 등 신선한 육류와 양파, 마늘, 버섯 등 각종 채소를 20시간 이상 우려낸 육수를 사용한다. 

진한 국물을 농축해 액상스프로 구현해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렸다. 면은 육수를 반죽에 사용해 풍미를 높였으며, 더미식만의 제트노즐 건조 공법을 적용해 바람으로 면을 말려 쫄깃한 식감을 냈다.

조삼래 하림 더미식 간편식품개발팀장은 “장인라면은 한 끼를 간단히 때우는 라면이 아니라, 집에서도 제대로 된 한 그릇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맛과 품질 중심의 진정성 있는 미식을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삼양1963 출시 간담회에 참석한 김정수 부회장. 사진=이효정 기자
삼양1963 출시 간담회에 참석한 김정수 부회장. 사진=이효정 기자

삼양식품은 지난 3일 프리미엄 라면 '삼양1963'을 출시했다. 

삼양1963은 지난 1963년 출시된 국내 최초 라면 '삼양라면'의 과거 레시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동물성 기름 우지와 식물성 기름 팜유를 혼합한 골든블렌드 오일로 면을 유탕처리한 것이 특징이다. 

우지는 깊은 맛을 내지만 팜유보다 원가가 2배 이상 높고, 과거 발생한 '우지 파동'에 대한 인식 때문에 라면 업계에서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원료다. 

삼양1963 제품컷. 사진=삼양식품
삼양1963 제품컷. 사진=삼양식품

여기에 삼양식품은 원물을 동결건조한 후레이크를 사용해 라면의 풍미를 끌어올렸다.  

삼양1963의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멀티 4입 6150원, 1개당 1538원으로 책정됐다. 

채혜영 삼양식품 개발부문장은 "삼양1963은 팜유보다 2배 이상 비싼 우지를 사용했고, 후레이크에도 비용이 많이 드는 동결건조 공법을 적용했다"면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삼양식품만의 헤리티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월드=이효정 기자 / bombori61@bizwnews.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비즈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